돈이 드러내는 우리의 마음
오늘은 특별한 주일이었다. 예전 서울에서 섬겨왔던 담임목사님께서 은퇴하신 후 경기도 오산의 00 교회에 초청 설교를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랜만에 뵐 수 있는 기회였기에 우리 가족은 00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시작되었다. 아내가 감사헌금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5만 원을 준비했다고 답했다. 순간 아내의 얼굴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너무 적다. 10만 원은 해야 하지 않겠어?"
그 순간부터 작은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가정 경제 상황과 형편에 맞게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고, 아내는 오랜만에 뵙는 목사님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는 너무 적다는 논리로 맞섰다. 교회 가는 길,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나는 절충안을 냈다. "식사 후 커피나 디저트를 우리가 사면 되지 않을까?" 그제야 우리의 논쟁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에 불편함이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늘의 갈등은 단순히 5만 원과 10만 원의 차이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각자의 가치관과 신앙관, 그리고 돈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돈은 참으로 신기한 존재다. 그 자체로는 그저 종이 조각이나 숫자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관계를 이토록 흔들어 놓는다. 돈은 우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오늘처럼 부부 사이를 갈라놓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아내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뵙는 목사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내 말도 틀리지 않았다. 가정의 형편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 역시 지혜로운 태도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돈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성경에는 돈에 대해 믿음으로 행하라는 말씀이 많다. "염려하지 말라", "구하라 그리하면 받을 것이니", "하늘의 새를 보라" 같은 말씀들이 그렇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내가 믿음이 적어서 그런지 이런 말씀들이 잘 실천되지 않는다. 눈앞의 통장 잔고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다음 달 카드값이 더 걱정스럽다.
머리로는 하나님을 신뢰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눈에 보이는 상황에 급급해하며 살아가는 것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조차도 이해하고 계시지 않을까? 우리의 연약함과 현실적 걱정들을 아시고, 그 안에서도 우리를 사랑하고 계시지 않을까?
돈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그 이중성에 놀라게 된다. 돈은 분명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이웃을 섬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돈은 우리를 지배하려 한다.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관계를 갈라놓고,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다.
오늘 아침의 갈등도 바로 이런 돈의 이중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선한 의도와 현실적 염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갈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돈 앞에서 흔들리는 연약한 존재인가? 아니면 하나님을 신뢰하며 살아가려는 신앙인인가?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돈이 주는 안정감에 의존하고 싶어 하는 이중적 존재다. 믿음으로 살고 싶어 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주저하는 나약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나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신앙이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할 때,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돈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오늘의 경험을 통해 몇 가지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첫째, 돈에 대한 결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오늘 아침의 갈등은 돈 자체보다는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둘째, 돈에 대한 태도에는 옳고 틀림보다는 각자의 상황과 성숙도가 반영된다는 것이다. 아내의 관점도, 내 관점도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돈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현실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물질적 축복을 감사히 받으면서도 그것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하루아침에 찾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평생에 걸친 여정이고,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은혜라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아시고, 그 안에서도 우리를 사랑하신다. 5만 원이든 10만 원이든, 그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배워가는 것들이다.
돈은 여전히 복잡한 존재다. 하지만 그 복잡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해 가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축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