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상담 (1)

믿음의 반대말

by 제인


벌써 아홉 번째 상담이다. 심리상담소에 다닌 지도 이제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상담을 받을수록 이건 평생 받아도 모자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시간들이다. 아무리 피곤한 날을 보냈어도 상담을 가는 날만큼은 설레기도 하고, 왠지 안심이 되기도 하고, 기대가 됐다. 그 작고 아늑한 공간 안에서 만큼은 나라는 사람 그 자체를 안심하고 그대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 회사에서 여러 일들을 한꺼번에 하고, 상담소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앞뒤양옆으로 끼여 오느라 상담소에 도착했을 때 너무 정신이 없었다. 그런 나를 본 선생님은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3분 정도 가져보자고 하셨다. '마 음'이라는 글자를 쓴 작은 메모지를 내 앞으로 건네시곤 조용히 시간을 갖게 해 주셨다. 그 3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생각해 봤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저번주 상담을 마치고 상담소 문을 나서자마자 떠오른 의문점이 있어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놨었는데 거기에 있는 얘기를 해야겠다, 그럼 그다음엔 뭘 하지? 이런 생각들이 뭉게뭉게 피어나 쉽게 차분해지진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 덕분에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할 수 있었다. '나의 이기심'


이별 후 나는 내가 몰랐던 '이기적인 나',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나'를 발견하고 너무 혼란스럽고 힘들었다. 그 혼란스러움이 내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폭 자체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나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는 내 진짜 모습이 어떤 건지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분명 내가 알고 있는 나는 'K-장녀' 그 자체인, 나보다는 남들을 더 많이 신경 쓰고 배려하려 하고 조금 더 나아가 눈치까지 보는,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이별 후 두세 발짝 뒤에서 떨어져 본 나의 모습은 너무도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의 행복이 가장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척했다. 이별 후 그런 나의 모습을 뒤늦게 깨닫고 나서,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토록 힘들어했는지 공감할 수 있게 되고 난 이후,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더욱 큰 혼란을 느꼈다. 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던 나는 뭐지. 나는 나의 수많은 모습들 중 내가 되고 싶은, 내가 취하고 싶은 부분만 편집해서 나의 인식을 만들어낸 걸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자책, 후회에 쩌들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난 이 이야기를 꼭 선생님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3분의 생각 정리 시간이 끝난 후 선생님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선생님, 저번주에 얘기 나눴던 것처럼 저는 그런 상처를 받고 제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의 눈치도 많이 보게 되고, 내가 솔직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면 이 관계가 어그러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때문에 제 감정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전달하지도 못했어요. 이런 모습은 이기심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그런데 저는 사실 되게 이기적인 사람이거든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에요. 저도 몰랐는데 이번 연애가 끝나고 나서 알게 됐어요.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공감을 바라면서도, 정작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힘듦을 알아주지 못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주지 못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제 자신이 먼저였던 것 같아요. 저번주에 이야기 나눈 저의 눈치 보고 과하게 배려하려는 모습과 이 자기중심적인 모습은 정말 대척점에 있는 모습인 것 같은데, 그래서 진짜 저의 모습이 뭔지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은 내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인님에게 이기심이란 정말 나쁘고 부정적인 개념인가 보네요.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되면 안 된다 라는 생각을 굉장히 강하게 갖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데 제인님의 얘기를 들어보면, 제인님이 말하는 이기심이란 내 마음대로 무언갈 하는 그런 독단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이라는 의미가 훨씬 더 강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다. 나는 독단적으로 행동하거나 어떠한 맥락에서도 상대방을 철저히 배제하고 내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다. 선생님의 말처럼 내가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이란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내가 정의하는 이기심에 대해서 처음으로 명확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늘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울컥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지난 상담들과는 다르게 북받친 감정이 잘 가시지 않아 한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따뜻하고 소중했던 선생님과의 대화를 복기해보고자 한다.





- 샘: 제인님 가장 최근에 불안하거나 걱정되는 일은 어떤 게 있으셨어요?

- 나: 음... 어떤 게 있을까요. 그런 마음은 항상 드는 것 같은데.

- 샘: 그냥 일상적인 것도 괜찮아요. 가령 '오늘 해야 할 일을 제시간에 마치치 못할 것 같아 불안했다'라든지.

- 나: 아, 있어요 선생님. 지금 이 상태가 너무 길어질까 봐 걱정되고 불안해요. 사실 두려워요. 이미 끝난 인연에 대해서 이렇게 계속 곱씹어보게 되고 힘든 마음이 드는 게,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람에 대한 제 마음이 작아지지 않고 계속 이 상태면 어쩌지, 그런 생각에서 오는 불안인 것 같아요.

- 샘: 어떤 사건이 있으셨나요 최근에?

- 나: 아뇨 사건이라기보다는.. 제가 어제 우연히 그 사람 사진을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사진을 본 순간 심장이 발 끝까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야말로 심장이 수직낙하하는 느낌이요.

- 샘: 왜 그런 느낌이 드셨을까요? 나는 아직 이렇게 힘든데 그분은 잘 지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드셨어요?

- 나: 아니요, 그 사람이 잘 지내고 못 지내고 그런 추측에서 오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제가 그 사진을 보고 그렇게 심장이 쿵 떨어졌던 이유는 '내가 아직 이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너무 당혹스러웠기 때문이었어요. 우연히 사진을 봤을 뿐인데 이렇게 마음이 크게 일렁이는 이유는 '내가 아직 이 사람에 대한 마음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 생각 이후로 더 막막해졌어요. '아 이 마음이 영영 가시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 사람에 대한 마음이 접히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이요.

- 샘: 아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드셨군요. 그럼 그 느낌이 가시지 않고 계속 가면 제인님은 어떨 것 같아요?

- 나: 음... 너무 슬플 것 같은데요? 씁쓸하기도 하고,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 샘: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걱정을 잘 들여다보면, 그 속엔 항상 우리가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숨어있어요. 제인님의 불안과 걱정 안에 있는 제인님의 진짜 마음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떤 게 두려워서 이런 걱정이 계속 드는 걸까요?

- 나: ... 제가 영영 그때처럼 행복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전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거든요. 물론 갈수록 두 사람 모두에게 힘들었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그땐 몰랐던 것들을 깨닫게 된 부분도 많고, 그 당시 그 사람이 저에게 했던 모든 말들이 이해가 가고. 그러다 보니 죄책감과 자책이 커져가고 그것들이 저를 짓눌렀어요. 그래서 결론은, 그 사람과 함께했던 그 시절처럼 다시는 행복하지 못할까 봐, 그게 두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마음이 계속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드는 것 같고요.

- 샘: 그럼 제인님은 그분과 함께했을 때 어떤 게 제일 행복하셨어요? 분명 그분은 제인님이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제인님에게 아주 딱 맞는 사랑을 주신 것 같은데. 그게 어떤 것이었을까요?


- 나: 음.. 제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요. '받아들여짐'인 것 같아요. 저는 과거의 경험들로 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선 안 된다는 강한 생각을 갖고 살았어요. 내가 내 감정을, 특히 상대방을 좋아하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을 때 매번 절 질려하고 그 관계가 안 좋은 방향으로 틀어졌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험들로 얻은 나름의 교훈이었어요. 침착한 척하고, 좋지만 그 감정을 억누르고. 그랬던 저였는데, 이 사람 덕분에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아 내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되는구나. 그래도 되는 관계도 있는 거구나.' 왜냐면 제가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표현하면, 그 사람은 저에게 더 큰 마음을 표현했거든요. "내가 훨씬 더 많이 사랑해 제인아." 이렇게요. 그래서 너무 마음이 따뜻하고 안심이 됐어요. 그 사람과 함께면 모든 게 안전하다고 느껴졌어요.

아 선생님, 안정감이요.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저는 제 자신을 그대로 다 보여줘도 안전하다는 생각에 엄청난 안정감을 느꼈어요. 그게 저에게는 너무나 핵심적이고 필요했던, 저에게 내내 없었던 퍼즐 한 조각 같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형언할 수 없이 행복했어요. 그 사람이 떠나고 나니 제가 그때 느꼈던 행복을, 안정감에서 나오는 그 단단한 행복을 다시는 느낄 수 없을까 봐 두려워요. 그게 제 마음인 것 같아요. 불안과 걱정의 원인이요.


- 샘: 아, 제인님에게는 '안정감'이 정말 핵심적인 감정이었네요. 그렇다면 제인님이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누군가를 만나서 그때처럼 안정감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다면 지금의 불안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아니면 느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런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된다면, 제인님이 사랑한 그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으세요?

- 나: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왜냐면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런 행복을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만약 제가 다시 그런 안정감을 느낀다면 그때 비로소 지난 사랑을, 그 사람과의 소중했던 시간을 예쁜 상자에 넣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잘 묻어둘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쁘게요.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미련으로 점철된 이 못생긴 상자 말고요. 제일 예쁜 상자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제 마음 한편에 잘 묻어두고 싶어요. 제가 그럴 수 있게 된다면, 그때 완벽하게 그 사람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샘: 그렇군요, 제인님의 말들이 다 이해가 가요. 그럼 제인님, 만약에 그 안정감에서 나오는 행복을 다시 느꼈다고 가정해 본다면, 그 상황에서 제인님의 전 연인분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 것 같으세요? 지금은 잊지 못하고 많이 후회되고 죄책감도 들지만, 만약 그런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된다면요.

- 나: 진심을 담아서, 정말 진심을 가득 담아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오빠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해서 진심으로 미안했다는 말도요. (여기서 많이 울었다.)

- 샘: 지금 어떤 감정이 올라오세요? 어떤 마음에서 많이 울컥하셨어요?

- 나: (계속 울었다)... 미안해서요. 너무 미안해요 그 사람에게.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제가 힘이 되어주지 못했어요. 저는 그 사람에게 공감을 해주지 못했는데, 정작 저는 왜 이 사람은 나의 감정에 공감해주지 못할까 하는 생각으로 제 스스로를, 그리고 그 사람을 모두 힘들게 했거든요.

- 샘: 이렇게 얘기를 들으니 제인님의 마음이 더 잘 이해가 가요. 그리고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드네요. 그동안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곁에 없었으면, 제인님이 그때 그분에게 받은 사랑과 안정감을 이토록 강렬하게 기억하고 간직할까 하는.. 많이 힘드셨겠어요.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 나: 남자친구가 저에게 했던 말이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저희가 계속 싸우고 안 좋았을 때, 남자친구가 저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거든요. "제인아 너 자신을 좀 믿어봐."라고요.

- 샘: 그 말을 들었을 때 제인님은 어떤 감정이 드셨어요?

- 나: 부끄러웠어요. 속이 텅 빈 저를 들킨 것 같았거든요. 숨기고 싶었는데 그 사람에겐 훤히 다 보이는 것 같아서 너무 부끄러웠어요. 수치스럽기도 하고.

- 샘: 충분히 그러셨겠어요. 그런데 제인님, 믿음의 반대말이 뭔지 아세요?

- 나: 음.. 불신이요?

- 샘: 아니요, 믿음의 반대말은 불안이에요. 무언갈 믿지 못했을 때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올라오거든요. 그 대상이 애인이든, 가족이든, 나 자신이든, 내가 한 선택이든. 그런 것들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의심이 되고 그것으로부터 불안이 생겨요. 확신이 없으니까요. 전남자친구분의 말엔 정말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을 것 같네요.

- 나: 네, 그런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저를 비난하고자 저 말을 했던 게 아니라, 정말 제가 진심으로 걱정돼서 저를 위해서 한 말인걸 너무 잘 알거든요. 그래서 더 생각이 나는 것 같아요, 오래도록.

- 샘: 그 믿음을 기르는 일도 연습이 필요해요. 특히 걱정과 불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더욱이요.

- 나: 어떻게 연습해야 할까요? 잘 와닿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예시를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 샘: 제인님이 아까도 그러셨잖아요, 평소에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굉장히 많아진다고. 그 꼬리가 길어지는 순간에 그걸 알아차리고 멈출 줄 알아야 해요. 잠깐 멈춰서 알아차리는 거죠. '아 나 지금 되게 불안하구나, 걱정이 드는구나.' 그걸 알아차리기만 해도 불안감이 조금 해소가 돼요.

- 나: 아. 그런데 선생님, 사실 그 얘기만 듣고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알아차리고 나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 샘: 이건 제인님의 언어로 해야 하는 작업이라 어떤 구체적인 예시를 들려드리긴 어렵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까요? 제인님이 최근에 느꼈던 불안과 걱정을 거슬러 올라가니 '안정감에서 오는 행복'이라는 제인님의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를 발견했고 '그것을 다시는 느끼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는구나'라고 이해를 하게 되었잖아요.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는 거예요.





- 샘: 제인님, 자신을 믿지 못하면 상대방도 믿지 못하게 되거든요. 근데 내가 나를 믿는다는 건,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나 스스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상태예요. 제인님이 전남자친구분과의 관계에서 힘들었던 건, 제인님이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기준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어요. 나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세우면 나에게 공감할 수가 없거든요. '왜 이런 걸로 힘들어해?', '이런 상황에선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되지.' 등등, 높은 기준에 의해 끊임없이 검열이 되면 나는 나 스스로의 상태에 공감할 수 없어요. 이해 안 되는 것 투성이일 테니까요. 그럼 그 기준을 똑같이 상대방에게 적용하게 돼요.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이런 의미부여를 계속하게 되는 거죠. 근데 그건 내가 나 자신에게 하고 있는 생각이거든요.


제인님과 상담을 하는 내내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성숙해지고 싶다,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였거든요. 그런데 제인님이 보는 제인님은 지금 그렇지 못한 상태잖아요. 되게 후져 보인다고도 자주 이야기하셨었고. '더 나은 나'로 나아가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오히려 지금 제인님을 더 힘들게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이렇게 계속 가슴앓이 하고 찌질하게 보이는 내 모습을 견딜 수 없거든요. 공감이 안되는 거예요.

그러니 나에 대한 공감을 해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거예요. 제인님이 느끼는 걱정과 불안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아 내가 ~해서 이런 불안을 느끼는구나'를 알아차리는 것부터가 자신에 대한 공감의 시작인 거죠. 그리고 제인님이 보기에 지금 엄청 후져 보이고 못나 보이는 나를 그냥 그럴 수 있다고 감싸 안아주는 거예요. 내가 왜 이렇게 찌질한 모습인지, 그 이유가 이해가 되면 공감하기가 훨씬 쉽거든요.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 나: 아...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 샘: 그리고 제인님이 그분께 하고 싶은 그 수많은 말들 있잖아요? 그걸 나에게 해보는 거예요. 제인님이 그분의 힘듦을 알아주지 못하고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지금 그 행동을 제인님 자신에게 똑같이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더 이상 그분께 이런 제인님의 진심을 전할 순 없지만, 그 진심을 그리고 내가 그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힘들어하고 있는 제인님에게 해주는 거예요. 아니면 편지를 써봐도 좋고요, 보내진 못하더라도. 그렇게 하면 제인님 마음이 많이 해소가 될 거예요. 그러면 나 자신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똑같이 타인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로 똑같이 타인을 대하거든요.

- 나: 아.. 그런 거구나. 무수한 심리학 책들을 읽으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나의 모습들을 타인에게서 발견해 낸다'는 말이었는데. 이제야 조금 이해가 돼요. 내가 나 자신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박한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도 그렇게밖에 대할 수 없게 되는 거군요.. 이제야 조금 알겠어요.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