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는데 왜 점점 가난해질까?

by 나진수

매일 아침 일찍 눈을 뜨고, 늦은 밤까지 땀 흘리며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정의 경제는 점점 더 쪼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 이 시대, 우리를 가난하게 만드는 숨겨진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인플레이션, 우리 삶을 뒤에서 조용히 갉아먹고 있는 이 경제적 괴물의 정체와 그 해법을 알아보자


나는 직장생활을 1995년 시작하여 2020년 초까지 하였다. 직장생활 25년 하면서 근검절약을 몸에 붙이고 살았다. 나는 둘째가 태어나고도 한 참을 자가용을 사지 않았다. 직장생활 초기에는 창원에서 근무를 하였다. 고향은 대구시 달성군이었다. 명절이나 주말에 고향을 갈 때면 집에서 버스로 마산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다시 시외버스로 서대구 버스정류장까지 갔다가 다시 고향집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아내도 이런 나와 같이 근검절약이 몸에 베인 사람이었다. 아내도 학교 방과 후 교사를 하면서 가정경제를 도왔다. 둘째를 낳고 집안 어른들의 원성에 차를 샀다. 그것도 경차를 샀다. 그때 사촌이 형편이 좋았는데 집사람이 나의 사촌 애들 옷을 얻어 우리 애들 입혔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안사람은 한마디 불평도 구김살도 없이 나를 편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알뜰히 살면서 25년을 살았다. 그런데 나의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고 계속 빠듯한 삶을 살았다.(정확히 말하면 내 집 마련하기까지 21년가 살림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저 자산은 내 월급을 저축한 금액만큼 늘었다. 투자에 대한 무지한 시기에, 오히려 닷컴버블 때 비상장 주식 투자, 현대차 ELS 투자 등으로 오히려 감소하는 때도 있었다. 자산의 복리를 누리기는커녕 예금금리를 받기도 힘들었다. 적금금리를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왜냐하면 애들이 커가면서 큰집이 필요했고 시기에 따라 전세가의 급상승으로 전세가를 올려 주기도 빠듯했다. 즉 돈을 모아도 자산의 상승을 전혀 기대하지 못하는 전세금에 묻어야 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절약하며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이 팍팍해진 이유를 퇴직을 하고 자산투자를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의 상당 부분은 인플레이션에서 기인한다. 자본주의 성장의 이면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구매력을 서서히 갉아먹으며, 우리가 아무리 절약해도 가난해지는 느낌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꼭 알아야 할 한 가지를 들자면 이 단어가 될 수 있으며, 이것만 충분히 이해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본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나는 퇴직 시까지 이 단어를 피상적으로만 이해했을 뿐 깊이 있게는 통찰하지 못했다. 그래서 25년의 직장생활로 꾸준한 소득이 있었음에도 돈을 굴릴 줄도 몰랐고 굴릴 생각도 못했다.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으며 살아온 탓에 직장 생활엔 전력을 다 하였으나 직장생활 21년 차에 대출을 낀 내 집 마련 외에는 자산형성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통화량이 팽창하여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물가는 계속적으로 올라 일반대중의 실적소득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즉 통화량 증가만큼 물가가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이 5% 발생했다는 것은 화폐가치가 5% 하락함을 의미한다. 당신이 보유한 현금의 구매력이 5% 감소되었음을 의미한다. 만일 당신이 그 현금을 자산으로 바꾸어 놓았다면 그 자산가치는 인플레이션 5%만큼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이것이 매년 복리로 화폐가치가 떨어진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겠는가?


인플레이션은 원인별로 수요/공급에 의한 인플레이션과 통화 인플레이션으로 나누어진다. 다시 수요공급에 의한 인플레이션은 수요 측 원인과 공급 측 원인에 따라 수요견인 인플레이션과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다.

하나씩 설명해 보면,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다.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란 상품 공급과정에서 비용-원자재, 인건비, 시설비, 세금, 부동산 등-의 증가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다. 이 중 가장 핵심이 원자재, 그중에서도 원유의 가격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상에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는 석유 화학 제품이 들어가 제품별 최종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통화 인플레이션이란 통화의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므로 국가는 세금을 거두어들인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보다 많은 인프라와 사회복지가 요구되며 이에 따라 보다 많은 세금이 필요 해진다. 또한 전쟁, 기후재난, 금융위기, 외환위기 등 각종 재난처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하여 세금을 올리기를 꺼려한다. 대신 화폐를 추가로 발행한다.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야기시킨다. 통화 인플레이션은 또 다른 세금인 것이다.

통화량 인플레이션은 비록 경제가 침체하더라도 통화량이 증가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경제가 침체하면 사람들의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고 이에 따라 돈의 수요도 감소한다. 즉 통화량이 축소되는 것인데 정부에서 화폐공급과 대출 등 돈을 푸는 양이 워낙 많다 보니 경기 침체에 따른 통화량 축소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이것이 바로 통화량 인플레이션이다.

통화 인플레이션에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본원통화(A) 외에 신용창조에 의해 발생된 창조통화(B)도 포함된다. 총 통화량(A+B)으로 본원통화(A)를 나눈 수치를 통화승수[A/(A+B)]라고 한다. 한국은행이 본원 통화 1원을 공급했을 때 이에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면 된다. 통화승수는 화폐의 수요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한다. 즉 경기 호황에는 통화승수가 늘어나고 경기 불황에는 통화승수가 줄어든다.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이 상기 세 가지 중 한 가지가 될 수도 있고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주요 요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뒤 따라 발생하는 현상과 금융정책 대안이 다를 것이다. 이에 따른 우리의 투자방안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주요 요인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3가지 인플레이션 요인이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궁극적으로 통화량 증가 지표와 물가상승 지표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19세기말 ‘어빙피셔’가 화폐수량이론에서 주장했으며, 최근에 와서는 하버더 경제학과 교수 ‘그레고리펙’이 현대에도 적용되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화폐 경제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프리드먼’도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라고 설파하였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는 오른다.’ 이것은 경제학의 10대 원리 중 하나이며,

우리가 자본주의에 살아가면서 언제나 명심해야 할 원리이다.


하기 도표는 한국은행이 조사한 통화량(M2)의 증가량을 나타낸 도표이다.

요약하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통화량이 2배 늘어난 만큼 물가도 2배 늘어났다. 과거 한국은 10년마다. 통화량이 2배씩 늘어나 물가도 2배 늘어났다. 10년이면 2배, 20년이면 4배, 30년이면 8배 이런 식이다.


내가 직장생활 시작할 때쯤 인 30년 전에 적정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자산에 투자해 놓았다면 인플레이션 리스크 헤지(Hedge)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물가상승률은 평균물가 상승률이다. 조금 공부하여, 부동산인 경우 중심지에 투자하면 이보다 훨씬 높은 자산상승을 하였음을 의미한다. 나처럼 열심히 직장 생활했지만 자산을 투자하지 않고 전세를 살고 있었다면 점점 가난 해졌음을 의미한다. 전세금은 자산으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현금 그 자체이므로 통화량이 증가함에 따라 가치가 떨어진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가 모두가 겪은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코로나 시기에 통화량 상승에 기인한 아파트 값 상승에 관한 이야기다. 코로나 시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시스템위기의 심화를 막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만들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래는 FRED(연방준비제도 경제 데이터)에 제시하는 미국 통화량 도표이다.

미국은 코로나 시기에 화폐량(M1 기준)이 4조 달러에서 18조 달러로 증가하였다. 4.5배 증가한 것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아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므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증가된 통화량만큼 발생하지 않고 전 세계에 전가되어 축소된다. 기축 통화국이 아닌 국가에서 통화를 발행하면 그 나라안에서 소화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그대로 반영된다. 이것은 환율에 영향을 주어 외국자본유출도 발생하며 환율은 더 올라간다. 즉 자국통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완전 개방경제이고 수출의존도 높다. 그래서 미국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이것은 우리가 미국의 통화정책에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코로나 시기 미국과 한국의 풀어진 통화량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수도권 부동산의 대부분은 50% 이상 상승하였다


A는 코로나 직전에 5억짜리 아파트를 전세금 3억과 2억 대출로 샀고

B는 그 집에 전세금 3억으로 전세를 들어왔다.

그 아파트 값이 코로나 이후 10억이 되었다.

A는 자기 자본금 2억으로 시세차익 5억과 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실질 대출금(2억) 축소의 이중 이득을 보았다.

B는 자기 자본금 3억에 대한 기회비용 손실 및 현금가치 하락으로 인해 이중 손해를 보았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인플레이션은 부를 현금을 저축한 사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자산을 보유한 사람으로 이전시킨다’라고 말하였다.


무주택자에게 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이다. 전세금으로 현금을 묻어놓은 사람들을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21년간 인플레이션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같은 재난 상황에서 통화량의 폭증을 확인하면 현금을 총 동원해 실물자산을 사 두어야 한다. 실물자산의 가격은 통화량증가를 매번 반영하지 않고 수요 및 공급량의 변화와 사회 이벤트에 따라 한꺼번에 반영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끊임없이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언제나 과잉생산의 문제에 놓여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에도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의 반대인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물건 값이 싸다면 누가 소비를 서둘러하겠는가? 이에 따라 소비감소는 투자축소, 생산축소, 고용축소(실업), 소득축소로 이어지며 경기침체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악순환을 발생시킨다.

인플레이션은 서민층에 더 큰 타격을 준다. 소득이 고정되어 있는 경우,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반면, 높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부의 격차를 더욱 벌리게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든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잘 이해하고 이에 맞는 재정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저축의 실질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수 있으며, 투자를 통해 자산의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무시하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점점 더 경제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최선의 방법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보다 높은 수익률을 가지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을 보유하지 않는 것이 비 정상상태이며,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정상상태이다. 성장하는 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왜 투자에 세계로 들어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