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행복

충분히 적은 돈과 자유로운 삶

by 나진수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궁극적 목적을 ‘행복’으로 보았고, 사르트르는 인간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자유로운 존재로 정의했다. 나 역시 진정한 행복은 타인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삶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게 된 것은 퇴직 이후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25년간 조직이라는 체계 속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왔다. 기업은 목표와 효율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공간이고, 그 안에서 구성원은 일정한 규범과 책임을 따르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러한 구조 속에서 열심히 일했고, 그 시간을 통해 성장과 성취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퇴직 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나의 선택이라 여겼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정해진 틀 안에서의 선택이었고,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들도 조직의 기준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그 시절의 삶은 분명 의미 있었지만, 지금처럼 시간과 에너지를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조율하며 살아가는 자유로움과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삶이었다.

이제 나는 누구의 간섭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며 하루하루를 꾸려가고 있다. 이 상태는 이전의 삶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물론 나는 완전한 자유라는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다. 무책임한 자유가 아닌, 나만의 방향과 목적을 갖고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자유 — 나는 그것을 ‘자율적인 삶’이라 부른다. 그리고 바로 그 자율성 속에서 나만의 가치와 행복을 실현해가고 있다.


생산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생산적인 삶은 단순히 성과를 내거나 바쁘게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의미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여, 개인의 목표와 가치관에 부합하는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직업적 성취 뿐만 아니라 자기개발, 사회봉사, 창작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이 포함된다. 각자의 경제적 여건과 상황에 따라 업의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이후에도 생산적인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우리는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몰입의 기쁨과 성취감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얻는다. 이는 심신의 안정으로 이어지고 삶의 활력을 북돋는다. 단순히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만으로는 내적 만족이 부족할 수 있다. 자유 속에서 규칙을 스스로 정하고 이를 지키는 것은 자율적인 삶의 핵심이며, 이를 통해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나는 생산적인 삶을 위해 독서와 사유를 통해 지식을 확장하고, 그것을 투자에 반영한다.그리고 이 모든 과정과 경험을 글로 기록한다. 투자 경험을 글로 기록한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기 성찰과 발전의 도구다. 이를 통해 반복적인 실수를 방지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한다. 또한 투자 철학과 방향을 명확히 하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제공한다.


자유와 경제적 안정의 균형

자유를 누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안정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지출을 줄이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에픽테토스는“자유란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덜 필요로 하는 데서 온다”고 말하며, 자유와 소유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했다. 알랭 드 보통 또한 “돈은 원하는 물건을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이 행복의 핵심 요소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돈과 행복의 본질적 차이를 지적했다.

나는 과도한 물질적 풍요보다는 소박한 자유를 추구한다. 원하는 모든 것을 소유하거나 원하는 것을 다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것을 위해 현재의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자유는 단순히 물질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고 만족을 찾는 데서 비롯된다.

재정적 안정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자산 10억으로도 만족하지만, 다른 이는 100억에도 불만족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욕구를 조절하여 만족하는 것이다. 운이 따른다면 더 큰 자산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 최적의 균형 찾기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건강, 인간관계, 목표와 열정, 재정적 안정, 자율성, 그리고 순간순간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요소들은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삶은 결국 후회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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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행복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지만, 행복에는 소득 증가에 따른 한계가 존재한다. 위 그래프는 소득 수준과 행복도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래프에 따르면, 행복도는 최적 소득 수준에서 90%이상 도달하며, 이 지점 이후에는 부를 더 늘려도 행복 증가 효과가 미미하다. 포화점을 넘어선 행복의 작은 증대를 위해 소득을 40% 늘려야 한다면, 이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 차라리 이 노력을 행복을 위한 다른요소를 키우는 데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현대 소비자는 최신 전자기기나 명품과 같은 물질적 소유에 집착하지만, "행복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현상으로 인해 그 만족감은 일시적이다. 행복의 쳇바퀴 현상(Hedonic Treadmill)**은 사람들이 새로운 성취나 물질적 소유를 통해 일시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그 행복감에 익숙해져 이전의 기본 행복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설명하는 심리학적 개념이다. 물질적 풍요가 지속적인 행복과 내적 만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과소비와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고 소박한 만족을 찾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부와 성공을 추구하다 과로로 중년에 건강을 잃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56세나이에 단명한 스티브 잡스도 이에 해당하며, 죽음을 앞두고 "내가 가진 부는 죽음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고 고백했다. 이는 물질적 성공만으로는 삶의 궁극적 행복을 얻을 수 없음을 시사한다.

아담 스미스는 사람이 부를 이루려는 목적을 타인의 인정과 내적 만족에서 찾았다. 타인의 인정은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이를 통해 만족을 얻으려면 끝없는 욕망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내적 만족은 자신의 욕구를 조절함으로써 부의 크기를 제한할 수 있다. 타인의 주목과 관심을 통해 얻는 행복은 자신의 중심이 아닌 타인에게 의존하는 삶을 의미한다. 어떤 형태의 행복을 추구할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재정적 안정을 위한 전략적 접근

기본적인 재정적 안정에는 일정 수준의 자산이 필요하며, 이를 구축하려면 무작정 노력하는 대신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많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빠르게 승진하며, 대인관계를 넓히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자산 형성에 큰 효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대신 전략적 삶을 통해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전략적 삶이란 자신의 가치와 목표에 따라 삶을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율성과 성취를 추구하는 삶이다. 마케팅 전략에서 사용하는 Segmentation(시장 세분화), Targeting(목표 시장 선정), Positioning(포지셔닝)이라는 개념은 개인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셔닝, 즉 자신과 자산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포지셔닝은 자신의 성장과 자산 증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는 직업, 회사, 배우자, 거주지 등 인생의 주요 선택뿐만 아니라 자산투자에 있어서 주식의 종목선택, 부동산 선택 등도 포지션닝에 해당한다. 포지션닝은 단순 선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선택의 결과를 기반으로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즉 어떤 자산을 선택하여 매수 했다면 그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매도 타이밍을 잡을지에 대한 것도 전략을 세워가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선택이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우리는 종종 스트레스와 두뇌 에너지 소모를 피하기 위해 결정을 회피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성급한 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충분한 조사나 숙고 없이 서둘러 선택을 내리거나, 적기에 결정을 못한다. 그로 인해 잘못된 결과에 에너지를 소모하며 오랜 시간 고통받는다. 선택의 순간에 신중하고 보다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충 정하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접근은 전략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인생의 주요 선택 앞에서는 충분한 정보 수집과 철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방향이 잘못된 선택은 이후의 모든 노력마저 비효율로 전락시킬 수 있으며, 진로와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한 방향은 결과의 절반을 이미 결정짓는다.

예컨대 실거주 목적의 내 집 마련은 단순한 자산 증식의 문제를 넘어선다. 주거지 선택은 교육, 생활의 질, 가족의 만족도 등 삶의 여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되며, 일단 정해지면 쉽게 변경할 수 없는 특성을 갖는다. 나 역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사를 고민한 적이 있었으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아이들의 부담을 고려해 실행을 미룬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의사결정처럼 보여도 삶의 여러 층위에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유 기간 요건, 세금 문제, 경기 사이클 등으로 인해 한번의 결정이 수년간의 흐름을 결정짓는다. 하락장에 진입하면 탈출이 어려워지고, 심리적 손실 회피가 매도 결정을 더욱 늦추기도 한다. 주식 또한 예외가 아니다. 잘못된 선택은 물림의 형태로 나타나며, 그 기업이 구조적 부진에 빠져 있을 경우 몇 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특정 이벤트 발생 시 그것이 매도 기회인지 판단하지 못하면, 손실은 장기화된다. 결국 투자에서의 핵심은 '선택의 질'이며, 이는 수익률을 넘어 자산관리 전체의 성과를 좌우한다.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려면 전략적인 삶을 통해 자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성장의 기회를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과도한 욕망을 경계하고 '충분히 적은 돈'의 철학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함을 추구하며 욕망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한 의식적 선택이다.

그 중심에는 자율적 삶이 있다. 스스로 삶의 규율을 세우고 실천하며, 자산과 시간, 일상과 목표 사이의 균형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자유이자 지속 가능한 만족의 기반이 된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풍요를 넘어, 내면의 평온과 삶의 방향성을 함께 추구하는 과정이며, 결국 전략적이면서도 충만한 삶으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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