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매일 사라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by 석은별

어느 날 아침, 멀리 있는 지역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소식을 뉴스로 접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방화로 추정된다는 짧은 자막 뒤에는 분명 누군가의 삶이 무너졌을 것이다. 어딘가에서는 생명이 꺼지고,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탄생이 시작되고 있을 테다. 또 어떤 이들은 고통 속에서 눈을 뜨고, 또 다른 이들은 설렘과 기쁨으로 하루를 맞이할 것이다.


그 모든 장면들이, 어쩌면 어제 사라진 것들이 오늘을 통해 다시 이어지는 순환처럼 느껴졌다. 삶이란 그런 것 아닐까. 매일같이 무너지고 사라지는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


이 별천지 같은 지구별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예측이 어렵다. 우리는 늘 계획하고 바라지만, 현실은 그 기대를 비껴간다. 그러나 가끔은 그렇게 무너진 기대 끝에, 뜻밖의 축복이 돌아오기도 한다. 삶은 약 올리듯 골탕을 먹이기도 하고, 장난을 치듯 우릴 웃게 하기도 하며, 가끔은 조용히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주기도 한다.


사건은 끊이지 않고, 문제는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문제로 모습을 바꾼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끊임없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삶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작은 조각들을 주워 모으듯, 하루하루를 이어가며 살아간다.


이런 삶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동시에 어떤 순간은 가슴이 뛰도록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삶은 그렇게 상반된 감정들을 품에 안은 채, 흘러간다.

만약 이 모든 순간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인생’이라는 흐름이라면, 나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한 행운이나 대단한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고통이나 불행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사부작사부작, 느릿하고 단단하게 나아가는 이 삶의 흐름에 몸을 싣는다.


작은 기쁨 하나에도 감사하고, 슬픔과 마주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삶의 자세인 것 같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어제 사라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아주 작지만 분명한 발걸음으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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