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내가 잘 이해 했기를...
딸이 과제로 어린 시절 사진과 영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휴대폰에 남아 있는 파일은 화질이 좋지 않았다. 혹시 더 선명한 자료가 없느냐는 물음에, 한참 잊고 지냈던 외장하드가 떠올랐다. 영화와 음악, 사진들을 담아두고 십여 년 넘게 열어보지 않은 채 묵혀 두었던 물건이다. 먼지를 털어내고 케이블을 연결하니, 오래된 AVI 파일은 노트북에서 곧장 재생되지 않았다. 급히 카톡으로 보내자 휴대폰 화면에서는 바로 열렸다.
그 안에서 스무 해 전의 내가 나타났다. 순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밀려왔다. 아니, 이미 수없이 반복해 전해온 그 말들이 화면 속의 나에게도 닿아 있는 듯했다.
만약 그때의 나에게 단 한마디만 전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이들은 어차피 잘 자란다. 그러니 남편과의 갈등에 너무 많은 힘을 쏟지 마라. 그렇다고 아이들 앞에서 다투지 않겠다는 이유로 모든 감정을 삼키는 것도 옳지 않다.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았다면, 이제는 네가 싫은 것과 힘든 것을 말해라. 그것이 상대를 바꾸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네 마음을 지켜내는 최소한의 표현이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알겠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내가 기대를 내려놓자, 아주 조금씩 변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것은 내 말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관계나 상황을 지켜보며 스스로 깨닫는 과정에서 일어난 변화였다. 슬프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사람은 내 말만으로는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금세 자라난다. 그러니 사진과 영상을 자주 남겨라. 그러나 그것은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을 온전히 담기 위한 흔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 자신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라. 일기를 쓰고, 책을 읽으며, 지금의 내가 너를 다시 만나듯 홀로 있는 순간을 귀히 간직해라.
돈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나는 재테크에서 늘 실패했다. 모아도 흩어지고, 쥐려 하면 사라졌다. 남편과 친정, 시댁까지 얽힌 관계 속에서 돈은 늘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꼭 필요할 때는 채워졌다. 그러니 허탈해하지 말고, 오늘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라. 그것이 결국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
돌아보면, 가장 중요한 단서는 언제나 남편과의 관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단한 관계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배웠다.
이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나에게, 그리고 과거의 너에게 전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을 놓치지 말고, 그 속에서 너 자신을 잃지 말라.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여기에서 이미 충분하다.
남편이 왜 계속 삶에서 함께 하는지 아니?
그 사람을 겪어야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야.
그 사람을 겪지 않았다면...
그 고집과 불통을 겪지 않았다면
넌 아마 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라.
그때의 너, 지금의 나, 미래의 우리...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