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한 이태리 20일 #1 피우미치노
피우미치노 공항과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는 처음이지?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 누구나 한 번쯤 머릿속에 떠올렸을 법한 이야기다. 나 역시 그랬다. 말장난을 좀 하자면 백견이 불여일행, 아무리 사전에 블로그를 찾아보고 공부를 해도 실제 맞닥드린 현실 상황은 돌발 변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상에 쫓기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의 기회가 자주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같은 장소를 두 번 갈 수 있는 여유는 더더욱 없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가져온 지도며 티켓이며 언젠가 참고해야지 하고 꼭꼭 쌓아 두기만 하고 버리지 못 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집착이다.
이 글은 그런 반성에서 출발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한풀이' 같기도 하다. 스스로에게 '거기에 다시 못 가. 그러니까, 되새김질이나 하라고.' 이렇게 말하는 정도의 느낌일 것이다.
나도 열심히 검색을 해서 비교적 싼값에 '국적기'를 타고 논스톱으로 로마까지 갔다. 식사나 편의시설(영화 감상도 할 수 있고 게임도 한다.) 은 흠잡을 데 없었지만, 역시나 유럽은 가까운 곳은 아니었다.
다리를 뻗을 수 있는 1등석이라면 좀 경우가 다르겠지만, 장거리 비행기 여행은 어쩔 수 없이 고통스럽다.
그 긴 긴 시간들을 이겨내고, 동행인과 나는 피우미치노 공항( Aeroporto di Roma-Fiumicino)에 도착했다. 이 공항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으로도 불린다. 비행기가 로마 시간으로 밤에 도착했기 때문에 우리는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공항의 구조나 어디서 열차를 타는지 등등 공부를 많이 했었는데, 답은 간단했다.
사람들을 따라가면 된다는 것.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무책임한데, 결과적으로는 답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단 우리가 탄 비행기는 '국적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항의 주 시설과는 좀 거리가 떨어진 5 터미널에 내린 것 같았다. 그래서 모노레일 같은 것을 타고 일단 이동을 해야 한다.
모노레일에서 내려서도 걸어서 한참을 이동해야 한다. 가다 보면 위에 기차 표시를 보게 되는데, 그 표시를 따라가면 공항과 연결된 역사로 갈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대목이 있다. 이태리의 역사(驛舍) 구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서울역을 보면 선로가 이어져있고 그 위에 횡단해서 역사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이태리의 경우 기차를 탈 때 항상 기차의 머리 부분을 보게 된다.
이태리의 역사(驛舍) 구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르다
위 사진은 밀라노 중앙역(Milano Centrale)에서 찍은 것인데, 사진처럼 승객은 마치 모든 역이 마지막 역인 것처럼 머리를 들이밀고 나란히 서있는 기차들을 보게 된다. 상당히 색다른 경험이다. 물론 로마에는 테르미니 말고 티부 르 티나(Tiburtina) 역도 있는데, 이 역의 경우 구조가 서울역과 같았다.
정리해보면,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 로마 테르미니, 밀라노 중앙역, 베니스, 피렌체 등 티부르티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구조였다.
피우미치노 공항과 연결된 역으로 진입하면 정면에 선로가 2개 (기억에 그렇다) 보이고, 그 선로에 도착하기 전 표를 살 수 있는 부스가 있다. 그런데 트란이탈리아 공식 부스의 경우에는 문을 일찍 닫는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로 옆에 우리로 치면 작은 편의점 같은 상점이 있는데 여기서도 표를 판다.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는 한 사람당 14유로이고 학생 할인도 안된다. (물론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다른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레오나르도는 시간이 적게 걸리고, 예측이 가능하고 안전하다.)
여기서 열차가 2대 서있는 경우가 있는데,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는 열차에 그 이름이 쓰여있고, 딱 보기에도 비싼 티가 난다. 물론 외관도 청결하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여기에도 엉뚱한 사람이 끼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처음이고, 마음이 급하고 해서 약간 서두르며 열차에 오르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접근해서는 열차를 타냐고,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그래서 테르미니를 간다고 했더니 옆에 있는 열차를 가리키며 "이걸 타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는 반대쪽 철로에 있는 열차인 것 같았다. 그래서 머리를 기우뚱하고 있는데, 현지인인듯한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빨리 가는 레오나르도는 저 사람이 말하는 차가 아니라 '레오나르도'라고 적힌 게 맞다."고 확인을 해줬다.
그 사람은 나를 먹잇감으로 생각했을 거라고 믿는다
처음에 말을 걸어온 사람이 실수를 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잘못 알아들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 사람이 나를 먹잇감으로 생각했을 거라고 믿는다. 소매치기를 당한 뒤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 뒤 돌이 켜 생각해보면 상당한 위기의 순간이었다. 잘 보시라,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는 이렇게 생겼다.
여기서 하나 더. 초록색으로 된 문을 자세히 보면 빨간색 버튼이 있다. 나는 다른 사람 눈치 보느라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어떤 사람은 저 버튼을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자 상당히 당황했다. 그런데 당황할 필요가 없다. 저 버튼이 녹색으로 바뀐 다음에 눌러야 열린다. 즉 빨간색 상태의 버튼은 '지금 열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탔는데, 로마까지 약 40분 정도가 걸린다.
#유럽여행 #이태리여행 #italy #피우미치노 #공항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