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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Apr 02. 2016

밀라노 여인숙

아들과 함께한 이태리 20일 #5 밀라노 숙박


앞자리에 앉은 동행을 잘 만나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엄청나게 짜증이 날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는 짐이 대단히 많았는데 도와주려고 했으나 밀라노역으로 남자친구가 마중을 나오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역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는 것 까지. 로마에서 한 번 해본 것이어서 그런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역에서 숙소로 가기 위해서 지하철을 환승하기까지 했다. 밀라노 역시 지하철 노선이 복잡하지 않다.

이태리에서는 '호텔'에 대한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




우리 숙소는 지도상으로 메트로 Cairoli역과 두오모 사이쯤에 위치하고 있었다. 메트로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Via Dante를 볼 수 있었는데, '아, 모든 도시, 모든 거리가 다 로마 같은 것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들게 했다. 좌우로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는데, 자전거는 다니고 차는 다니지 못하는 쇼핑의 거리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숙소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방향 감각이 있다고 자부하는데, 호텔 입구를 쉽게 찾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로마에서 이미 경험을 하고도 '호텔'이라는 개념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런던 호텔은 메인 거리의 뒤편 Via Rovello에 있었다.  작지만 그래도 로마에서 보다는 더 쉽게 찾은 편이었다.

미리 예약을 하면서 세부 내용에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막상 방에 화장실이 없고, 복도에 마련된 화장실에서 공동으로 써야 한다는 사실은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세면기와 비데는 방에 설치가 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서비스도 깔끔하고 친절했지만 굉장히 낡은 시설에 들어와있다는 느낌은 지우기가 어려웠다. 특히 복도를 포함해서 공간 자체가 매우 좁았다.


복도의 폭은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piano는 '층'이다. 이태리에서는 우리나라 1층이 '0'으로 표시된다.

우리나라는 아무리 작은 도시의 모텔이라도 빵빵한 물침대에 PC, 케이블 텔레비전까지 완비되어 있는데, 이태리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기차역 근처 '여인숙'으로 불러도 부족할 시설에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너무 잘 이해가 됐다. 수십 년, 수백 년 지난 건물을 고쳐서 사용하는 나라에서 (관광이 자원이니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관광지 중심부에 우리나라 같은 신축 건물이 있을 리가 만무한 것이다. 우리 호텔은 위치만 따지자면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선택이 필요하다. 위치인가? 아니면 시설 인가? 



따라서, 선택이 필요하다. 위치인가 아니면 시설 인가? 시설이라면 중심부에서 좀 떨어진 곳에 BnB나 AirBnB를 구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중심부에서 숙박을 해결하려 한다면 '이태리 여인숙'을 각오해야 한다.


돈을 아낀다는 생각도 있었고, 밀라노에서는 볼 것이 별로 없는 만큼 그냥 지나쳐갈 여정에 지나친 투자는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지만, 동행인에게 좀 심한 짓을 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어땠든 동행인은 별 다는 투정을 부리지 않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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