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한 이태리 20일 #7 AirBnB 밀라노 숙소
이태리 숙소를 예약하면서 나는 expedia라는 사이트를 이용했다. 유명한 서비스이기도 하고, 사용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 예약 자체는 쉬웠지만 문제는 실제로 그 숙소의 모습은 어떤 형태인지, 어떤 유형의 숙소인지를 잘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밀라노 2일차에 우리는 'Brera Apartments'라는 곳에 묵었다. 그냥 호텔 같은 곳이려니 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평범한 아파트를 빌려서 대여하는 일종의 '민박'이었다. 결국 AirBnB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인데, 예약을 expedia를 통해서 한다는 것만 달랐다.
'Brera Apartments'의 경우, 체크인을 하는 날짜의 오전에 전화가 걸려왔다. (해외에서 내 핸드폰으로 누군가 전화를 걸어온다는 것은 몹시 두려운 일이긴 하다.) 예약이 되어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몇 시쯤 도착하는지 등등을 묻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래서 나는 이 숙박형태가 호텔 같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인지할 수 있었다.
사전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주소지로 찾아가서는 약간 당황했다. 일반 주택가였고 '호텔'이라는 표시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근처 공원에 자리를 잡고 '도착했다'는 전화를 걸었다.
10여분쯤 지난 뒤 잘 생긴 20대 청년 한명이 왔다. 그는 우리를 데리고 한 아파트로 갔다. 아파트 문을 어떻게 여는지, 집에서 어떤 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고는 그는 총총 사라졌다. 요약하자면 일반 아파트인데 작은 부엌을 포함한 집 전체를 이용하는 방식이며, 체크아웃은 열쇠를 집안 탁자 위에 올려놓고 문을 닫고 나가면 그만이었다.
앞서 '밀라노 여인숙'에서 언급했듯이 전날 워낙 좁고 낡은 숙소에서 묵었던 우리로서는 샤워시설이 집 안에 있고,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며, 커피포트 등 주방기구들을 쓸 수 있고, 무엇보다 인터넷이 빵빵 터지는 'Brera Apartments'는 그야말로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나의 동행인은 거의 눈물을 흘릴 지경으로 감동했다. 워낙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습성을 보이는 사람이지만 아예 침대에 자리를 잡고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겠다.'는 분위기로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해서 거리로 나왔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었지만, 이태리 밀라노는 관광지인 만큼 먹을 곳을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거리. 오래된 건물들 안에서 노란 불빛이 거리 밖으로 번져 나왔다.
피자를 파는 가게에서 피자가 아닌 닭고기와 감자튀김을 시켜먹었다. 현지 와인도 한 병.
옆 테이블엔 10대로 보이는 여자 5명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영어 발음이나 악센트로 보아 미국에서 온 것 같았다. 밀라노 두오모에서도 수학여행을 온 미국 청소년들을 많이 만났다.
나는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 번도 해외에 나간 적이 없다. 처음 가본 곳이 중국이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도로와 그 도로를 따라서 끝없이 들어서있는 아파트들의 행렬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냥 머리속에서 '중국은 대륙이다.'라고 생각한 것과 내 눈으로 보고 직접 느낀 '대국'은 차이가 있었다.
복제의 시대, 진짜 예술작품보다 카피가 더 진짜 같은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행은 거기 그곳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며 그래서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다.
다음날 아침, 동행인에게 뭔가 그럴듯한 것을 사먹일 생각으로 숙소를 나섰던 나는 뜻밖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