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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Apr 16. 2016

베니스 도착 -"우리가 어디에 있는거니?"  

아들과 함께한 이태리 20일 #8 베니스 도착 

우리는 베라 아파트에서 밀라노 센트랄레(Milano Centrale)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지하철 역이 애매하기도 했고, 그렇게 걸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구경을 할 생각이었다. 우리 여행기간 중 드물게 흐렸던 그날의 날씨 탓이기도 했지만, 감동적인 장면을 만나지는 못했다.  



요기를 할 생각으로 잠깐 큰길 안쪽으로 들어간 골목길로도 가봤는데, 길거리에서 걸인을 만났다. '단 것이 먹고 싶다'는 동행인과 함께, 서서 커피를 마시며 쿠키 등을 먹을 수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여전히 에스프레소는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고, 커다란 종이컵에 든 고소하고도 쓴 아메리카노가 간절하게 생각났다.



멀리서 밀라노 센트랄레(Milano Centrale railway station)가 보이기 시작했다. 흰 대리석으로 외벽을 장식한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역사는 1912년에 지어지기 시작했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에 있었던 이탈리아의 경제위기 때문에 더디게 공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무솔리니가 수상이 되면서, 이 센트랄레 역을 '파시스트 정권의 힘을 상징하는 건물'로 삼고자 했고, 그래서 1925년 공사가 재개되어 1931년에 완공됐다고 한다. 철골로 떠받친 이 역사의 투명 지붕은 무려 66,500 평방미터나 된다.

  


베니스행 열차를 탈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국제적인 도시 답게, 밀라노 센트랄레의 대합실에서는 '전 세계의 모든 인종을 모아놓았다'고 얘기할 만큼 다양한 생김새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딱 보기에도 경제적 수준이 높아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방금 국경을 넘은 난민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이로 비둘기가 날아들어 활보했다. 로마에서는 역사 안에서 비둘기를 보는 일이 매우 흔하고 아무도 그 비둘기를 쫓지 않았다.


7시간의 열차여행을 이미 경험한 터라 (복도가 있는 열차의 풍경 https://plain.is/storypop/555505), 마음 가볍게 베니스행 열차를 탔다. 



완행열차에 비해서 훨씬 더 고급스러웠다. 완행열차가 한 사람에 9유로였는데, 베니스행 고속 열차표의 가격은 한 사람당 19유로였다.  드디어 열차가 베니스에 거의 다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열차는 도로와 철도 외에는 사방이 바다인 곳을 통과하고 있었다. 날씨가 흐리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열차에서 내려 역사를 빠져나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산 시모네 피콜로( San Simeone Piccolo )이다.

  

https://www.google.co.kr/maps/place/San+Simeone+Piccolo


이제 우리는 숙소를 찾아가야 했다.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베니스의 골목은 매우 좁고 건물들이 3~4층 정도가 되기 때문에 골목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없는 미로 같다. 그런데다 지피에스가 문제였다. 건물 때문에 위성신호를 잘 받지 못하는 것인지 실시간으로 현재의 위치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거짓말을 하나도 안 보태고 지도 어플의 화살표는 마치 춤을 추듯이 왔다 갔다 했다. 게다가 큰 수로를 따라 외각으로 돌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길이 끊겨서 불가능했다. 나도 나름 방향감각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한 2~30분이면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1시간 가까이 헤맨 뒤에야 우리는 겨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반전이 있었다. 우리가 예약 사이트에서 보았던 숙소의 모습은 전형적인 베니스의 수로 옆에 있는 곳이었는데, 호텔 프런트에서 우리 예약 번호를 듣더니 우리를 이끌고 아주 멀리멀리 가는 것이었다. (400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돌아와서 예약 내역을 자세히 확인해 보았더니 거짓말처럼 "Annex Building (400m from Hotel)"이라고 친절하게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많이 실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다음 날은 다른 호텔에 묵기로 되어 있었고, 멀리 떨어진 그 건물은  산마르코 광장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 Ai Reali 호텔은 4성급인데, 따로 떨어진 comfort double room의 하루 숙박비는 134유로였다.)  

베니스에서 며칠을 묵어보니, '길을 잘 찾는 팁'으로 두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로는 종이로 된 지도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매우 편하다는 점. 두 번째로는 기준으로 삼아야 할 건물이나 광장을 기억해 두어서 그 지형지물을 중심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날 저녁, 우리는 이태리 여행 20일 가운데 가장 비싼 저녁을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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