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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un 29. 2016

베니스 산마르코광장 - 산마르코의 세 가지 얼굴

아들과 함께한 이태리 20일 #9 산마르코 광장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베니스'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수로, 곤돌라, 알록달록 채색된 집들이다. 그러나 베니스의 전성기, 영화로웠던 순간들을 오롯이 기억하는 곳은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이다. 대성당과 총독궁 그리고 시계탑 등이 함께 서 있는 그야말로 베니스의 중심이다.



첫 번째 얼굴 

첫 번째 숙소가 광장에서 매우 가까웠기 때문에, 다음날 새벽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행인을 그냥 놓아둔 채 광장으로 나섰다. 1월 15일 7시경이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상점들은 셔터를 내렸고, 50여 미터 간격으로 켜진 전등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나는 광장으로 향하는 아치를 맞닥뜨리게 된 순간, '아 잘했군 잘했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침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는 전형적인 일출은 아니었지만, 빛과 어두움, 푸른빛깔과 붉은 빛깔의 조화가 오랜 기억을 간직한 건축물과 어우러지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094년에 봉헌되었다는 산마르코 대성당의 '파사드'는 비잔틴 양식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있어서 이태리에서 보았던 어떤 두오모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외양을 갖고 있다.

                                


성당 정면에는 기둥으로 장식된 5개의 아치가 있고, 마치 체스 말판을 연상시키는 장식물들이 지붕 위에 세워져 있었다.  성당을 마주 보고 직사각형으로 두른 회랑은 과거 베니스가 얼마나 번영했었는지를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바람에 물결이 일렁이고, 그 일렁임에 정박한 곤돌라들이 출렁이며, '그랑 카날' 건너, 산조르조 마조레(Church of San Giorgio Maggiore)가 이제 붉게 물든 수평선 위로 웅크린 짐승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른 시간 이곳에 나온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사진으로 담기에 멋진 광경이기에 삼각대를 지참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부를 거머쥔 베니스의 상인들은 이렇게 동이 터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늘 위로 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갔다.

                                




두 번째 얼굴


광장의 낮은 새들이 지배한다. 비둘기와 갈매기들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속에서 먹이를 얻는 법을 깨우쳤다. 팔을 올리고 있으면 새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팔 위로, 머리 위로 퍼덕이며 올라온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잡아준다.

                                


이곳 종탑은 원래 15세기에 지어졌다가 1902년 붕괴되었다고 하는데 이후 복원이 되었고, 내부에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에선 종탑에 올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보고는 아주 후회했다.

                                




세 번째 얼굴


광장은 밤이 되면 낭만적인 공간으로 변신한다. 연인들은 손을 잡거고 불을 밝힌 광장을 걷고 술을 마셨다. 간간이 서로의 입술과 입술을 맞추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산마르코의 새벽, 잠을 줄이고 투자할 가치가 있다. 삼발이와 제대로 된 카메라 (폰카 말고)를 챙겨가야 한다.  산마르코의 낮, 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기념사진을 찍자 (대신 새 똥이 묻을 수 있으니 옷차림은 화려하지 않게). 산마르코의 밤은 연인과 함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산마르코 광장이 아니라도, 베니스의 거리에선 옛 건물에 붙잡혀 흘러가지 못하는 빛과 시간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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