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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Apr 02. 2016

밀라노 두오모 -"두오모는 돔이다"

아들과 함께한 이태리 20일 #6 가장 화려한 두오모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챙기면서 가져갈 것과 가져가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고민을 참 많이 했다. 그중 가장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것은 카메라를 가져갈 것인지 말지였다. 경험상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위해선 별도의 렌즈가 달려서 '광각 줌'이 가능한 기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가져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선 동행인을 잘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다음으로 카메라를 가져가게 되면 오히려 포착할 수 있는 순간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이태리에서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모두 '폰카'로 찍은 것이었고 ('갤럭시 알파'라는 모델이다),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양으로 승부를 걸었고, 결과에 만족했다. 

물론, 간절하게 카메라가 있었으면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사실 꽤 여러 번 이었다. 밀라노에서 맞은 아침도 그런 경우였다. 마치 엘도라도의 황금을 보는 것처럼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스포르체스코성은 당겨 찍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나에게 깊이 남겼다.

  



우리 숙소는 스포르체스코성과 두오모의 중간 지점쯤에 묵고 있었는데 스포르체스코성은 아쉽지만 우리의 방문 예정지 목록에 들어있지 않았다. 

지난번 글에서 설명했듯이 우리 숙소는 쇼핑센터와 음식점들이 즐비한 거리 한 가운데 있었고, 우리는 이태리에서 처음으로 길거리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피자와 라자냐를 먹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동남쪽에 위치한 두오모 쪽에서 너무나 강렬한 햇살이 쏟아졌다. 마치 '종교적인 부름'을 표현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건물 - 궁은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원칙에 따라서 배치되기 때문에 이런 광경을 보려야 볼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숙소에서 두오모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우리는 젤라토 하나 씩을 손에 들고서 두오모로 향했다. 

아주 창피한 일이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두오모'라는 이태리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어렴풋이 '성당'을 의미하나 보다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예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다녀온 지금도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르네상스에 이르러 그리스와 로마의 것들을 다시 살려내면서 로마의 판테온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듯하다.

  


판테온은 거대한 돔이다. 내부에서 구멍이 뚫린 돔의 중앙을 바라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이 전해진다. 우주를 축소해놓은 것 같은, 성서적인 용어를 빌리자면 '궁창'을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 판테온의 돔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돔이 이태리 거의 모든 성당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아마 도시 중심의 성당을 '두오모'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밀라노의 두오모는 이태리에서 보았던 그 어떤 두오모보다도 화려했다. 찾아보니 성당의 정면, '파사드'가 완공된 게 그리 오랜 옛날이 아니었다. 나폴레옹의 명에 따라 1805년에서 1809년에 지어졌다. 

  


우리는 정면에서 보기에 오른쪽에 위치한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입장했다. 당시 유럽에서 연쇄 테러가 일어나던 시기여서 경비는 삼엄했다. 창피해서 입에 담기도 민망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성당 내부에서 나는 성당의 무거운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들, 그리고 그 기둥이 천장을 받치는 아름다운 기하학적 구조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홈을 파서 곧게 세운 - 전체적으로는 높아질수록 굵기가 얇아지는 형상이지만 아치가 펼쳐지는 부분에서는 박테리아 병을 앓은 나무처럼 불룩하게 자루가 달린 형태 - 기둥에 얹힌 아치, 그 아치의 중첩된 구조가 매력적이었다.  천장의 높이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기능적인 측면에서 생각했을 때, 성당의 천장이 높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긴 크기 또한 마찬가지 이리라. 그런데 성당의 공간배치는 기본적으로 '무한한 상승'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 뾰족뾰족 솟은 첨탑들, 그리고 기둥 또한 날렵하게 상승하는 이미지다.         

과거의 위대한 건축물들이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대형 건축물들은 강한 권력의 흔적이다. 그것이 돈이 되었든 폭압과 폭력이었든 간에 수많은 사람들과 예술가들을 동원하고 그들의 작품에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동행인의 표현처럼 '성당은 거대한 수공품'이었다. 이 돌들을 가져오느라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고가 들어갔을까. 마치 산 하나를 옮겨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해 조명을 켜고 있었는데, 만약 그 조명이 없었다면 스테인글라스를 통해서 들어오는 빛은 훨씬 더 신비롭게 느껴졌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밀라노 두오모의 백미는 성당의 내부가 아니라 성당의 지붕이었다. 정면에서 보기에 왼쪽에 지붕(테라스)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올라갈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135개나 되는 첨탑, 무려 2,245개에 달하는 대리석 조각, 하늘로 솟은 중앙탑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또 테라스에서 펼쳐지는 밀라노 시내의 탁 트인 전망도 볼만 하다. 물론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겨울이 우기라고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가 허락되었기에 더 감동을 더했을 것이다.

  


성당 옆에는 개선문이 있다. 개선문 옆에는 고급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고, 개선문 안으로 들어가면 유명 브랜드들의 상점이 그득했다. 

  


이태리의 오래된 건물들은 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 수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사람들과 함께 있다. 방부 처리된 박제가 아니라 수정을 가하고 철골을 덧대고 조명을 더해 '건축물'로서의 기능을 한다. 

불타 사라지고, 전쟁의 참화를 견뎌내지 못하고 혹은 사람들과 격리된 채 시들어가는 우리의 옛 건물들. 자고 나면 동네가 흔적 없이 자취를 감추고 수십 층짜리 무시무시한 건물들이 들어서는 우리 서울의 거리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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