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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Nov 22. 2023

거기에 진주가 있었다

방통대 서울지역 학생회 문예지 '통문' 2023 최우수상 수상작

by 은이은

 



  그날도 출근하자마자 윤 씨가 “어이, 떡남!”하며 나를 불렀다. 그러지 말라고 한 백 번은 얘기했을 거다. 나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어금니를 꽉 물고 작업복 오른쪽 바지 주머니를 슬쩍 만졌다. 거기에 주머니칼이 들어있었다. 내 손과 팔의 잔근육들이 순간적으로 부르르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진작부터 윤 씨를 찌르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끝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윤 씨는 지난겨울 내가 일하는 폐기물 재활용 업체의 작업 감독관으로 왔다. 백 킬로그램은 넉넉히 넘어 보이는 거구인데 사각형 얼굴, 닭 볏처럼 삐죽거리는 머리에 피부는 식용유라도 바른 듯 번들번들했다. 느지막이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출근해 나를 골려 먹고, 에어컨 돌아가는 이층 사무실에서 낮잠 자다가, 작업장 가동이 중단되는 다섯 시에 맞춰 정시에 퇴근하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낮잠을 안 자는 날엔 뭘 틀어놓고 보는지 사무실 밖까지 신음하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 처음에는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했는데 우연한 계기에 의문이 풀렸다. 그가 대낮부터 술에 취해 들어와서는 사장 이름을 부르며 ‘지가 장모면 장모지 날 이런 데 보내놓고 뻐기긴 뭘 뻐기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거다.


  윤 씨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기 일이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매일 진주가 정성스럽게 챙겨주는 아침을 먹고 일곱 시 반까지 걸어서 출근한 뒤 전력 공급 스위치를 켠다. 삼십 분 뒤 자동 장비 점검이 끝나면 수거 차량이 수집해 온 빨갛고 노랗고 파란, 형형색색의 플라스틱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움직인다. 작업장 중앙에는 높은 로봇 탑이 솟아있다. 거기엔 꼭 문어 다리처럼 생긴 로봇팔이 여러 개 달려있다. 로봇팔들은 움직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성분별로 쏙쏙 뽑아내서 각각 페트(PET)와 폴리에틸렌(HDPE) 같은 글씨가 적힌 구멍으로 던져 넣는다. 팔 여러 개 달린 인도 신이 춤을 추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딱 그런 현란한 움직임이다. 그에 비해 내 역할은 단순하다. 기다란 작대기를 들고 컨베이어 벨트 옆에 서 있다가 가끔 플라스틱에 비닐 같은 게 붙어 올라가면 그걸 툭툭 쳐내기만 하면 된다. 요즘은 일자리가 드물어서 나 같은 처지에 불평할 형편이 못 되었다.



  더위가 시작되던 여름 초입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날도 문어 다리 로봇이 일하는 모습을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막 출근한 윤 씨가 자기 방으로 올라가지 않고 이죽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가뜩이나 기름진 얼굴에 비릿한 웃음까지 한 겹을 더 칠하고 있었다.


  “어이, 덕남 씨. 내가 아주 재밌는 얘길 들었지 뭐야. 부모님 물려준 재산, 거기에 완전히 몰빵 했다며? 아주 으쓱해서는 무슨 공주 구하는 영웅 같았다고 하던데?”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진주를 구해온 일을 말하는 거였다.


  ”진짜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윤 씨한테 그런 질문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요컨대 그와 나는 서로 관심을 가질 필요도 이유도 없는, 완전히 이질적인 세계의 사람이니까. 그런데 짚이는 데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내가 거래했었던 포주 최 씨, 그가 내 취업을 알선해 줬으니 아마도 그와 윤 씨는 모종의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빨리 말 좀 해봐, 진짜냐고? 그게 그렇게 좋았어?”


  마비가 올 것처럼 독한 쓰레기 냄새는 나와 윤 씨 사이에 방어막 같은 역할을 해왔다. 윤 씨는 작업장으로 내려오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바로 내 옆에까지 와서, 실실 쪼개면서 내 팔을 잡고 흔들어댔다. 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서 결정한 일이었다.


  “프라이버시입니다. 말할 생각 없습니다.”


  윤 씨는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웃음기를 싹 걷어냈다.


  “니깐 놈이 프라이버시? 병신새끼. 쥐뿔도 없으면서.”


  그는 그르륵 거리며 목에 있는 가래를 긁어모아서는 아주 격한 동작으로 내 쪽으로 침을 뱉었다. 윤 씨는 그 뒤로 사무실 벽에 표어라도 붙여놓은 것처럼 하루에 꼭 한 번 이상 ‘떡남’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나를 못살게 굴었다. 쥐뿔도 없으면 프라이버시도 없나? 오히려 더 많지.


  내가 진주를 처음 만난 건 임대아파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사거리 지하의 허름한 업소에서였다. 어둑한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면 붉은 조명에 싸구려 커튼이 주렁주렁 매달린 그런 곳이었다. 진주는 왼쪽 입술 위에 점이 하나 있다는 것 외에는 특이한 용모가 아니었다. 그런데 낯익었다. 어디선가 만났었던 것 같았다. 나를 맞는 커다란 눈동자는 분명히 웃고 있었는데 두려움에 푹 젖어있었다. 살펴보니 몸 곳곳에 상처가 가득했다. 나는 업주가 뭐라 안내하기도 전에 불쑥 진주의 손목을 잡았다. 그대로 진주를 끌고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진주는 큰 눈이 더 커지며 두 팔로 방어하듯 자신의 상체를 감쌌다. 입술을 다부지게 다물었다. 나는 잠시 동작을 멈췄다. 그러고는 충분히 내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속도로 진주의 팔을 살짝 잡았다. 안심하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돈을 내고 산 시간 동안, 나는 자리에 그냥 앉아있었다. 그러고는 방을 나서기 직전 진주에게 ‘어디로 자리를 옮기든지 알 수 있게 해 달라’는 아주 해괴한 부탁을 했다. 그 말 외에 다른 어떤 약속의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앞으로 자주 만나러 오겠다’는 의례적인 인사조차 없었다. 후에 진주가 그때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냥 미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고. 그것도 일반적이지 않고 색다르게 미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고. 나도 같았다. 업소 계단을 되짚어 오르며 중얼거렸다. 미쳤구나. 이럴 거면 여길 왜 왔니? 일 년에 고작 한두 번 외출하는 처지에.


  병이었다. 병든 누군가를 오랫동안 돌보아 생긴.


  어머니는 쉰다섯에 나를 임신했다. 말장난 같지만, 기적 같은 비극이었다. 부모님은 종교적인 신념 때문에 나를 지우지 못했다. 더 나빴던 건 그 가혹한 노산(老産)으로 어머니가 하반신을 못 쓰게 된 것이다. 정신적 질병도 같이 왔다. 나는 결핍된 존재로 컸다. 유치원에 처음 갔을 때, 선생님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덕만이는 할아버지랑 왔네’라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였지만 나는 꼭 잡았던 아버지 손을 슬그머니 놓았을 뿐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린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썼지만 대학 입시를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나는 유폐된 존재가 되었다. 어머니를 돌보느라 집 밖을 나갈 수 없었다. 대화 상대라고는 가끔 통화하는 고교 동창 성준이가 유일했다. 성준이도 거동을 못하는 어머니를 보살피는 처지라 얘기가 통했다. 주변 권유로 돌보미를 들인 적도 있었지만 ‘저년이 아들하고 붙어먹으려고 나를 죽이려 한다.’며 어머니가 폭행해 깽값을 크게 물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에게 나는 세상의 전부였을 테니까. 그러나 어미가 낳아주었다는 이유, 유전자 조각을 물려줬다는 이유만으로 성인이 된 뒤에도 곁에 머물며 삶의 전부를 갈아 넣는다는 것이 과연 이치에 맞을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질문했지만 한 번도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했다. 대가족이 대세였던 농경사회 윤리가 달나라로 여행을 가는 시대에 나를 규율하는 건 옳지 않았다. 미쳐버릴 것 같아서 몇 번이고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내 다리를 붙들었다. 목숨 붙은 어머니를 버릴 수 없었다.


  정말로 진주가 메시지를 보낼 줄은 몰랐다. 한 번도 아니고 딱 업소가 바뀔 때마다 보냈다. 처음에는 그런 말을 왜 진주에게 했었는지, 그리고 왜 진주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지, 그 희한한 교신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종일 집안을 울리던 괴성 대신 적막이 자리 잡게 되었을 때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나는 결핍된 존재였고 진주는 탈출을 꿈꿨을 것이다. 나는 남겨진 유산의 거의 전부를 포주에게 내놓고 진주를 데려왔다. 최 씨는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고 취업 알선까지 해줬다.



  윤 씨가 나를 ‘떡남’이라고 불러대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그날은 기온이 섭씨 오십 도가 넘어갔다. 줄줄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도저히 악취 차단용 마스크를 쓸 수가 없었다. 숨을 쉴 때마다 열기와 함께 올라온 쓰레기 냄새가 콧구멍으로 훅훅 넘어 들어왔다. 온도 때문인지 냄새 때문인지 묵직한 쇳덩어리 같은 게 뇌의 회백질 어딘가에 자리 잡고 춤을 추는 것처럼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렇게 더웠는데 그날따라 윤 씨의 행동은 몹시 수상쩍었다. 시원한 사무실 대신 밖으로 나와 전화 통화를 했다. 게다가 눈치라도 보는 것처럼 나를 흘끔흘끔 쳐다봤다. 아닌 게 아니라 윤 씨는 오후 세 시도 안 된 시각에 빨간색 스포츠카를 몰고 사라져 버렸다. 그는 출근 시간은 몰라도 퇴근 시간만큼은 꼭 지키는 편이었다. 장모에게 고해바칠 것을 걱정했겠지만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나는 그의 감독관이 아니니까. 나는 어찌어찌 오후 다섯 시까지 쓰러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나는 퇴근길에 망설이다 버스를 타기로 했다. 변두리라 요금이 비싼 탓도 있지만 몸에 달라붙은 악취 때문에 보통은 걸어서 출퇴근하는데 그날은 더워도 너무 더웠다. 승객이 제법 있었다. 나처럼 걸어가다간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스팔트 포장이 녹아 요철이 심한 탓에 버스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꿀렁거렸다. 사람들이 이따금씩 나를 쳐다봤다. 냄새가 덜 퍼지게 하려고 나는 몸을 잔뜩 웅크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태양이 내리꽂는 직사광선과 달궈진 땅에서 올라온 열기가 동시에 나를 덮쳤다. 뼈와 살이 흐물흐물해져 곧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조금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수 있다. 나는 주문을 걸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정문에 들어설 때였다. 차 한 대가 쏜살같이 내 옆을 지나쳤다. 그건 빨간색 스포츠카였다. 나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집으로 내달렸다.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쳤다. 내 다리는 자동으로 다음 그리고 그다음 걸음을 마구 내디뎠다. 계단을 뛰어올라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진주는 거실 겸 주방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덕만 씨, 무슨 일 있어요?”


  진주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헉헉거리면서도 얼른 진주의 주변을 탐색했다. 옷차림, 사물들의 배치, 바닥의 슬리퍼, 싱크대 위의 커피잔. 이어 틈을 주지 않고 침실로 쓰이는 작은방 문을 왈칵 열었다. 정갈한 침구와 각이 잡힌 베갯잇. 의심할만한 단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직 포장을 벗기지 않은 초콜릿 세트처럼 집 전체가 정확하고 빈틈없이 정돈되어 있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체모 같은 게 떨어져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봤지만 없었다.


  “무슨 일인지 말해주면 안 돼요?”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그때였다. 진주가 입은 푸른색 플레어스커트 왼쪽 허리 위로 가로 일 센티미터 세로 삼 센티미터쯤 되는 세탁 라벨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블라우스가 흰색이어서 처음엔 잘 구분이 안 되었던 거였다. 순간 눈물이 내 볼을 타고 내려왔다. 마치 손으로 꽉 쥐고 있던 유리병의 주둥이에서 주르륵 물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그 물결치는 무늬의 푸른색 스커트는 내가 첫 월급으로 사준 거였다. 라벨 하나가 옷 위로 삐져나온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몰라서 하는 얘기다. 나는 진주를 안다. 옷을 사거나 얻어오거나 주워 오거나, 진주는 그걸 자기 몸에 걸치기 전에 반드시 가위로 라벨을 잘라냈다. 예외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라벨에는 옷감의 종류와 세탁법 외에도 QR코드든 바코드든 상품의 종류를 표시하는 일련번호가 매겨지기 마련이다. 진주는 일련번호를 혐오했다. 강박 같은 거였다. 그러니까 예외가 발생했다는 건 내가 귀가하기 전, 내 집에서 뭔가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평소와 다른 태도의 나를 보고 진주는 몹시 당황하는 것 같았다. 왜 그러느냐고, 무슨 일이 있느냐고 나에게 자꾸만 질문을 하는 것도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나는 빨간색 스포츠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러는 순간, 의심하는 그 모든 상황이 사실로 굳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덕만 씨, 지금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 같아요.”


  진주는 내 이마에 손을 얹어 열을 재려고 다가왔다. 나는 진주의 손을 포악하게 뿌리쳤다. 진주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진주의 큰 눈에 다시, 옛날에 본 적이 있었던 두려움이 어른거렸다.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서 털썩 주저앉았다.


  “저는 이만 방에 들어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는 한참을 그러고 앉아있다가 집을 나왔다. 여전히 땅은 이글이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흉포한 더위를 어찌어찌 견뎌내며 사이좋게 서 있던 아파트 앞 은행나무 두 그루가 바싹 말라죽어있었다. 나는 성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준이는 타박부터 했다.


  “내가 데려올 때도 얘기했잖아. 진주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냐고? 지금 망상이 또 다른 망상을 낳잖아.”


  “망상? 너 그 단어 얘기 다시는 꺼내지 말라고 했지?”


  “그랬지. 꺼내지 말라고 한 건 맞는데, 갈수록 심해져. 솔직히 이젠 질린다.”


  “말 다 했어?”


  “너는 부모님 다 떠나 해방됐지만 나는 아직이야. 너한테 쓸 에너지가 없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상태에서 전화를 건 것은 분명히 내 잘못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아무리 ‘충언’으로 포장을 한다고 해도 친구를 미친놈 취급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걸 언제까지나 계속 참고 들을 수는 없었다. ‘이제 여자를 좀 사귀어 보라’고 조언했던 장본인이 자기였으면서 내가 진주와 동거하는 게 그토록 부러웠나? 그리고 이제는 내가 맞닥뜨린 부정(不淨)이 은근히 통쾌한가? 결정적으로 나는 성준이 ‘망상’이란 표현을 또 쓰는 걸 도저히 용서해 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가시기 전 섬망(Delirium) 증상이 심했다. 망상이 섬망과 다른 용어라는 걸 알지만 나는 성준이가 그 말을 할 때마다 섬망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버둥거리던 생각이 났다. 그래서 쓰지 말아 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던 거였다. 나는 친구를 잃지 않으려고 정말 오래 참았다.


  흥분을 가라앉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기 전 심호흡을 했다. 현관에 들어선 순간부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평온한 표정을 지으려고 했다. 진주를 추궁하지 않기로 했다. 나도 알았다. 공연한 의심일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스포츠카 운전자가 누구였는지 확실히 보지 못했다. 게다가 진주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진주는 내게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진주가 마지막으로 일하던 업소를 찾아갔을 때, 진주는 내가 못 알아볼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군데군데 머리카락도 뽑혀있었다. 고치는 대신 상처를 감추기 위해 더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건 피에로 분장처럼 기괴했다. 몸에 걸친 옷에서 코를 찌르는 독한 향수 냄새가 났다. 불결한 냄새를 덮기 위해 점점 더 짙은 향수를 뿌려온 것 같았다. 진주의 가느다란 손가락의 피부 곳곳이 벗겨져 있었다. 포주 최 씨는 사거리 부근 반경 일 킬로미터 정도에 업소 서너 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진주가 있던 곳은 용도폐기 직전의 종착지 같은 곳이었다. 거기서 진주는 영혼 없는 웃음을 팔고 있었다. 내가 온 걸 알아차린 뒤 진주는 붙들고 버티던 어떤 줄을 놓아버린 것처럼 멍해졌다. 나는 그런 진주의 손을 잡고 당당히 그곳에서 걸어 나왔다. 포주 최 씨는 계좌에 꽂힌 선금을 확인한 뒤 문을 활짝 열고 진주를 놓아주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게 웬 횡재냐’는 놀라움, 그리고 경멸, 멸시 같은 것들이 엉겨있었다. 나는 진주가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게 하려고 또 많은 돈을 써야 했다.



  스포츠카 사건 이후로 나는 잘 먹지 못했다. 악몽 때문에 잠도 못 이뤘다. 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나는 집 현관에 CCTV를 설치했다. 매일매일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건진 게 없었다. 그렇다고 한번 품은 의심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짙어졌다. 한 달쯤 지나서 출근한 윤 씨가 손에 뭘 들고 나를 불렀다.


  “떡남, 이리 와봐.”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가기 싫었지만 오라니 가야 했다. 나는 작업용 작대기를 든 채로 무척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 씨가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봉투 하나를 흔들었다.


  “임대아파트에 사람이 없었나 보지? 대출 독촉이 이리로 오네?”


  나는 아무 말 없이 윤 씨가 건넨 우편물을 받았다. 거기엔 ‘수령인 부재’라는 도장이 찍혀있고 그 아래 ‘전산상의 다른 주소로 발송됩니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우편물을 받아 든 내 손아귀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두툼한 봉투가 사정없이 구겨졌다. 우리 동네를 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주소만 보고 임대아파트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윤 씨를 찌르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무기가 필요했다.


  아파트 단지 앞에는 적어도 반세기 전에는 사라졌을 법한 철물점이 있었다.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건 없다더니 마침 거기면 그럴듯한 걸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을 열자 ‘딸랑’하는 종소리가 들렸다. 가게 주인은 합판으로 얼기설기 엮은 작업대 위에 앉아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TV와 선풍기, 라디오, 컴퓨터, 전자레인지 등 이제는 사람들이 더 이상 쓰지 않는 고물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백발의 주인장은 바싹 말랐지만 꼿꼿했다. 내가 두리번거리자 주인장은 돋보기를 내리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찾는 게 있어?”


  “아 혹시… 주머니칼이 있을까요?”


  “어디 쓸라고?”


  “그냥요.”


  “그냥이 어딨어. 말해. 나 끌려가게 하지 말고.”


  “네?”


  “또 죽었어. 과도를 판 집이었거든.”


  13년 전 내가 어머니와 처음 입주할 당시만 해도 임대아파트는 활기가 있었다. 지금은 거대한 공동묘지 같은 곳이다. 2동 옆면에 누군가 붉은 페인트로 ‘고려장 명소’라고 낙서를 해놨는데 다들 체념했는지 지우는 사람도 없다. 서울에 살지 않는다는 건 생존확률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다. 서울 밖에선 의료 서비스를 받기가 거의 어렵기 때문이다.


  “하긴… 아직 젊으니까. 잠시만 기다려봐.”


  주인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물건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가게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휠체어가 지나갔다. 난 그걸 보다가 갑자기 큭 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허리가 90도로 굽은 할머니가 필사적으로 휠체어를 밀고 있는데 거기에 타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돌보미 로봇이었다. 아마 다리가 망가진 모양이었다. 사람도 고장 나지만 로봇도 고장이 난다. 우리 집은 한차례 소동을 겪은 뒤 자식인 내가 끝까지 어머니를 돌봤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노인들은 대개 돌보미 로봇과 함께 임대아파트에 들어온다. 정부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건데 수리비는 온전히 개인 몫이었다. 그래서 돌보미가 고장 나면 혼자 사는 노인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고독사하거나 자살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로봇을 고치기도 하나요?”


  “부탁은 받지. 운 좋으면 고치기도 해.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격이랄까.”


  주인장은 한참을 덜그럭거리며 고물들 사이를 뒤지더니 먼지가 잔뜩 앉은 손바닥 크기의 상자를 찾아냈다. 빨강, 노랑, 초록의 깃털 같은 것이 달린 이상한 막대로 쓱쓱 문질러 먼지를 털어냈다. 내가 손을 뻗자 그는 물건을 꼭 쥔 채 다시 나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혼자 사나?”


  “아니요. 동거하고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제야 칼을 내밀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그럴듯했다. 칼날과 손잡이가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이고 버튼을 누르면 손잡이에 숨어있던 칼날이 튀어나왔다.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벼려진 칼날을 살짝 쓸어보았다. 섬뜩하지만 동시에 짜릿한 느낌이 신경을 타고 올라왔다.


  “나 경 치게 하지 마. 알았지?”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살 도구로 쓸 건 아니니까. 미안했다. 윤 씨를 찔러도 철물점 주인은 조사를 받으러 갈 테니까. 나는 엄지와 검지를 벌려 칼날의 길이를 가늠했다. 이십 센티미터가 채 안 됐다. 거구인 윤 씨의 숨통을 일격에 끊어놓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내가 오른쪽 손목 태그로 값을 치르려던 순간 가게 밖에서 굉음이 들렸다. 빨간색 스포츠카였다. 창밖 약 20미터쯤 떨어진 곳에 차가 멈췄다. 나는 철물점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아저씨가 뒤에서 뭐라 뭐라 질러대는 소리는 전혀 안 들렸다. 닭 볏처럼 삐죽거리는 머리가 운전석 옆에 있었다. 윤 씨였다. 이번엔 분명했다. 그리고 흰 원피스 같은 것을 입은 여자가 조수석에 막 타려고 했다. 눈이 크고 얼굴이 갸름한, 입술 위에 점이 있는… 그건 진주였다. 난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러나 여자는 이미 조수석에 올라 문을 닫았고 스포츠카는 굉음을 내며 출발했다. 내가 따라잡을 속도가 아니었다. 자동차는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나는 차가 떠난 방향으로 의미 없이 한참을 달렸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탈진 직전이었다. 그런데 진주가 집에 있었다. 멀쩡히 저녁을 차리고 있었다. 내 쪽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또 그러느냐는 듯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힐난하는 것처럼. 내 표정은 뒤틀리고 있었다.


  “어딜… 다녀온 거야?”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니요. 그런 일 없는데요?”


  오히려 집에 진주가 없었더라면 더 마음이 편안했을 것 같았다. 상황이 깔끔해지는 거니까.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진주는 윤 씨와 바람이 났고, 나는 이제 윤 씨를 찌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진주에 대해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만약 스포츠카 꽁무니를 뒤쫓는 나를 보고 나보다 먼저 되돌아온 거라면, 진주는 당하는 처지만은 아닌 것이다.


  “알고 있지? 이 동네에서 너처럼 생긴 건 너밖에 없어.”


  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진주의 팔을 잡고 침실로 끌고 들어갔다. 진주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두 팔로 가슴을 보호하듯 감쌌다. 실랑이하는 틈에 주머니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진주의 얼굴에 짙은 두려움이 어렸다. 나는 진주를 매트리스 위에 넘어뜨렸다. 목 위가 달아나고 없는 인형을 상대하는 것처럼 일을 치렀다.



  그날 작업장의 문어 로봇이 작동을 멈췄다. 팔을 힘없이 축 늘어뜨린 모습이 꼭 죽은 문어 같았다. 나는 구경거리도 할 일도 없어서 그저 빈둥거리고 있었다. 윤 씨를 찌르려면 더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한데 벌써 겨울이 다 되어가도록 나는 여태 그걸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안 찾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비공들이 도착했다. 자기들끼리 어깨를 으쓱거리며 쑥덕거리더니 왜 고장이 났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나한테 얘기하지 말고 저 위층 감독관한테 얘기해야 할 거라고 말했다. 그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한 사람을 대표로 올려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렸다. 윤 씨가 사무실 안에서 쏟아내는 욕설이 1층까지 아주 또렷하게 들렸다. 한 삼십 분쯤 지났나? 정비공 대표는 얼굴이 허옇게 되어서 나왔고 동료들은 그가 불쌍하다는 듯 어깨를 툭툭 쳐줬다.


  그들이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성을 이기지 못해서 그랬는지 윤 씨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나와서 수화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나는 등부터 굽어졌다.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나는 귀를 막았다. 그래서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잘 안 들렸다.


  “돈 많이 쓰지 말라고 그랬지? 이렇게 냄새나고 더러운 데 와서 일하는 내가 갑부로 보여? 늙은이 그냥 바닥에 똥 싸고 오줌 싸고 그러라 그래. 다 니가 치우면 될 거 아냐. 환경보호도 몰라? 왜 일회용 기저귀를 그렇게 사들이는 거야? 임대아파트가 무슨 아방궁이야? 그냥 죽지만 않게 하라고. 뭐?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이게 사람도 아닌 주제에 어디서 말대답이야! 안 되겠네. 안 되겠어. 당장 여기로 뛰어와. 그래 당장! 뭐? 노친네야 굶건 말건 지금 뛰어오라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누군가 공장 밖에서 서성였다. 간호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2층에 있던 윤 씨가 육중한 덩치로 쿵쾅거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철문을 열고 폐기물 처리장 앞 도로로 달려 나갔다. 나는 윤 씨의 그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지 않았다. 나와 관련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열린 철문 사이로 보인 광경에 나는 너무 당황해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곳에 야릇한 복장으로 서 있는 건 진주였다.


  “기저귀를 자주 갈지 않으면 욕창이 생깁니다.”


  “진짜 이게 미쳤나. 어따 대고 지적질이야? 어?”


  “본인 어머니시잖아요.”


  “진짜 이게.”


  솥뚜껑 같은 윤 씨의 손이 갑자기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진주의 뺨에 내리 꽂혔다. 진주의 몸이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바싹 마른 콘크리트 바닥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나도 한 대 맞으면 저 꼴 나기 십상일 거였다. 그래도 할 수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칼을 꺼냈다. 칼집의 단추를 누르자 칼날이 튀어나왔다. 칼을 단단히 잡았다. 나는 총검에 의지해 적진에 돌진하는 병사처럼 소리를 지르며 윤 씨를 향해 뛰어갔다. 윤 씨가 내 쪽을 돌아봤다. 처음엔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번쩍이는 칼을 보고는 그 거구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나는 의기양양해져서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달렸다. 윤 씨는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막아!”


  그때였다. 죽은 듯 쓰러져있던 진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내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끼어들었다. 충돌 직전이었다.


  “비켜”


  진주는 애초에 나를 막을 정도의 힘은 없었다. 나는 팔꿈치로 진주를 밀어 쓰러뜨렸다. 나는 달리고 있는데 눈물이 났다. 너무 서러웠다. 내가 태어나서 한 번도 내보지 못한,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오지 않던 괴성이 내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건 비명과 비슷한 소리였다. 나는 달리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어느 틈에 나를 따라잡은 진주가 내 다리를 붙잡은 것이었다. 윤 씨는 멀어지고 있었다.


  “놔, 이거 놓으라고!”


  나는 진주를 다치게 하기 싫었다. 윤 씨를 찔러야 했다. 다리를 내저어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진주는 필사적으로 내 다리를 붙들었다.


  “왜 나를 잡아!”


  진주는 미친 것 같았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괴성을 질렀다. 나는 피가 거꾸로 솟았다. 분노가 치밀었다. 사실은 윤 씨가 미운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진주가 미웠을지도 모른다. 나는 다리를 붙잡은 진주의 옆구리를 찔렀다. 한 번 찌르니까 두 번도 찌를 수 있었다. 진주의 옆구리에서는 녹색에 가까운 푸른 액체가 줄줄 흘러나왔다.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도 아직 진주의 팔은 굳건하게 내 다리를 붙들고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진주의 등과 목, 팔과 다리를 도륙했다.


  탕,


  총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동시에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오른팔에서 느껴졌다. 그제야 내 팔이 움직임을 멈췄다.


  “당신을 재물 손괴죄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합니다.”


  경찰이었다. 경찰은 한참 뭐라 뭐라 알 수 없는 말을 읊었다. 경찰의 옆에는 윤 씨가 서 있었다.


  “이 새끼, 완전히 돌은 놈이에요. 사창가에서 낡아빠진 로봇을 사갔다고 들었을 때 진작 잘라버렸어야 하는데.”


  “사창가에서요?”


  “그렇다니까요. 내가 노친네 간병에 쓰고 있는 모델, 저거랑 같은 걸 거예요.”


  “그럼 우리 거랑도 같은 모델인데?”


  “아니 경찰 나리들도 아직 이런 구식 모델을 써요?”


  “여기 변두리잖아요. 그러고 보니 저게 관절 자유도가 높아서 한때 변태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단 얘긴 들었던 것 같네.”


  경찰은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푸른색 경찰 제복을 입은 여자를 가리키며 낄낄거렸다. 그 여자는 내 팔을 잡고 소독 분말을 뿌린 뒤 공을 들여 붕대를 감아줬다. 나는 멀거니 그 차분한 얼굴을 보았다.


  큰 눈, 입술 위의 점. 거기에 또 진주가 있었다.


끝.


이 작품은 방통대 국문과 서울지역 학생회 문예지 '통문' 2023년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림출처 : https://une-autre-histoire.org/guillaume-guillon-lethiere-biogra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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