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미래연구소 #08
한국 시간으로 23일, 미국의 민간 탐사선 오디세우스(Odysseus)가 달에 착륙해 지구로 생존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이미 반세기 전에 사람이 달에 다녀왔는데, 별로 크지도 않고 게다가 사람도 타지 않은 탐사선이 달에 내려앉은 게 뭐가 대단하냐?' 의문을 갖는 분들 있을 겁니다. 노바 하리리 소장과 은이은 작가가 이 주제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내용을 가까운미래연구소 시리즈의 두 번째, <마침내, 우주 대항해 시대 열린다>로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독자들의 많은 성원 부탁 드리겠습니다.
은 지난번에도 로봇 관련 얘기를 하면서 간간이 로켓 얘기도 하셨는데, 이번 주제는 진짜 로켓이네요.
하 네, 이 분야도 언제 한 번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은 일단 오디세우스 얘기를 좀 정리해 주시죠.
하 우리 독자들은 아마도 관련 기사를 이미 보셨을 것 같으니까 기사의 아주 세부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똑바로 못 내렸고 금방 기능이 정지될 거라는 등의 기사는 다 보셨을 겁니다. 그 대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핵심 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좀 생소한 용어가 나오더라도 일단 넘어가 주세요. 다시 자세히 설명을 할 거니까요.
첫 번째,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발사체(로켓)와 탑재체(착륙선)가 아니다. 두 번째, 인간의 조종이 아니라 자동으로 달 표면에 착륙했다. 또한 동시에 달에서 자동항법 시스템을 시연하는 장비다. 세 번째, 착륙 장소가 달의 남극이다.
은 세 가지 포인트 모두 단어 자체의 뜻은 다 알겠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요?
① 오디세우스는 국가주도로 만들어진 탐사선이 아니다
하 그렇죠?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일단 첫 번째 포인트부터 설명을 해볼까요?
언론의 헤드라인에는 대개 '52년 만에 달에 착륙'이란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인류가 마지막으로 달에 갔던 게 1972년입니다. 벌써 5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거죠. 생각해 보세요 50년 전이면 핸드폰은 당연히 없고 요새는 흔한 개인용 컴퓨터, PC도 나오기 전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자기 차고에서 애플-1을 만들었던 게 1976년입니다. 그런데 신기하지 않나요? 어떻게 그 시절에 그런 게 가능했었는지 말입니다. 사람을 태워서 달에 가고 그것도 달 표면에 착륙해서 걷고 뛰고 월면차를 타고 드라이브까지 했으니까요.
"어떻게?"라는 질문에 두 가지 답을 할 수 있을 겁니다. (1) 그때는 미국과 옛 소련 두 강대국이 경쟁을 벌이며 국가 주도의 사업으로 추진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2) 달에 사람을 보내는 기술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거의 동일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달 탐사 경쟁은 이른바 '냉전시대'의 산물이었던 겁니다.
그러면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을 품을 수 있겠죠. 그 열띤 경쟁이 왜 갑자기 식어버렸을까? 왜 그 뒤로는 달에 대한 관심이 식었을까?
은 그런 이유 때문에 뜨거웠다면 식었던 이유도 간단하네요. 냉전시대가 끝났으니까?
하 맞습니다. 그겁니다. 그런데 이유가 그것 만은 아닙니다. ( 은 하리리 소장님은 정말 말장난 좋아하시나 봐요. 저는 별로인데. 또 무슨 이유가 있는데요? ) 경제성입니다. 로켓을 만들어 달에 보내는 일은 너무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데, 그에 비해서 달에서 가져올 만한, 돈이 될 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가 봐야 별 볼일 없다.'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은 그런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하 아니요. 몇 가지 이유에서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제가 아까 제시했던 첫 번째 핵심 키워드, '민간 개발'이 매우 중요한 변화 요인입니다. '마침내, 로봇이 온다'에서도 몇 번 등장했던 일론 머스크가 여기에서 또 나옵니다.
아폴로 시리즈를 우주로 보낸 새턴5의 경우 한 번 발사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었을 것 같습니까? ( 은 그걸 제가 알 리가 없죠. ) 2023년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30억달러(약 3조9천억원)이 들었습니다. 한 해에 우리나라에서 걷히는 종합부동산세가 약 5조7천억원입니다. 그러니까 로켓 한 번 쏘는데 우리나라 종부세 전체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국방 예산이 한 해에 55조니까, 국방예산의 10분의 1을 한 번에 쓸 정도의 액수입니다.
은 저는 숫자에 매우 약해서 그래도 감이 잘 안 옵니다만, 엄청난 액수라는 건 알 것 같습니다.
하 이렇게 많이 드는 건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닌 탓도 있지만, 한 번 밖에 사용을 못하는 제품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차를 목적지까지 편도만 탄 뒤에 불태워 버리는 셈인 거죠. 그래서 미국도 옛 소련도 재활용 로켓을 연구하기 시작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우주왕복선 인데, 발사 비용을 좀 낮추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비쌌습니다. 최대 27.5톤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가 있었는데, 그 비용이 무려 18억 달러가 들었습니다. 비싸기도 비쌌지만 여러 번 큰 사고가 나서 귀중한 인명이 희생됐습니다. 결국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는 폐기되고 말았죠.
은 음... 그럼 이제 스페이스X 이야기를 하시려는 거죠? 재사용 로켓이요.
하 그렇습니다. 그냥 수치로 비교하려고요. 스페이스X에서 만든 팰컨 9이라는 로켓이 있는데, 같은 무게를 지구 궤도에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17분의 1에 불과합니다. 우주왕복선과 비교했을 때 말입니다. 아까 제가 그랬잖아요 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갔다가 태워버리고 오는 셈이라고요. 그런데 일론 머스크가 한 일은 로켓도 '자동차처럼 기름을 넣어서 다시 쓰는 탈 것'으로 바꿔버린 겁니다. 값을 이렇게 낮추니까 무슨 일이 벌어지겠어요, 경제성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한마디로 장사가 되는 일이 되었다는 뜻이죠.
마침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폐기한 NASA는 옛 소련, 그러니까 러시아의 도움 없이는 우주정거장에 사람이나 물자를 보낼 수 없는 딱한 처지에 있었어요. 미국 우주인이 아예 정거장에 못 간다... 그러면 우주정거장이 사실상 러시아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스페이스X가 그런 처지를 피하게 해준 겁니다. 구세주가 된 것이죠. 그래서 NASA의 사업, 우주정거장에 우주인과 화물을 보내는 사업을 스페이스X라는 민간기업이 독점하게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우주에 위성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국가를 포함해서)이 많을 거 아닙니까? 꼭 우주개발 때문이 아니라, 통신위성도 보내야 하고 기상 관측 위성도 보내야 하고 나아가 군사용 위성도 보내야 하니까요. 그런데 값을 17분의 1로 확 낮추니까, '그 가격이면 우리도 위성(탑재체)을 보낼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게 된 기업이나 국가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민간 발사체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탑재체 시장도 활성화 되고, 국가 주도의 탑재체 뿐만 아니라 민간의 탑재체 개발도 더 활성화된 겁니다. 지금 스페이스X는 그 시장도 거의 독점하고 있습니다. 우선 싸니까요. 그리고 성공률도 매우 높습니다. 그렇게 해서 돈을 물처럼 쏟아부어왔던 스페이스X는 지난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은 그렇다면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NASA의 생각도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하 역시 예리하십니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그 이야기는 다음 회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다음 회에 계속)
"백 투더 문" 美, 반세기만에 달 착륙…민간 탐사선 세계 최초(종합3보)
https://www.yna.co.kr/view/AKR20240223120300009
아폴로17호 이후 52년 만에 달에 착륙한 미 우주선 '오디세우스'
https://www.etnews.com/20240223000017
잡스가 차고서 만든 애플 첫 PC, 3억원에 낙찰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08/26/COMEK5S33BDAHN3OPZNVDSCC5E/
우주 경쟁의 시작
https://magazine.securities.miraeasset.com/contents.php?idx=661
똑같은 발사체…위성 달면 ‘우주발사체’ 탄두 달면 ‘탄도미사일’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094323.html
로켓 재사용, 우주왕복선이 열고 스페이스엑스가 꽃피웠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117142.html
9년 간 러시아 도움 없이 우주에 가지 못했던 미국
https://blog.naver.com/karipr/221979420086
잘 나가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우주발사체 시장 사실상 독점"
https://www.yna.co.kr/view/AKR20230707136000009
머스크 ‘로켓 배송’ 21년 만에 획을 긋다... 스페이스X 사상 첫 흑자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3/08/21/6XZE2GPLQFCF7KXZE746ZVFC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