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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Mar 02. 2024

마침내, 우주 대항해 시대 열린다(1)

가까운미래연구소 #08 

한국 시간으로 23일, 미국의 민간 탐사선 오디세우스(Odysseus)가 달에 착륙해 지구로 생존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이미 반세기 전에 사람이 달에 다녀왔는데, 별로 크지도 않고 게다가 사람도 타지 않은 탐사선이 달에 내려앉은 게 뭐가 대단하냐?' 의문을 갖는 분들 있을 겁니다. 노바 하리리 소장과 은이은 작가가 이 주제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내용을 가까운미래연구소 시리즈의 두 번째, <마침내, 우주 대항해 시대 열린다>로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독자들의 많은 성원 부탁 드리겠습니다.  


 지난번에도 로봇 관련 얘기를 하면서 간간이 로켓 얘기도 하셨는데, 이번 주제는 진짜 로켓이네요. 


 네, 이 분야도 언제 한 번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타이밍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오디세우스 얘기를 좀 정리해 주시죠. 


 우리 독자들은 아마도 관련 기사를 이미 보셨을 것 같으니까 기사의 아주 세부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똑바로 못 내렸고 금방 기능이 정지될 거라는 등의 기사는 다 보셨을 겁니다. 그 대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핵심 포인트 세 가지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좀 생소한 용어가 나오더라도 일단 넘어가 주세요. 다시 자세히 설명을 할 거니까요.  


  첫 번째,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발사체(로켓)와 탑재체(착륙선)가 아니다. 두 번째, 인간의 조종이 아니라 자동으로 달 표면에 착륙했다. 또한 동시에 달에서 자동항법 시스템을 시연하는 장비다. 세 번째, 착륙 장소가 달의 남극이다.



 세 가지 포인트 모두 단어 자체의 뜻은 다 알겠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요? 


① 오디세우스는 국가주도로 만들어진 탐사선이 아니다


 그렇죠?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일단 첫 번째 포인트부터 설명을 해볼까요? 

  언론의 헤드라인에는 대개 '52년 만에 달에 착륙'이란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인류가 마지막으로 달에 갔던 게 1972년입니다. 벌써 5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거죠. 생각해 보세요 50년 전이면 핸드폰은 당연히 없고 요새는 흔한 개인용 컴퓨터, PC도 나오기 전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자기 차고에서 애플-1을 만들었던 게 1976년입니다. 그런데 신기하지 않나요? 어떻게 그 시절에 그런 게 가능했었는지 말입니다. 사람을 태워서 달에 가고 그것도 달 표면에 착륙해서 걷고 뛰고 월면차를 타고 드라이브까지 했으니까요. 


  "어떻게?"라는 질문에 두 가지 답을 할 수 있을 겁니다. (1) 그때는 미국과 옛 소련 두 강대국이 경쟁을 벌이며 국가 주도의 사업으로 추진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2) 달에 사람을 보내는 기술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거의 동일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달 탐사 경쟁은 이른바 '냉전시대'의 산물이었던 겁니다. 


  그러면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을 품을 수 있겠죠. 그 열띤 경쟁이 왜 갑자기 식어버렸을까? 왜 그 뒤로는 달에 대한 관심이 식었을까? 


 그런 이유 때문에 뜨거웠다면 식었던 이유도 간단하네요. 냉전시대가 끝났으니까? 


 맞습니다. 그겁니다. 그런데 이유가 그것 만은 아닙니다. (  하리리 소장님은 정말 말장난 좋아하시나 봐요. 저는 별로인데. 또 무슨 이유가 있는데요? ) 경제성입니다. 로켓을 만들어 달에 보내는 일은 너무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데, 그에 비해서 달에서 가져올 만한, 돈이 될 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가 봐야 별 볼일 없다.'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아니요. 몇 가지 이유에서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제가 아까 제시했던 첫 번째 핵심 키워드, '민간 개발'이 매우 중요한 변화 요인입니다. '마침내, 로봇이 온다'에서도 몇 번 등장했던 일론 머스크가 여기에서 또 나옵니다. 


  아폴로 시리즈를 우주로 보낸 새턴5의 경우 한 번 발사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었을 것 같습니까? (  그걸 제가 알 리가 없죠. ) 2023년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30억달러(약 3조9천억원)이 들었습니다. 한 해에 우리나라에서 걷히는 종합부동산세가 약 5조7천억원입니다. 그러니까 로켓 한 번 쏘는데 우리나라 종부세 전체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국방 예산이 한 해에 55조니까, 국방예산의 10분의 1을 한 번에 쓸 정도의 액수입니다. 


 저는 숫자에 매우 약해서 그래도 감이 잘 안 옵니다만, 엄청난 액수라는 건 알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이 드는 건 대량생산을 있는 제품이 아닌 탓도 있지만, 밖에 사용을 못하는 제품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차를 목적지까지 편도만 탄 뒤에 불태워 버리는 셈인 거죠. 그래서 미국도 옛 소련도 재활용 로켓을 연구하기 시작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우주왕복선 인데, 발사 비용을 좀 낮추긴 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비쌌습니다. 최대 27.5톤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가 있었는데, 그 비용이 무려 18억 달러가 들었습니다. 비싸기도 비쌌지만 여러 번 큰 사고가 나서 귀중한 인명이 희생됐습니다. 결국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는 폐기되고 말았죠. 


 음... 그럼 이제 스페이스X 이야기를 하시려는 거죠? 재사용 로켓이요. 


 그렇습니다. 그냥 수치로 비교하려고요. 스페이스X에서 만든 팰컨 9이라는 로켓이 있는데, 같은 무게를 지구 궤도에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17분의 1에 불과합니다. 우주왕복선과 비교했을 때 말입니다. 아까 제가 그랬잖아요 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갔다가 태워버리고 오는 셈이라고요. 그런데 일론 머스크가 한 일은 로켓도 '자동차처럼 기름을 넣어서 다시 쓰는 탈 것'으로 바꿔버린 겁니다. 값을 이렇게 낮추니까 무슨 일이 벌어지겠어요, 경제성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한마디로 장사가 되는 일이 되었다는 뜻이죠.  


  마침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폐기한 NASA는 옛 소련, 그러니까 러시아의 도움 없이는 우주정거장에 사람이나 물자를 보낼 수 없는 딱한 처지에 있었어요. 미국 우주인이 아예 정거장에 못 간다... 그러면 우주정거장이 사실상 러시아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스페이스X가 그런 처지를 피하게 해준 겁니다. 구세주가 된 것이죠. 그래서 NASA의 사업, 우주정거장에 우주인과 화물을 보내는 사업을 스페이스X라는 민간기업이 독점하게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우주에 위성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국가를 포함해서)이 많을 거 아닙니까? 꼭 우주개발 때문이 아니라, 통신위성도 보내야 하고 기상 관측 위성도 보내야 하고 나아가 군사용 위성도 보내야 하니까요. 그런데 값을 17분의 1로 확 낮추니까, '그 가격이면 우리도 위성(탑재체)을 보낼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게 된 기업이나 국가가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민간 발사체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탑재체 시장도 활성화 되고, 국가 주도의 탑재체 뿐만 아니라 민간의 탑재체 개발도 더 활성화된 겁니다. 지금 스페이스X는 그 시장도 거의 독점하고 있습니다. 우선 싸니까요. 그리고 성공률도 매우 높습니다. 그렇게 해서 돈을 물처럼 쏟아부어왔던 스페이스X는 지난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NASA의 생각도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역시 예리하십니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그 이야기는 다음 회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다음 회에 계속) 


"백 투더 문" 美, 반세기만에 달 착륙…민간 탐사선 세계 최초(종합3보)

https://www.yna.co.kr/view/AKR20240223120300009

아폴로17호 이후 52년 만에 달에 착륙한 미 우주선 '오디세우스'

https://www.etnews.com/20240223000017

잡스가 차고서 만든 애플 첫 PC, 3억원에 낙찰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08/26/COMEK5S33BDAHN3OPZNVDSCC5E/

우주 경쟁의 시작

https://magazine.securities.miraeasset.com/contents.php?idx=661

똑같은 발사체…위성 달면 ‘우주발사체’ 탄두 달면 ‘탄도미사일’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094323.html

로켓 재사용, 우주왕복선이 열고 스페이스엑스가 꽃피웠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117142.html

9년 간 러시아 도움 없이 우주에 가지 못했던 미국 

https://blog.naver.com/karipr/221979420086

잘 나가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우주발사체 시장 사실상 독점"

https://www.yna.co.kr/view/AKR20230707136000009

머스크 ‘로켓 배송’ 21년 만에 획을 긋다... 스페이스X 사상 첫 흑자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3/08/21/6XZE2GPLQFCF7KXZE746ZVFC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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