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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an 28. 2024

인간과 함께하거나,
인간을 대체하거나

마침내, 로봇이 온다 #02 



 그런데, 좀 지루해서요. '노바 하리리'라는 이름이 아마 필명이실 것 같은데, 속된 표현을 쓰자면 좀 '구리다'라고 해야 할까요? 무슨 뜻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러는 작가님은요. 우영우도 아니고 은이은은 또 뭡니까? 


빠른 기술 변화에 두려움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참, 단 한 번도 그냥 못 넘어가시는군요. 성격이 참 좋으세요.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우리 대부분은 일상적인 삶에 지쳐있잖아요. 그러다 고개를 들어보면 세상이 많이 바뀌어 있고. 저도 연식이 좀 있어서... 어떤 면에선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 보면 굉장히 두렵기도 하잖아요. 예를 들어 부모님이 그런 말씀하신 적 있어요. "이제는 음식점 가는 것도 주차장 가는 것도 두렵다." 왜 그렇게 느낀냐고 여쭤봤더니 답이 간단했어요. 키오스크가 무섭다고 하시더라고요. 계속 뭔가 달라지고 그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렵다고요. 조카가 요즘 알바를 구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참 어렵대요. 

제가 어릴 적만 해도 햄버거집 가면 주문받아주는 알바가 상당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자리는 없대요. 사람들이 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니까요. 아까 원더키디 얘기를 했었는데 그런 방식으로 변화가 오지는 않았지만 생각해 보면 변한 것도 많거든요. 핸드폰 나오면서 카메라도, 필름도, 현상소도 다 없어지고 달력도 다이어리도 시계도 MP3도 CD도 사라진 것 같아요. 대중교통 이용하다 보면 옛날엔 신문이나 잡지 보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죠. 

길었네요. '이은'이라고 지으려고 했어요. 저는 SF를 쓰니까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를 이어주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다리를 놓아주는... 그런 소망이었죠. 그런데 '이은'이 좀 심심해서 그냥 앞에 '은'을 붙인 겁니다. 그래서 은이은 이 된 거예요. 


 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군요. 저는 그냥 장난으로 지은 건데. 노바(nova)는 라틴어인데 신성(新星)을 그렇게 불러요. '수퍼노바'라는 말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초신성이라고도 하죠. 이 분야에서 신성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냥 그렇게 해봤어요. 


 정말 유치하군요. 


 뭐, 제 맘이죠. 갈 길이 바쁘니까 이쯤에서 본론으로 돌아가볼까요? 새 로봇이 이전과 다른 점을 정리했는데요. 첫 번째, 개념적으로 인간이 있는 자리에 함께하거나 그 자리를 대체하도록 설계되었다. 두 번째, 새 로봇은 차원이 다른 인공지능과 연계되어 개발되고 있다. 세 번째, 새 로봇은 전기 액추에이터로 작동한다.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저는 '개념적으로'라는 말이 맘에 안 듭니다. 


① 새 로봇은 인간과 함께하거나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게 만들어진다


 네... 저도 그 말을 쓸 때 고심을 좀 했는데요, 무엇을 만들 때는 왜, 무엇을 위해 만드느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혹시 '휴보'라고 들어보셨어요? 당연히 들어보셨겠죠. 한국과학기술원, KAIST의 작품이었고 유명세를 좀 탔죠. 왜냐면 2015년 세계재난로봇대회(DRC)에서 1위를 차지했거든요. 아틀라스는 물론이고 새 로봇과 비교를 해보면 정말 '격세지감'이란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제가 앞에서 설명했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도 바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2011년에 있었고, DRC 1차 대회는 이 사고가 일어난 뒤인 2013년 12월에 열렸어요. DRC 동영상을 찾아보시면 아마 로봇들이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열고 밸브를 잠그고 그런 장면들이 나올 겁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면요, 이때는 로봇 기술 발달 수준도 지금보다 훨씬 못했지만, '개념적으로' 가사 일을 돕는다던지 요리를 한다던지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한다던지 이런 임무를 맡길 로봇을 뽑는 대회가 아니었고 재난 현장에 투입할 로봇을 뽑는 대회였던 겁니다. 또 하나, 아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국 군 자금(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 DARPA)으로 컸던 회사라고 했는데 세계재난로봇대회도 같은 기관, DARPA에서 돈을 댔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게 뭐가 중요하죠? 


 접근법이 크게 다릅니다. 지난번에 제가 첫 번째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새 로봇은 '인간의 체형, 인간의 손을 닮은 로봇'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했잖아요? 생각해 보세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자주 일어날 일인가요? 아니죠? 그리고 총을 쏘는 로봇 병사를 상상해 보세요. 그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윤리적으로 쉽게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 일일까요? 아닐 겁니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가 공중제비를 돌고 묘기를 부리고 춤을 추는데 그게 신기해 보이기는 하지만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게다가 아틀라스는 사람의 몸과는 체형이 다르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시끄럽기도 하고요. 

그래요, '개념적'이라는 말 보다는 '쓸모'라는 말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뭐에 쓸 로봇이냐, 그 접근법이 다른 로봇이었던 겁니다. 여기서 새 로봇, 옵티머스의 현재 버전을 아틀라스와 비교해 보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아래 사진은 아직 개발 중이지만 FIGURE가 지향하는 방향을 보여줍니다.  


https://www.figure.ai


개발사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인데요, 위에 깨알 같은 영문을 보면 '세계 최초의 상업적으로 생존가능한(commercially-viable) 자율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개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의역을 해보자면 'commercially-viable'은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잘 보시면 'Payload'라고 해놓고 20kg이라고 적어놓은 게 보이실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글쎄요, 우주로켓에서 그런 표현을 많이 쓰는데, 얼마나 무거운 탑재물을 싣고 갈 수 있는 추력을 갖췄느냐 이런 뜻이던데... 로봇이라면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를 말하는 걸까요?


 정답입니다. 센스가 있네요. 쉽게 쌀 20kg 한 포대라고 보면 될 겁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그렇게 무거운 걸 들지 않거든요. 게다가 100m 달리기를 하거나 공중제비를 돌 일도 없죠. 개발하고 있는 이 로봇의 속도는 초속 1.2m 그러니까 시속으로 따지면 4.32km입니다. 그냥 사람이 천천히 걷는 속도입니다. FIGURE의 키는 170cm에 몸무게는 60kg이네요. 게다가 어느 정도 몸체의 개발이 끝나면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사람의 피부처럼 탄력이 있는 소재를 입힌다는 계획입니다. 불쾌한 골짜기를 완전히 건널 수준은 아니지만 아주 가까이 근접해가고 있는 셈이죠. 

또 FIGURE도 그렇고 테슬라의 옵티머스도 그렇고 동일하게 손의 움직임을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커피머신을 작동시키고, 옷을 개고, 손을 정교하게 써야 하는 일상의 가사노동까지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커피머신을 작동시켜라'라는 명령만 내리면 자율적으로, 자세를 스스로 수정하면서(self correction) 임무를 이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빨래를 개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놀라운 건 이 동영상이 몇 배속을 한 동영상이 아니라 정상속도라는 점입니다. 


 그래서요? 


 아까 제가 말했죠.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이란 말이요. 이건 달리 말하면 '살 사람이 있는'이라는 뜻이고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는'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그치는 장난이 아니라는 겁니다. 

일론 머스크가 한 일을 한 번 생각해 보자고요. 이 사람은 몽상가가 아닙니다. 괴짜이긴 하지만 엄청난 돈을 번 사람입니다. 틀을 깨는 창의적인 생각과 무시무시한 추진력으로요. 예를 들어보죠. '믿을 수 없는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서 결재를 하도록 만들겠다' 그 시대에서 조망해 보면 정말 황당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페이팔을 성공시켰어요. 그것뿐인가요? 전기로 작동하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테슬라를 일구었고, 1단 추진체는 물론 페어링까지 재사용하는 로켓을 만들어서 전 세계의 우주산업을 전혀 다른 시대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가 휴머노이드 로봇, 인간형 로봇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우리 이야기의 출발점이 BMW와 로봇이었잖아요. 일론 머스크의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로봇 옵티머스를 완성시켜서 테슬라 공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머스크는 처음부터 이 로봇을 싼 값에, 대량생산할 거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이해가 안 되는 것이요 지금도 자동차 공장에는 산업용 로봇이 도입되어 있지 않나요? 그것도 오래전부터. 


 물론 그렇죠. 그런데 그것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더 문제라는 겁니다. 


( 다음 회에서 계속) 




키오스크, 시사경제용어사전 (moef.go.kr)

신성 (천체)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휴보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DARPA Robotics Challenge - 나무위키 (namu.wiki)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KAIST HUBO passing over debris - DRC Winner 2015 (youtube.com)

KAIST HUBO drilling a hole - DRC Winner 2015 (youtube.com)

Figure Promises First General-Purpose Humanoid Robot - IEEE Spectrum

인간과 너무 닮으면 혐오감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 | 중앙일보 (joongang.co.kr)

Figure 01 AI Robot Making Coffee with Self Correction - Robotic Gizmos

Tesla Optimus Bot Folds Laundry (youtube.com)

전자결제, 전기자동차, 우주산업까지… 세기의 천재, ‘일론 머스크’ - 기술과혁신 웹진 (koita.or.kr)

“인간 노동의 종말” 테슬라, 기가팩토리 로봇 ‘옵티머스’ 투입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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