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로봇이 온다 #07
생산 현장에 '인간형 로봇 투입' 기사가 자주 나올 것이다
하 맞습니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저 역시, '아, 이 상황은 꼭 정리를 하고 가야겠다'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일부 기사들에서도 다루기는 하는데, 맥락이 생략되어서 무슨 소리인지 알기 어렵거나 흥밋거리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서요. 제가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해외에서 새로 나오는 기사들을 계속 찾아보고 있는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학자들의 대담이나 분석 기사들도 비슷한 논점에서 말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로봇공학에 관한 학위가 있거나 한 건 아니어서 살짝 걱정을 했는데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맥을 잘 짚은 것 같았습니다. 정말 다행이죠? ( 은 자화자찬이 수준급이십니다. ) 제 생각에는 예상컨대, BMW처럼 큰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에 투입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게 실제로 공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건지 검증도 제대로 안 된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서두를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속도', '그리고 경쟁'입니다.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의 리더들이 보기엔 지금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바뀌는데, 흐름에 제때 올라타지 못하면 완전히 도태되어 버리겠다고 판단하는 거죠. 요새 시가총액 1위 기업을 바꾸며 인공지능 관련 이슈가 증시를 달구고 있는데 삼성은 뭔가 계속 뒤떨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주가도 계속 주춤거리고요. 저는 그 원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은 뭐가 마찬가지라는 거죠? ) 변화를 읽고 속도감 있게 대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겁니다. 삼성이라는 조직이, 원래 만들던 제품을 계속 잘 만드는 건 해도 새로운 기술적 변화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제대로 보고, 자기가 갖고 있는 기술들을 그 방향으로 효과적으로 정렬시키는 데는 한계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은 동의합니다. 동시에 말이죠, 저는 이제는 기업의 리더가 전통적인 '경영수업'만으로 회사를 이끌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는 생각도 같이 드는데요? 우리가 익히 아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말할 것도 없고, 일론 머스크(테슬라), 샘 알트먼(오픈 GPT) 등 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창업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전부 기술자 출신이거든요.
그리고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얘기하자면, 저는 하리리 소장님 얘기 듣는 내내 그리고 요즘 분위기를 바라보면서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스(1936)가 생각났어요.
하 역시! 작가님 아주 적절한 예를 들어주셨네요. 로봇의 등장과 관련해서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방직기가 도입될 무렵의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러다이트 운동'까지 갈 것도 없이 컨베이어 벨트가 도입될 당시, 그러니까 20세기 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가 되짚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은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면서 생산성이 6배나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하 네 맞습니다. 찾아보니까 마침 KDI 사이트에 잘 정리된 글이 있어서, 그 내용을 좀 참조해서 설명드릴게요.
헨리 포드라는 사람이 있잖아요. 포드 자동차 창업자요. 그 사람이 자동차 생산 공정에 말씀하신 것처럼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했어요. 띠 모양의 장치를 통해서 자동차 부품들이 단계적으로 자동으로 옮겨지고, 노동자들은 벨트 앞에 서서 자기가 맡은 일만 반복적으로 하면 됐습니다. 이게 당시 사회에 준 충격이 엄청납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량 생산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죠.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시간이 630분에서 93분으로 단축되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 도입은 대량생산 가능케 했지만 대공황의 도화선이 되었다
생산성은 크게 올라갔는데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과거의 방식으로 일할 때보다 생산력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사람이 덜 필요하다는 뜻이 되니까요. 공장에서는 철컥철컥 물건이 쏟아지는데, 노동자들이 자리를 잃다 보니 물건을 살 처지가 되는 사람이 없어진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게 이른바 '대공황'입니다. 물건을 못 파니까 공장은 망하고, 안 그래도 없던 일자리가 더 없어진 거죠. 1932년 미국의 실업자는 5,000만 명이 넘었습니다. 임금은 3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니었는데 독일도 실업률이 40%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즉 경제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로 빠진 원인이 다름 아닌 컨베이어벨트, 대량생산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채플린의 모던타임스가 1936년에 나온 영화이잖아요? 그 영화에 나오는 컨베이어벨트에 대한 묘사, 분업에 대한 묘사...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 당시 상황에 대한 눈물 나는 증언인 겁니다.
은 과거를 통해 배우는 건 좋지만, 아직은 좀 이른 경고가 아닐까요?
하 네, 물론 한 해 두 해 만에 찾아올 문제는 아닐 겁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겠다고 처음 예고했던 시기는 2018년입니다.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새 로봇'도 현재 제시되고 있는 시점에 자동차 생산 라인 등에 투입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스페이스X는 달과 화성 등에 사람을 보낼 목적으로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을 만들고 있는데 현재 시험비행이 착착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음 달이죠, 2024년 3월에도 시험발사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 크기만 해도 과거의 어떤 로켓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데요, 크기만 큰 게 아니라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이 된 팰컨9이 그랬던 것처럼 여러 면에서 완전히 개념이 다른 로켓입니다.
전통적인 3단이 아닌 2단 로켓이고, 1단과 2단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며, 비행기가 공중급유를 받듯이 지구 밖에서 연료를 보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NASA는 달 개발을 위해서 이 로켓을 이미 점찍어놓은 상황이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2018년에 실현 안 되었잖아. 그게 뭐야, 다 뻥이었던 거잖아."라고 픽 비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달 개척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여기에 민간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만약 달 개척이 시작된다면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옛날 대항해시대, 그리고 식민지를 개척하던 열강들이 그러했듯이 먼저 깃발을 꽂고 선점하는 나라가 소유권을 주장하게 될 것이고요.
변화는 늦어질 수 있지만, 반드시 온다
로봇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특히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새 로봇'은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연계되어 개발되고, 로봇의 몸이 문제가 아니라 그 로봇을 작동시키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흐름에서 뒤처지게 되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분야입니다. 그리고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도 20세기 초 컨베이어 벨트만큼이나 지대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넋을 놓고 있다가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쓰나미처럼 갑자기 그 충격을 맞닥뜨리게 될 수 있습니다.
은 무슨 말씀이신지는 잘 알겠는데요. 저도 하리리 소장님의 말씀 공감되는 바가 많지만,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 뒤가 아니라 당장 오늘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나 힘겹고 버겁습니다.
하 네, 저도 은 작가님 무슨 말씀하시는지 잘 압니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일수록 누군가는 변화를 주시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은 작가님은 소설을 쓰시니까, 소설을 통해서 그런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네요.
은 재능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결론이 좀 칙칙했는데, 하 소장님과 나누는 이런 대화가 독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음에도 또 이야기 나누셔야죠?
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은 기대해 보죠 뭐. 하리리 소장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테슬라봇 잡아라"…휴머노이드 시대 '성큼' - ZDNet korea
https://ko.wikipedia.org/wiki/러다이트_운동
https://eiec.kdi.re.kr/material/clickView.do?click_yymm=201512&cidx=1762
https://www.etnews.com/20160428000017
https://www.yna.co.kr/view/AKR20240222004200075?input=1195m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4/02/22/JRFZ2R6BHND3VCAVY25VGEMQ2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