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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Sep 28. 2019

'노란 딱지' 차분히 생각해 보기

유튜브가 난리 났다는데...

난데없는 유튜브 정화 바람


구독자 96만 명의 채널을 갖고 있던 이환이 유튜브 채널을 폐쇄하고 새 채널을 시작했다. 구독자 0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유튜브에서 구독자 숫자는 곧 채널의 힘과 영향력을 말한다. 게다가 96만 명은 여간해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그런데 왜 그 엄청난 자산을 송두리째 버린 것일까? 이환뿐만이 아니다. 채널을 폐쇄하는 정도는 아니라도 노란 딱지가 붙은 콘텐츠를 아예 삭제해 버리는 대청소를 진행하고 있는 유튜버들도 많다.


이환 유튜브 채널 캡처


이환은 폐쇄 이유를 '노란 달러'때문이라고 밝혔다. '노란 달러' 혹은 '노란 딱지'가 도대체 뭐길래 꿈의 직업이라 불리던 유튜버들 사이에서 난리가 난 것일까?


'노란 딱지'는 노란색 원 안에 들어있는 달러 표시인데, 구글 유튜브가 '광고 게재에 적합하지 않다'라고 판단한 콘텐츠에 배지처럼 붙는 표식을 말한다.



유튜브의 가이드라인에 들어가 보면 주제별로 나누어 '광고 게재에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를 설명하고 있다.  부적절한 언어, 기분전환용 약물 및 마약 관련 콘텐츠, 폭력, 담배 관련 콘텐츠, 성인용 콘텐츠, 총기 관련 콘텐츠, 유해하거나 위험한 행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 및 민감한 사건, 증오성 콘텐츠, 가족용 콘텐츠에 포함된 성인용 콘텐츠, 도발, 비하 등 모두 11개의 카테고리다.


유튜브는 이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된 날짜를 2019년 6월로 명시하면서 '정책 변경사항'은 없고, '예시가 추가되었다'을 뿐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부적절한 언어'를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이 되어 있다.   


https://support.google.com/youtube/answer/6162278


위 설명에 잘 나와 있듯이 이 표식이 달리게 되면 '수익 창출이 광고 제한 또는 배제 상태'가 된다. 쉽게 말해 유튜브 동영상의 앞이나 중간에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결국 해당 콘텐츠 조회수가 아무리 높아져도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0'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LZk3mRX84c


그러니까 채널 구독자가 100만이나 된다고 해도 모든 콘텐츠에 '노란 딱지'가 붙은 상황이라면 그 채널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조회수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그 채널에선 1원 한 푼도 안 벌릴 테니까.



검열의 다른 이름 '광고주 친화(advertiser-friendly)'?


그동안 유튜브의 콘텐츠에 대해 문제제기가 많았다. 유튜브는 아주 단순화하자면 '조회수를 높이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학적이고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동영상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사용자의 입장에서, '그래 유튜브도 좀 정화가 되어야지. 잘 되었네.'라고 박수를 칠 사람도 많이 있을 것 같다. 표현법도 아주 부드럽다. '노란 딱지'는 황금색과 유사한 노랑에 달러 표시까지 붙었으니 언뜻 보면 좋다는 의미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 번째, 정확한 기준이 제시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인간이 아닌 불완전한 알고리즘(비인간 행위자)에 의한 것으로 새로운 편향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엉뚱한 시비를 거는 것 아니냐'는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먼저 유튜브의 11개 카테고리 중 몇 개를 제시해본다.



먼저, 제목부터 문제를 삼아보자. 이 문서는 가이드라인인데, 사례는 '예(일부만 제시)'라고 되어있다. 즉 여기서 제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부'이고 얼마든지 더 많아지고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다음, '개인 또는 단체에게 수치심을 주거나 모욕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는 문장을 어떻게 판정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모욕죄'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적용이 쉽지 않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 2229, 판결]


어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우리 정부의 한 각료를 비판(혹은 비난)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하자. 그러니까 이 콘텐츠를 두고 모욕적인 것이 주 목적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수치심을 주거나 모욕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판단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유튜브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 및 민감한 사건(Controversial issues and sensitive events)'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제시하고 있다.


'응? 뭐가 문제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례가 딱 두 개씩만 제시되어서 그렇지 이 주제 역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배제'문제나 '독도', 'GSOMIA'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 및 민감한 사건으로 볼 수 있는가 아닌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은 어떨까?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기준에 대한 혼란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언론사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 언론사에서 만든 뉴스 콘텐츠 가운데 여러 건에 바로 이 '노란 딱지'가 붙고 있다. ( 물론 시청자들이 '고유정 사건' 같은 기사를 꼭 봐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벌어져온 주제이다. 그러나 이 글의 주제를 벗어나 다루지 않는다.)



알고리즘, 비인간 행위자(Non-human actor), 새로운 편향  


첫 번째, 전 세계적으로 1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유튜브의 특성을 감안할 때 특정 콘텐츠에 '노란 딱지'를 붙일 것인지 말지 결정하는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알고리즘이다. 유튜브 검색창에서 '노란 딱지'를 쳐보면 유튜브 알고리즘을 '시험해보려는' 동영상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성인용 콘텐츠'가 아닌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성인용 콘텐츠로 오인할 것 같은 형태의 화면을 일부러 만들고 진짜로 노란 딱지가 붙는지 그렇지 않은지 시험해보는 거다.


두 번째, 알고리즘은 아주 러프하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하나는 ⓐ사람이 미리 정해놓는 알고리즘(if~ then~)이고, ⓑ 알파고가 바둑을 학습하듯이 학습을 통해 만들어지는 알고리즘도 있다. '노란 딱지'를 붙이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아마도 ⓐ+ⓑ의 조합일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알고리즘을 담당하는 유튜브의 담당 부서, 담당자가 '왜 노란 딱지가 붙었는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바뀐다. 유튜브 관계자에 따르면 유튜브 '인기' 탭에 어떤 콘텐츠를 노출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은 지난 1년간 무려 200번이나 달라졌다.


많은 창작자들이 '왜 내 콘텐츠에 노란 딱지가 붙었냐?'면서 이의를 제기하겠지만 추측컨대 유튜브는 이 이의제기를 처리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람이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알고리즘의 특성 때문이고, 이의제기는 사람이 처리해야 할 텐데 유튜브 직원이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각 나라, 각 문화별 뉘앙스까지 어떻게 파악하겠는가?


유튜브는 2017년부터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영상을 찾기 위해 기계 학습을 적용 중이다. 기계와 훈련받은 사람이 협업하는 시스템으로 지난해 7월부터 9월 사이에 삭제한 780만 개의 영상 중 81%는 사람이 아닌 기계가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계가 발견한 이 영상들의 74.5%는 조회수가 0이었는데, 이는 올리자마자 바로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세욱, <알고리즘으로 본 유튜브의 미디어 지향>,  관훈저널 2019 봄
https://youtube.googleblog.com/2018/12/faster-removals-and-tackling-comments.html


2018년 4월 발생한 유튜브 본사 총기 사건의 경우, 채식·동물권·보디빌딩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던 나심 나자피 아그담이 범인이었다. 그는 “유튜브가 날 차별하고 필터링을 하고 있다”라고 지속적으로 유튜브 정책에 반감을 드러냈었다. 자기 콘텐츠가 '차별'과 '증오' 콘텐츠로 분류되었는데 콘텐츠 내용 때문이 아니라 사용한 언어가 페르시아어와 터키어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사진 : 샌 브루노 경찰 트위터 갈무리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다룬 구자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 툼’은 지난달 유튜브 약관 위반을 이유로 삭제됐다. 그의 영화가 극장에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조치였다. 더구나 그는 한국어판과 영문판 두 버전을 올렸는데 유튜브는 한국어판만 삭제했다."


요컨대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완전할 수 없는데, 인간이 아닌 비인간 행위자인 알고리즘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검열을 끊임없이 하고 있고, 이 알고리즘의 행위가 새로운 편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왜 유튜브는 갑자기 착해지려 하는가?


콘텐츠에 노란 딱지를 많이 붙이면 붙일수록 유튜브의 수입도 줄어든다. 유튜브에 광고가 붙으면 크리에이터(55%)와 유튜브(45%)가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튜브는 이제 와서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자기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미국 내 2000개 신문사로 구성된 뉴스 미디어 연합(NMA)은 2019년 6월 10일 보고서를 내고 “구글은 뉴스 서비스를 통해 2018년 약 47억 달러(약 5조 564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뉴스산업 전체가 디지털 광고로 벌어들인 51억 달러(약 6조 원)와 맞먹는 돈을 구글 혼자 벌어들인 셈이다. 죽어가는 콘텐츠 생산 업체들로부터 견제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이른바 'IT 공룡'들에 대해서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17/2019091700052.html


위 표에서 보듯이 구글(유튜브)은 '부적절한 영상 콘텐츠 제공' 문제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니까 저작권 위반에 유해한 콘텐츠들을 그냥 방치하던 유튜브가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변덕스러운 플랫폼, 그래서 '답' 일 수 없다


유튜브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것을 그저 '심심풀이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노란 딱지'같은 변화가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튜브에 생계를 걸고 있는 유튜버들도 많다. 또 모바일 환경에 놓인 종이신문과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들도 그동안 유튜브를 '수익 창출의 새로운 모델'로 바라보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앞서 페이스북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페이스북이 '뉴스피드'를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을 변경하면서 페이스북을 유일한 사업모델로 삼았던 여러 매체가 망했다. 매우 당연하지만, 플랫폼은 자기(플랫폼) 중심으로 생각하고 알고리즘을 짠다.


지금 유튜브가 '답'으로 통하지만, 유튜브가 이번 '노란 딱지' 사건처럼 또 알고리즘이나 정책을 크게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를 들어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구글에 대해 '독점 문제를 해소하라'는 결정이 내려져서 지금처럼 하나의 아이디로 지메일과 구글 드라이브, 유튜브 등의 제품에 접속할 수 없게 된다면 또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플랫폼은 변덕스럽다. 그래서 절대로 '유일한 답'이 되어선 안 된다.



[follow-up]


2019.10.11 예상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

https://news.v.daum.net/v/20191011131104157


#유튜브 #노란_딱지 #플랫폼 #페이스북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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