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viewsdo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이은의 리뷰닷 Sep 06. 2020

스트리밍 전쟁,
두 번째 파도가 온다

Reviewsdot_Book | 스트리밍 전쟁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여러 산업분야에 재앙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른바 '언택트 비지니스'는 좀 사정이 다르다. 한 기업 안에서도 언택트(untact)냐 콘텍트(contact)냐에 따라 양지와 음지의 구분이 분명할 정도다.  예를 들어 디즈니의 경우 2020년 1분기 이익 하락폭이 91%에 달했다. 반면 디즈니+ 가입자는 지난 12월 이후 2,800만 명이나 증가했다.[1] 


미국에서는 그동안 이른바 '코드 커팅'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진행되어왔다. 사람들이 값비싼 케이블TV를 끊고 OTT로 옮겨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그 속도가 코로나 여파로 더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2020년 1분기에만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200만 명 가량 줄었다고 한다.[2] 반면 스트리밍 시장은 정 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2020년 3월 월스트리트 저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에 평균 37달러를 지출했다. 2019년 11월보다 7달러가 상승한 액수였다.[3]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의 공세 속에 국내 방송사업자들과 통신사, IPTV 사업자 등이 OTT를 둘러싸고 복잡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더 빨라지고 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진행방향과 양상은 국내 요인들 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 즉 태평양 건너 미국의 OTT 전쟁이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바로 여기, 우리의 문제라는 뜻이다. 


필자도 플랫폼의 기본 속성과 동향등에 관한 책을 기획했던 적이 있다. 그중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 일부를 브런치에 연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포기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 '종이 책'이란 매체로 그 상황을 붙잡아 고정시키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정훈의 <스트리밍 전쟁>도 사실 그런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전체적으로 책을 읽다보면 여기 저기 급하게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완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넷플릭스라는 선두주자가 트랙을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경주에 뛰어든 시점에서 이른바 '두번째 파도'(Second Wave)[4]를 비교적 밀도있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전쟁 | 한정훈 지음 / 페가수스


책은 크게 보면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업계의 변화 양상을 먼저 서술하고 그 선두에 서있는 넷플릭스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이후 그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디즈니+, 애플TV+, HBO MAX, 피콕, 퀴비, CBS 올 액세스 등의 전략과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한다. 이후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가 아닌 다른 흐름, 즉 AVOD(Advertising video on demand)영역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중요한 포인트들을 떠올렸다. 우선 넷플릭스와 관련해서는 넷플릭스가 지금 트랙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추세가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케이블 커팅' 추세가 가파르게 지속되는 것[5]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더라도 말이다. 


첫 번째,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들을 넷플릭스로 끌어들이는 힘은 콘텐츠에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콘텐츠(이 책에서는 단수형인 '콘텐트'로 표현한다)를 공급해주던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자체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기 콘텐츠를 넷플릭스의 매대에서 빼기 시작했다. [6]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대유행' 상황이 되어 거의 대부분의 스튜디오가 콘텐츠 제작을 중단했다.  그나마 의미있는 새 콘텐츠가 나오던 한국도 언제든 같은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DVD 대여를 하던 1990년대 말 사업 초기, 넷플릭스는 신규고객이 많아지는데 오히려 빚이 많아지는 역설을 경험한 바 있다. 투자는 당장, 한꺼번에 해야 하는데 돈은 천천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는 현재 부채를 늘려 계속 콘텐츠 제작에 쏟아붓고 있지만 이 구조가 과연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 사용자 측면이다. 계속 변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가까운 시기에 COVID-19이 완전히 극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소비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 유료 스트리밍(SVOD) 가입자는 급감할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인테그랄 AD 사이언스의 조사결과[7]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앞으로 12개월 내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AVOD)를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넷플릭스와 동일하게 플랫폼으로 출발한 아마존 프라임 역시 콘텐츠 수급난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케이블을 살리면서 스트리머가 되고싶어하는 HBO MAX의 경우 SVOD와 AVOD사이에서 스텝이 꼬일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콘텐츠 측면이다. 보통 '클래식'이라고 표현하는 구작(舊作)이 '두 번째 파도'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 같다.  조사기관 닐슨이 2020년 3월 9일 주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청률 1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스펜서 컨피덴셜>이었지만 2위는 할리우드 고전 시트콤 - 20년도 더 된 - <오피스>로 1위와 큰 차이가 없었다.[8] 특히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100회 이상의 에피소드를 가진 방송 프로그램 가격이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는' 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몰아보기에 적합한 볼륨(volume) 때문'이다. 즉 가입자들을 계속 붙잡아둘 수 있고, 다른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는 이른바 '낙수효과'도 좋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9] 


한국에서도 이러한 추세가 동일하게 나타난다. IPTV에서 재생되는 프로그램 상위에 <상도>(2001), <동이>(2010) 같은 작품들이 랭크되고 있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말할 것도 없다. 




LGU+와 손을 잡고 공세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던 넷플릭스는 KT까지 길을 터줌으로써 우리나라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약 35%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하반기 기준 LG유플러스 U+TV 가입자 약 436만명에 점유율은 13%인데 여기에  올레TV 가입자 약 738만명,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약 22%를 더하면 그렇게 된다. [10]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지 디즈니+는 통신 3사 중 어느 곳과 손을 잡을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곧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아마 다른 자리에서 더 논하게 되겠지만, 앞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 파도'가 불러오게 될 결과는 △ COVID-19이 콘텐츠 제작 라인을 완전히 멈추게 할 정도가 될 지,  △ wavve와 Tving등 국내 OTT(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어떤 형태(지분 교환에서부터 콘텐츠 협력까지)로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 헐리우드와 마찬가지로[11]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콘텐츠 제작 단가가 제작 환경 자체를 붕괴시키는 지경까지 이를 것인지 여부 등 크게 보면 이 3가지 변수에 따라서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1] 한정훈, <스트리밍 전쟁> p.21 

[2] 같은 책 p.22 

[3] 같은 책 p.29

[4] 버라이어티(Variety.com)는 이를 두고 스트리밍의 '두 번째 파도(second wave)'라고 묘사한다.(같은 책 p.109) 디즈니+는 2019년 11월12일, 퀴비 2020년 4월 7일, HBO MAX 2020년 5월 27일, NBC 피콕은 2020년 7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5]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1/4 가량이 2022년까지 유료방송 가입자에서 이탈할 것으로 전망됐다. 

https://www.emarketer.com/content/tv-will-drop-below-25-of-total-us-ad-spending-by-2020

[6] 같은 책 p.120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넷플릭스에서 AMC, NBC 등의 콘텐츠가 사라질 경우, 전체 가입자의 45%가 구독을 중단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7] 같은 책 p.225 

[8] 같은 책 p.101

[9] 같은 책 p.119 

[10]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31/2020073102349.html

[11] 같은 책 p.116 "콘텐트 창작자들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 할리우드와의 콘텐트 창작자 쟁탈전으로 제작비 인상도 계속되고 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트 최고 책임자는 한 세미나에서 지난해(2019년) 보다 콘텐트 제작 단가가 30% 이상 상승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트리밍 #전쟁 #한정훈 #streaming #Netflix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_비디오 #HBO_MAX 




매거진의 이전글 은하계를 뛰어넘어 옆집처럼 통화하는 스타트랙은 잊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