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viewsdo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이은의 리뷰닷 Apr 02. 2017

1_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지식의 탐험지도 | 이들을 빼놓고는 서양의 지적전통을 논할 수 없다 

현대는 어쩌면 '목차'가 실종된 시대일지 모른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정보를 매일 매일 접한다. 그러나 그 정보의 '조각'들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또 커다란 전체 그림에서 어디쯤 끼워넣으면 되는 퍼즐 조각인지 알아채기는 매우 힘들다.  


아들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식에 관해 '지도'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철학과 사회학, 약간의 역사, 과학에 관한 '탐험지도'쯤으로 여겨줬으면 한다.  지도 속 한 지점은 위도와 경도로 찾을 수 있듯이 이 '탐험지도'도 두 가지 요소에 무게중심을 둘 예정이다. 역사적 위치와 핵심 키워드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활동했던 시대를 지금과 비교하면 학문 영역의 분화가 덜 진행된 상태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이라고 뭉뚱그려 말한다면, 철학은 세상 자체(형이상학)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인식론)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고(논리학), 무엇이 옳다고 말해야 하는지(윤리학) 공부하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한 학문이었다.   


플라톤 (427~347 B.C.)

진짜 존재하는 것은 ‘이데아’ 뿐  

감각과 경험의 경시 연역적 입장  


과학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던 시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무엇이며 그 세상을 어떻게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물론 '신이 창조했고, 우리가 실제로 만지고 보는데 뭐가 의심스럽냐?'고 따지면 할 말 없지만, 플라톤은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플라톤은 '지식'은 절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잘못 보기도, 착각하기도 하는 감각에 휘둘려 파악된 것은 진짜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으로 존재하는 것은 이데아(idea)이고, 우리가 보고 느끼고 만지는 것들은 그 이데아의 그림자, 그 이데아의 복사본일 뿐이라고 여기고 평가절하했다. 예를 들어 '원(circle)'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한 아이가 도화지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매우 불완전하다. 플라톤은 이런 불완전한 원들은 사실 다 가짜라고 본다. 대신 '원의 이데아'가 있고, 이 '원의 이데아'만이 진짜 실재한다고 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384~322 B.C. )  

‘보편자’와 ‘개별자’는 상호 의존적

플라톤이 무시한 ‘경험’을 복권시킴. 귀납적 입장  


아리스토텔레스도 ‘지식’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플라톤이 경험과 감각을 경시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이데아(idea)라고 본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별자’와 ‘보편자’를 구분하고 둘다 존재하는 것이며  서로 의존적이라고 봤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고 하자. 우리는 우리의 감각(경험)을 통해서 이 고양이(개별자)를 보고 듣고 만진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완벽한 고양이(절대적인 지식)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보편자’로서의 고양이, 플라톤 식으로 말하면 ‘고양이의 이데아’가 있다고 봤지만, 이 ‘보편자’는 만약 각각의 고양이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뜻에서 서로 의존적이다.


연역과 귀납 


이렇게 볼 때 플라톤의 방식은 연역적인 앎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귀납적인 앎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은 삼각형 꼭지점에서 밑변을 바라보는 방식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밑변을 통해 삼각형의 꼭지점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다.   


연역법은 ‘원의 이데아’(평면 상의 어떤 점에서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으로 정의되는 평면도형)에서 출발해 아이가 도화지 위에 그린 동그라미, 축구공, 동전 등을 ‘원’으로 결론짓는 방식이다.  귀납법은 내가 키우는 고양이, 옆집 고양이, 길고양이 등등(개별자)을 관찰한 결과,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하고 쥐를 쫓고 털을 핥으며 정리하는 등의 특성을 빠짐없이 갖고 있는 존재(보편자)로 인식한다.


#그리스 #플라톤 #이데아 #연역법 #아리스토텔레스 #보편자_개별자 #귀납법 #인식론 #형이상학



<인식론; 지식에관한 철학사적 접근> 김영건 역, 효일문화사

매거진의 이전글 스트리밍 전쟁, 두 번째 파도가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