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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an 28. 2020

은하계를 뛰어넘어 옆집처럼 통화하는 스타트랙은 잊어라

Reviewsdot_SF 

'소설을 쓴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제가 쓴 소설을 이곳 브런치 독자님들과도 공유하기로요. 대신 제가 브런치 독자들을 만나는 방식에 맞춰, 그 소설을 쓰게 된 배경과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SF를 씁니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리가 아직 준비가 덜 되어있는 미래가 생각보다 빨리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는 로봇 점원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은 거창했지만, 키오스크라는 기계로 어느새 '현실'로 정착되었습니다. 부작용도 있습니다.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적응을 못 하시는 어르신들도 생겨나고 있죠. 바로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사고 실험'으로서의 SF라는 장르가 유용할 거라고 봅니다.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죠.


저는 브릿지(http://www.britg.kr)라는 플랫폼에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연휴 기간에 열심히 써서 원고지 90매 정도 분량의 단편을 하나 완성했습니다. 제목은 '달에서 온 32번째 메시지'입니다.



중국어 방


원래 제목은 <Chinese Room>이었습니다. 독자들을 의식해 '달에서 온 32번째 메시지'로 바꾼 거죠. 아마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chinese room'은 인공지능 역사에서 중요한 문제로 등장합니다.  복잡한 설명을 덜어내고 아주 쉽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어떤 방이 있습니다. 그 방에는 손만 들락거리를 수 있는 조그만 구멍이 두 개가 뚫려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한쪽 구멍으로 중국어로 된 글을 넣으면 다른 쪽 구멍으로 한국말로 번역된 글이 나옵니다. 그 방에는 사람이 한 명 들어가 있다고 해봅시다. 그 사람은 중국말을 잘하는 사람일까요 아닐까요?  정답은 '모른다'입니다. 중국말을 잘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아주 훌륭한 중국어 사전이 들어있어서 그 사전을 참고해 번역 글을 내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존설(John Searle)이라는 학자는 이 '중국어 방'이라는 이야기를 근거로, 튜링이 제안했던 '튜링 테스트'(인공지능을 시험하는)를 통과했다고 해서 AI가 지능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고로 튜링은  '컴퓨터로부터의 반응을 인간과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생각(사고, thinking)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정 반대로 '중국어 방'을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방 안에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던, 그렇지 않든 간에 잘 번역이 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는 '그 방안에  중국어 잘하는 사람이 들어있다.'라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죠. 애플의 인공지능 '시리'가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죠. 사람처럼 지능이 있게 말하고 문제를 처리한다면 실제로 지능이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거 아닌가요?  



빛의 속도와 통신

  

얼마 전 중국에서 달 뒷면에 착륙선을 내려앉게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학계에서는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죠.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달은 언제나 지구에 한 면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통신 전파를 쏘았을 때 달의 뒷면에 이르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전파를 보낼 수 없다는 건 조종을 할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중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달 궤도에 인공위성을 보내 전파를 중계하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그렇게 전파가 도달할 수 있다고 해도 문제가 또 생깁니다. 뭐냐 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데(평균 38만 4400킬로미터)는 빛의 속도라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시간 조종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정교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거죠.


화성에 보낸 무인 우주선이 그토록 많이 깨진 이유도 같습니다.  그래서 목성이나 토성까지 가는 탐사선들도 무인기 프레데터를 조종하듯이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니라 상황을 예측해서 미리 수행할 명령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통신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기 때문이죠.


이 소설을 구상할 때의 기본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이주민을 보내겠다고 난리인데 만약 화성에 사람이 가게 된다면 어떻게 지구와 통신을 할까? 가족 이주가 아니라면 모두들 사랑하는 사람을 지구에 두고 왔을 텐데 어떻게 대화를 하게 될까? 요즘 자동차 내비게이션과도 "야, 그 길이 아니야!" 가끔 대화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만약 인공지능의 수준이 높아진다면 그걸 활용하게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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