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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un 20. 2016

2015년 언론산업의 지형

'디지털 퍼스트'는 어디로 가는가? 

|이 글은 2015년에 작성되었습니다. |





‘언론 산업’의 지형 


이른바 ‘디지털 퍼스트’라는 구호는 2014년 들어서 국내 ‘언론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립타이드나, 뉴욕타임즈 혁신보고서 등은 촉매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류를 받아들이는 ‘언론 산업’분야의 반응은 각 회사의 입장에 따라서 동일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나라 시장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즉, △ ‘언론 산업’ 광고 시장의 차이 △ 국내 포털의 특수성 △ 양극화된 이념 지형의 문제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언론 산업’ 광고시장은 ‘시장의 계측’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당부분 영업에 있어서의 사회·정치적인 맥락이 개입해 작용한다. 즉, 신문의 발행 부수나 독자의 감소가 곧 광고의 수직적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먼저 △ ‘통합 뉴스룸’에 대한 압박이 현실적으로 가해지지 않고, 그래서 △ 언론사에서 인터넷 뉴스를 담당하는 사람의 뉴스룸에 대한 영향력이 대단히 낮다. 이런 의미에서 접촉해본 담당자들은 스스로를 ‘6두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두 번째,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가 2015년도에 도입되었는데, 국내 포털은 과거부터 기사를 자신들의 서버에서 보관하는 서비스를 시행해오고 있다. 결국 콘텐츠 공급자들이 오히려 포탈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현상이 벌어졌고, ‘포털은 뉴스를 유통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무이한 플랫폼’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문제 역시 두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 언론사들이 단기적 수익에 집착해 눈을 가린 채 네이버와 협상을 하는 모순을 만들었고, 콘텐츠 생산자들이 연합해 어떤 ‘룰’을 만드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나 카카오(구 다음카카오)는 페이지뷰 등 관련한 정보를 콘텐츠 공급자에게 제공하지도 않는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지속하고 있다. △ 두 번째로 네이버,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언론사 내 의사결정권자들이 ‘자사의 플랫폼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의미 없다.’고 판단하게 되는 역설을 낳았다. ( 이는 결국 수용자 분석을 포기하게 하는 결과도 낳고 있다. ) 


‘양극화된 이념지형’이라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보다도 오히려 더 심각하다. 우선 △ 새로운 미디어환경에서의 ‘공론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SNS 영역이 이념적 전쟁을 치루는 전장이 되고, △ 그 어느 쪽에 속하던 간에 SNS를 활용한 취재 등 저널리즘 활동이 제약을 받게 하는 원인이 된다. “SNS는 편향적”이라는 굴레가 씌워져 있는 셈이다.   




2015년의 흐름 


이러한 지형에서 2015년을 바라보면 몇 가지 흐름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피키캐스트, 스브스뉴스의 등장, 두 번째는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하는 스타트업, 세 번째는 포털의 노력, 다섯 번째는 IT공룡들의 뉴스장악 프로젝트이다. 


‘밀레니엄 세대’의 ‘스낵컬쳐’소비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국내에서는 특히 ‘콘텐츠의 유형’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확산에 초점이 맞춰졌다. 따라서 △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한 △ 가벼운 콘텐츠의 유통이라는 화두가 국내 ‘언론 산업계’를 지배했다. ( 이 과정에서 ‘디지털 소매치기’라는 이슈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정도의 문제일 뿐 이런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언론 산업’계의 진지한 고민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 


여기서 문제는 피키나 스브스나 정통 저널리즘을 지향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또 둘 다 페이스북의 ‘인적 네트워크 알고리즘’ - 이름을 붙여본 것인데, 개념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정보의 총량은 무한이 늘어나는데 사람들이 정보습득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갭을 메워주는 방법은 ⓵알고리즘(구글) 이거나 ⓶인적 네트워크(페이스북) 이거나 ⓷ 큐레이션(네이버, 피키) 이거나 3가지 중의 하나라고 본다. - 을 이용해 콘텐츠를 확산시키고자 할 뿐 소셜미디어의 특징인 참여, 공개, 대화, 커뮤니티, 연결 등의 지점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 씬에서의 움직임 또한 두드러지고 있다. 예를 들어 팀블로그 형태인 <슬로우 뉴스>가 선전을 하고 있고, 큐레이션을 하거나 새로운 뉴스형식을 보여주는 등의 방법으로 독자를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스타트업들이 기존 언론사와 비교할 때, ‘기술과 뉴스룸의 결합이 좀 더 강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외산이긴 하지만 가벼운 기사형 CMS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wordpress의 존재는 핵심적인 것으로 보인다. 즉 공개되어있는 이 워드프레스의 엔진을 개작해 사용하는 스타트업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들 스타트업 역시 자금이나 인력의 한계로 컨텐츠 생산 이상의 활동을 하기 어렵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은 분명 포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이지뷰 기록이나 고객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포털과 달리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은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광고 수익의 대부분을 참여 언론사에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가 로컬 시작으로 확대될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가늠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털들은 2015년 한 해 여러 가지 플랫폼을 기획하고 시험하고 운영해보는 시도들을 계속했다. 이는 1) 모바일에 최적화된 모델은 어떤 것일까 2)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할 방법은 무엇인가? 3) 어떻게 광고와 연결시킬 것인가? 등등의 고민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베타버전이 공개된 1boon.co.kr 의 경우 이러한 포털의 고민의 일단을 잘 드러내는 신규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일부 포털에서 가지고 있었던 의제설정 기능은 ‘논외의 문제’로 밀려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 로컬시장으로 확대될 경우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모바일 뉴스 = 페이스북’ 이라는 명제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데이터 제공 정책이나 수익분배 형식은 기존 포털과는 다른 매력적인 유인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페이스북의 정책은 IT공룡기업인 애플, 구글, MSN등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애플도 애플뉴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구글은 구글 뉴스 스탠드, MSN은 브라우저 엣지와 운영체제 윈도스10의 시작버튼에서 뉴스를 공급한다. 즉 운영체제와 뉴스서비스를 결합하려는 시도로 판단된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RSS가 되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인스턴트 아티클 등이 ‘게임체인저’로 작동한다 하더라도 네이버와 다음이 독점하고 있는 뉴스유통시장( 우리나라에서 기존의 바인딩이 깨어진 이유 )이 변화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손바뀜’일 뿐 오히려 뉴스 공급자들이 IT공룡들의 OS나 디바이스에 종속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어떻게 가고 있는가? 


최근의 흐름은 다분히 기술종속적인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특히 버즈피드나 허핑턴포스타가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지를 볼 때 이는 콘텐츠의 문제보다 오히려 기술의 문제가 더 크다고 판단한다. 뉴욕타임즈의 기사보다 그 기사를 가로챈 허핑턴포스트의 아티클이 더 많이 조회되고 그 이유로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게 되는 역설이 그것이다. 


그런데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아마존’같은 인프라가 있던지, 아니면 아예 숫자를 가장 우선시하고 새로 만드는 회사(버즈피드, 허핑턴포스트)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기존 언론사들은 기술 인프라에 투자할 가능성이 당분간 매우 낮아 보인다. 


언론사의 구조상 ‘디지털 퍼스트’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은 ‘6두품’일 가능성이 높고,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권자, 뉴스룸의 책임자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디지털 분야’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낮다. 이러한 구조가 어떤 특별한 충격 ( 주요 언론사 가운데 한 곳이 문을 닫는 등의 ) 없이는 개선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데, 아까 언급한 대로 우리 광고시장의 정치적 맥락 때문에 이러한 ‘충격’이 가까운 시일 내에 다가올 가능성도 낮다. 


또 연결과 참여, 커뮤니티가 힘을 만들어내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은 이 같은 행위를 정치활동으로 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언론사들은 사원들의 소셜미디어 참여를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언론 산업’계는 매우 전망이 어둡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언어라는 측면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일본처럼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그나마 모바일의 수익모델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네이티브 광고’인데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집국 – 광고국의 유착이 심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보자면 뉴스룸과 절연된 네이티브 애드 제작은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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