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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May 15. 2019

'네이버 메인 실종사건' 추적기  

그래서 다음에 Daum은 어떻게 할 거래? 

네이버가 왜 이렇게 변했어? 왜 달라진 거야? 요즘 네이버를 보면서 이런 궁금증을 갖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당신은 그중 한 명일까? 그렇지 않다면 '아는데 왜? 무슨 얘기를 하려고?'라고 반문하는 사람일까? 


네이버는 2019년 4월 모바일 첫 화면에 큰 변화를 줬다. 물론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이야 이 변화가 이미 작년부터 예고되었던 것이고, iOS 앱부터 순차적으로 적용이 시작되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현재 애플, 안드로이드, 모바일 인터넷 어느 쪽으로 접속하더라도 달라진 첫 화면이 나온다. (물론 과거의 회면으로 되돌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달라진 첫 화면에 이미 적응한 사람일 것이다.) 


먼저 변화에 대해 요약을 해보자. (아래 사진을 참고하거나, 여기를 눌러보자. ) 


달라진 네이버 첫 화면과 뉴스를 취급하는 방식


첫 번째,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의 뉴스 영역, 이른바 '메인'이라고 불리던 자리가 사라졌다. 대신 큼지막한 검색창이 생겼다. 화면을 오른쪽으로 넘긴 뒤에야 뉴스와 관련된 두 개의 탭(화면)이 나타난다. 


두 번째, 뉴스와 관련된 페이지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수많은 기사들 가운데 네이버 근무자들이 수동으로(사람의 힘으로) 골라 배열하는 '편집의 영역'은 사라지게 됐다.   

세 번째, 언론사들이 직접 편집을 하는 공간, '채널'이라는 공간이 생겼다. 이 채널에서 언론사 명을 클릭하고 한 스텝 더 들어가게 되면 특정 언론사의 기사들만 모아놓은, 흡사 언론사 홈페이지 같은 페이지가 나오게 된다. 

네 번째, 구독하는 채널들을 모아놓은 뉴스 첫 화면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넘기면 과거 메인과는 조금 다른 기사 모음 화면이 나타난다. '관심 뉴스를 자동으로 추천해 드립니다'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나오는 이른바 'MY 뉴스'영역이다. 



왜?


네이버 쪽에서는 '이렇게 바꾸면 극단적으로 트래픽이 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상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줄긴 했지만 재앙 수준은 아니다.'라며 안도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긴 하다. 


그러나 어쨌든 줄긴 줄었다. 네이버에 기사를 공급하는 CP(Contents Provider), 언론사 쪽의 얘기를 들어보면 약간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반토막이 난다던지 하는 수준은 아니다. 또 첫 페이지에 모든 것이 몰려있던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언론사와 네이버가 이른바 '상생 모델'이라면서 만들었었던 '네이버 판' 서비스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사용자는 다음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다음(Daum) 쪽 얘기로는 2주 정도를 집계해본 결과 약 10% 정도의 트래픽 상승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또 특이하게도 구글 뉴스 앱 등 구글을 통해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필자가 통계를 제시하면 좋겠지만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의 성적은 전부 대외비이므로 그걸 정확히 파악하는 건 어렵다.)   


네이버가 이번 조치로 손해를 봤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손해를 볼 것이라는 예상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조치를 했을까? 


우선 '정치적 압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첫 화면에서 네이버가 수동으로 고른 기사를 이른바 '메인'에 올려놓는 행위에 대해 △ 언론사 할인 '편집', 즉 기사들을 1면, 2면, 3면 등에 비치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 또 실제 사용자들도 '포털은 언론'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는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통해 매번 확인되고 있다.  △ 내년(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네이버는 아마 이러한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개편 시점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었을 것이다.   


정치적 압력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사고 실험을 한 번 해보자. 예를 들어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가 뜨거웠을 때 네이버는 '메인'에 어떤 기사를 올려놓을 수 있을까? 당시 우리 언론지형에서 기사는 극단적으로 갈렸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해 만났던 네이버 관계자는 "앞으로 뉴스와 관련해 네이버가 정치권은 물론 언론사의 연락을 받을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네이버가 '자타가 공인하는 뉴스 유통 1등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그동안 '우리 콘텐츠를 비싼 값에 사달라', 혹은 '우리 콘텐츠를 더 잘 보이게 배치해 달라'는 각 언론사의 요구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즉, '왜 여당(혹은 야당)에 유리한 기사를 메인에 배치하느냐'는 압력과 유사하게 '왜 우리 콘텐츠가 이런 취급을 받느냐?'는 공세가 들어오면, 네이버는 '그건 사람이 아니라 AI가 하는 일'이라고 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일보, <네이버 뉴스, 사람 대신 AI가 편집한다>



축복? 재앙? 


그렇다면, 그래서... 이제 네이버의 개편으로 모든 이해당사자(네이버, 언론사, 정치권, 사용자)가 행복한 환경이 조성된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까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언론사들의 트래픽은 상당히 줄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집중적으로 소비되는 영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비는 좀 줄었다고 해도 언론사들에게 편집권을 되돌려준 것이니 이제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 잃어버렸던 권한을 회복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첫 번째, 여전히 아웃링크 방식이 아닌 인링크 방식이라는 데에 큰 한계가 있다. 

두 번째, 각 언론사별 페이지 - '채널'에서 실제로 언론사가 편집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제한적이다. 

세 번째, '채널'을 구독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언론사들은 피해를 보게 됐다. 


우선, 인링크와 아웃링크의 차이점과 그 차이점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는 필자가 포털에 웃고 포털에 울고 에서 자세하게 다뤘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한다. 



매우 제한적인 편집의 영역 '채널' 


검색창이 놓인 첫 번째 페이지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면 독자가 구독하는 언론사 '채널'들이 보이고, 다시 그 채널을 클릭하면 각 언론사가 편집한 페이지가 나온다. 그런데, 그 페이지에서 언론사가 실제로 편집, 운영하는 기사 리스트는 딱 6개뿐이다. '각 언론사가 직접 기사를 선정합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할 지경이다. 


아래 그림은 SBS 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어떤 기사들이 노출되고 있는지를 캡처한 화면이다. 



오후 5시 49분이면 대충 그날의 새 기사들이 많이 올라와있을 시간이지만 자세히 보면 채널에 배치된 기사들은 상당히 '구문(舊文, 오래된 기사)'들로 대부분 20시간 전 기사들이다. '왜 SBS는 이런 편집을 할까?'라는 궁금증은 아주 쉽게 해소된다. SBS가 편집한 게 아니다. 네이버의 알고리즘으로 그 자리에 놓인 것이다. ( 만약 언론사 내에서 인터넷 뉴스 담당자에게 '왜 그렇게 구문들을 가지고 편집을 하냐?'라고 항의를 한다면 그 담당자는 얼마나 억울할까? 자기가 한 게 아니라 네이버가, 그것도 네이버의 알고리즘이 한 일인데 말이다.) 


게다가 언론사는 포털 네이버에 기사 배치 알고리즘이 어떻게 되냐고 따질 권한도 없다. 따져본들 그 알고리즘이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증할 방법도 없다.   


이를테면 '가두리 양식장'의 한계이고, 뉴스 콘텐츠의 유통 주도권이 포털이나 소셜 미디어로 완전히 넘어갔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들이 전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해진 승자독식의 정글, 규모의 전쟁  


네이버는 첫 화면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채널'을 강조했고 각 언론사의 뜨거운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채널 구독자가 많아야 알고리즘을 통해 더 많이 기사가 노출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네이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각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네이버 채널을 구독해 달라'는 배너를 걸었다. 네이버는 구독자 100만이 넘은 언론사들에는 '배지'를 달아주면서 경쟁을 독려했다. 


네이버는 의도했다고 하지 않겠지만 그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은 상대적으로 작은 매체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낮아진 일이다. 그중 하나는 지역신문이다. 


기자협회보, <지역신문, 포털 차별 연대… 노조가 최전방에 선다> 



그래서 이제 다음은? 그리고 또 다른 포털 다음(Daum) 은? 


카카오톡에 새로운 광고가 등장했다. 이른바 '비즈 보드'이다. 그 의미를 따져 보자면 무료 대화 어플이 명실공히 '유료화'를 선언하는 의미심장한 순간이다. 갑자기 왜 광고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다. 


첫 번째, 이런 광고는 뉴스 콘텐츠 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두 번째, 이런 비즈니스의 기본은 사용자 분석, 사용자 데이터인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카카오톡 비즈 보드 광고는 기업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것이다. 돌려 말하면 기업들은 광고비를 내려고 할 것이다. 카카오톡은 많은 사람이 쓰고, 아무렇게나 광고가 나오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관심이 있을만한 광고를 골라서 보여주고, 얼마나 그 광고가 효과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계산을 해서 알려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돈이 어디서 나올까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 예상했고, 또 실제로 광고판에서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바에 따르면 - 기업들은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 신문과 방송에 할 광고를 빼서 카카오에 투입할 계획이다. 레거시 미디어가 차지할 파이는 급속하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지난해와 올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큰 폭의 적자행진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이런 근본적인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데이터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이런 힘, IT 플랫폼들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사람들이 무얼 보고 있는지, 어떤 기사를 어떤 광고를 클릭했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기록하고 있는 데이터, 바로 사용자 정보에서 힘이 나온다.  조금 전 악기를 검색했던 나에게 카카오톡 '비즈 보드'는 노래를 들으라고 권한다. 사실 누르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르는 걸 겨우 참았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포스트가 2년 연속 흑자를 낸 것도 그런 이유다. 사용자 정보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언론사들의 사정은 어떠한가? 오히려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온 사용자들의 정보를 헐값에 외부 업체에 넘기고 있다. 이를테면 효율적인 네트워크 광고를 넣어주는 업체 같은 곳이다. 





네이버는 이르면 이달 중 포털 네이버에 기사를 공급하는 CP(Contents Provider)들을 초대해  앞으로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기존 계약(포털과 CP의 전재료 계약 등)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번 설명회 자리가 아니라도, 네이버가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언론사들에게 '더 이상 언론사와 전재료 계약을 맺지 않겠다.'라고 선언한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첫 번째 화면에서 기사들을 빼버리는 시도도 한 마당에 뭘 못하겠는가?  


그때에, 언론사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나는 모르지만 모두들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네이버 메인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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