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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un 08. 2019

공통의 해법은 없다

2019 WNMC ①

이 글은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에서 5.31부터 사흘간 개최된 71차 월드 뉴스 미디어 콩그레스(71st World News Media Congress)에 참석한 결과를 정리한 내용임을 밝혀둡니다.




월드 뉴스 미디어 콩그레스(이하 WNMC)는 세계신문협회가 주관해 매년 열리는 행사다. 나는 신문사가 아니라 방송사에 속해 있지만 이 행사에 관심이 많았었다. 우선 모바일 미디어의 세계에서 신문과 라디오, TV 등의 매체 경계는 이미 사라졌다. 또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들과 새로 등장한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들 사이의 1차 전선(戰線)은 신문 쪽에 그어졌다. 그런 만큼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고민도 더 먼저, 더 깊게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WNMC.19에서 발표하는 캐린크로스 ⓒ Sungjoo Lee


이제는 벌써 까마득한 일이 되었지만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가 바로 그런 예다. 앞서 2015년 WNMC는 뉴스 콘텐츠에 대한 페이스북의 강력한 영향력을 주제로 삼기도 했다. 나는 WNMC에서 2019년 오늘의 '동향'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혹시 찾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예습을 할 겸, 이번 WNMC의 개막식 발제를 맡은 Dame frances Cairncross의 연구보고서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번 총회에 맞춰 지난 2월 두꺼운 보고서를 냈다는 안내를 읽었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제목은 <THE CAIRNCROSS REVIEW A sustainable future for journalism>이다. 


WNMC에서의 발제는 이 보고서를 발췌한 내용이었다. 캐린크로스는 이제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를 전면 커다란 화면에 띄워놓고 그의 발언을 인용했다.


frances cairncross의 PPT에서 발췌


이 바닥에서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너무나 많이 알려진 인용문이지만 그 인용문이 놓인 맥락이 조금은 달랐다. 캐린크로스는 알프레드 마샬의 경제학 원론을 함께 인용한 것이다.


“The full importance of an epoch-making idea is often not perceived in the generation in which it is made... A new discovery is seldom effective for practical purposes till many minor improvements and subsidiary discoveries have gathered themselves around it.”
Alfred Marshall: Principles of Economics, 1890


요컨대 순식간에 발목에서 턱 밑까지 차오르는 밀물처럼 잘 느낄 수 없던 변화가 이제는 순식간에 현실을 집어삼키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 18세에서 24세까지 구간에서 91%가 디지털로 뉴스를 읽는 상황에다, 인쇄용지 판매는 2007~2017 년 사이 절반으로 축소됐고, 광고수입은 10년 만에 69% 감소, 기자 수도 23,000명에서 17,000명으로 줄었다.


게다가 저널리즘은 신뢰의 위기까지 겪고 있으며,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제목이라도 훑어봐야 하는 '번들 소비'가 사라지고(“unbundled”) 사람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수동적으로 전해지는 뉴스를 보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광고를 말하자면 지역신문사를 먹고살게 해 주던 중고차 판매와 현지 업체 등의 광고가 거의 대부분 온라인 - 특히 구글 검색으로 넘어갔으며, 그렇다고 신문사의 온라인판에 광고를 해봤자 인쇄 수익의 감소를 보상하는데 턱없이 못 미쳤다. 구독 전략을 시도하는 곳도 있지만 그러기엔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독자들의 정보를 활용할 기술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


frances cairncross의 PPT에서 발췌


캐린크로스는 이제 변화의 속도와 범위가 가히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핵심은 오히려 그다음에 있었다.


그는 언론인, 학자, 기업가 및 업계 사람들과 광범위한 인터뷰를 했고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저널리즘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알게 되었지만, 저널리즘을 지원할 공통의 해법(general measures to support journalism)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아니 160페이지나 되는 리포트에 해법이 없다고?


변화는 충격적인데
모두에게 적용될 공통의 해법은 없다

캐린크로스가 설명하는 사정은 이러했다. (1) 필름 메이커인 코닥은 완전히 망했는데 신문 산업(혹은 저널리즘)은 어떤 모양으로 바뀔지 잘 모르겠다. (2) 어떤 나라들에서는 언론이 불신을 받고 있다. (3) 대부분의 전국지와 지역신문은 10% 이상 이익을 낼 정도로 돈을 잘 벌고 있긴 한데, 문제는 이 돈을 혁신에 쓰는 게 아니라 빚을 갚는데 쓰더라는 것.


대신 캐린크로스는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제안에 나름의 해석을 붙인 것으로 전체 인용이 아니다.)

첫 번째 : 콘텐츠를 생산하는 신문사와 페이스북, 구글, 애플 같은 온라인 플랫폼 간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상업용 계약을 규율하는 규범'이 필요하다.
두 번째 : 시장 경쟁 감독기구가 온라인 광고시장을 조사해볼 것을 권고한다. 즉 '무조건 알고리즘 탓'이라며 불투명하게 돌아가고 있는 시장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 :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내 탓 아니라며 가짜 뉴스의 유통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뉴스가 유통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라.
네 번째 : 각 정부가 사람들에게 가짜 뉴스를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언론사, 학계, 온라인 플랫폼과 공동으로 연구하라.



요약하자면. 스스로 변화할(신문업계 자신이 적용할) 해법이 아니라 그 환경을 바꿔보자는 제안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그의 제안을 가까운 어느 날 실제 실행에 옮기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더 나아가 캐린크로스는 혁신 자금, 새로운 형태의 세금 감면, 지역의 공익 뉴스를 살리기 위한 기금 등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보고서의 내용이 워낙 많기도 했지만, 캐린크로스는 6~9번 제안의 세세한 내용까지 발표 프레젠테이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택시도 백화점도 휴대폰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왜 저널리즘만 도와줘야 할까?

오히려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은 "왜 미디어를 도와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러나 답은 아니었고, '공익을 위해서 저널리즘이 사라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 정도였다.


그렇다. 우리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관찰해도 쉽게 있지만 잡스가 들고 나온 휴대폰은 미디어뿐만 아니라 런던의 택시운전사도(vs 우버), 백화점도(vs 모바일 쇼핑) 집어삼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신문과 방송 등 기존 미디어처럼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현실도 영국과 다르지 않다.


글래스고의 택시 ⓒ Sungjoo Lee


강연과 강연 사이에 커피를 마시다가 지긋한 나이의 여성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미국 덴버에서 오셨다고 했다. 처음에는 글래스고로 오는 차편이 어땠는지, 그다음에는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의 케미에 대해서, 마지막으로는 그의 일, 그가 속한 신문산업과 관련해 대화했다.


ⓒ Dongho Kim


조금은 과장이 섞여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는 나에게 '그가 속한 산업이 모두 죽었다.'라고 말했다. 신문 인쇄 등과 관련된 기술을 전하는 소식지를 운영했는데 신문 인쇄산업이 쇄락하면서 덩달아 자신이 운영하는 매체도 고사 직전이라는 얘기였다.


"나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이 업이 끝나더라도 별 상관이 없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어."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 다루게 되겠지만 한국의 뉴스 콘텐츠 시장은 WNMC.19에서 오간 이야기들과는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그래서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르기 때문에 믿을만한 저널리즘(WNMC.19에서 많이 나왔던 '퀄리티 저널리즘'이라는 말은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의 어휘인 것 같아서 별로 쓰고 싶지가 않다.)은 더 빠르게 사멸할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글

② 개인화, 콘텐츠 유통의 혁명?

NYT 마크 톰슨 대담

④ 워싱턴 포스트의 6가지 혁신 

바보야, 문제는 결국 포털이야! 






| 참고 링크 |

https://qconline.com/news/local/q-a-journalism-expert-dame-frances-cairncross-on-the-future/article_c99f4de8-fc3f-50c0-8666-2e7c27a6452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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