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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un 09. 2019

개인화, 콘텐츠 유통의 혁명?

2019 WNMC ②

이 글은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Glasgow)에서 5.31부터 사흘간 개최된 71차 월드 뉴스 미디어 콩그래스(71st World News Media Congress)에 참석한 결과를 정리한 내용임을 밝혀둡니다.



마이클 골든 세계신문협회장(전 뉴욕타임스 부사장)은 월드 뉴스 미디어 총회(이하 WNMC) 개막연설에서 두 가지 '위협'을 거론했다.


하나는 전 세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인 살해 등 물리적인 위협이고 또 하나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디지털 플레이어의 부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 위기를 독자들의 참여 유도로 극복할 수 있다면서, "독자들이 원하는 저널리즘을 플랫폼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1대 1 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대 1의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이 아니라 내로우 캐스팅(narrowcasting), 달리 말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을 타깃으로 삼는 개인화(personalization)는 이번 WNMC의 화두였다.


[ 사례 1 ] 어느 날 나의 아내가 배터리가 방전되었다며 내 핸드폰을 잠깐 사용했다.

그 뒤에 나는 내 휴대폰에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셜미디어 앱이나 인터넷을 실행시키면 그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여성용 옷 광고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누구나 이런 경험 한 번쯤 해봤을, 아니... 해보고 있을 것이다.


[ 사례 2 ] 나는 SF 마니아이고 우주탐험에 관심이 많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콘텐츠나 로봇 생산업체 보스턴 다이내맥스가 만든 동영상을 종종 찾아본다. 그 결과 내가 유튜브 앱을 실행하면 구독한 영상이 아닌데도 로켓 발사나 '신기한 로봇 10가지' 같은 동영상들이 올라온다.


사례 1,2가 가능한 것은 '개인화(personalization)'때문이다.


Valtteri Varpela, Managing editor,  WWW.IS.FI


이번 WNMC에서 '이렇게 해서 독자를 많이 늘렸다.', '이렇게 해서 수입이 늘었다.', '이렇게 자동차에 디지털 콘텐츠가 들어가도록 했다.', '이렇게 필터 버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을 이렇게 활용한다.' 등등 여러 가지 사례들이 소개되었고, 맥락은 서로 달랐지만 거의 빠짐없이 '개인화' 이야기가 등장했다.


한 핀란드 업체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PC 웹' 시대에서 '모바일 웹' 시대로 넘어오면서 큰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이제 개인화를 통해 '디지털 뉴스 소비의 혁명'(evolution of digital news consuming)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Valtteri Varpela @Sungjoo Lee


개인화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주최하는 WNMC에서 화두가 된다는 말인가?  

위키피디아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함께 읽어볼 글, 유튜브와 추천 알고리즘 , 트위터 vs 페이스북 )


구글 검색 캡처


말하자면 이런 거다. '카페 주인'이 '매일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러오'는 '손님'이 '오면' 그 기호에 맞춰서 '오늘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드릴까요?라고 권하는' 것.


이걸 모바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에 적용해보자. '유튜브'가 '매일 스포츠 콘텐츠를 보러 오'는 '사용자'가 '유튜브에 접속하면' 그 기호에 맞춰서 '최신 야구 콘텐츠를 가장 상단에 배치해 보여주는' 것.

광고에 적용해보자. '네트워크 광고 업체'가 '어제 인터넷으로 옷을 산' '예비 고객'이 '광고 계약을 맺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오면' 그 기호에 맞춰서 '예약된 광고 자리에 옷 광고를 보여주는' 것.


이와 관련해 업계에는 아주 유명한, 그야말로 전설 같은 일화가 있다.


그렇다면, 뉴스 콘텐츠를 유통하는 언론사가 이런 개인화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시험 삼아서 위에 했던 것과 같은 구조를 뉴스 콘텐츠에도 적용해보자. '언론사'가 '매일 정치 기사를 보러 오'는 '독자'가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그 기호에 맞춰서 '최근 정치 기사를 상단에 배치해 보여주는' 것.


물건에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뉴스 콘텐츠에도 개인화가 적용될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핀란드의 언론사는 접속하는 개인에 따라서 서로 다른 페이지를 보여주는 방식을 콘퍼런스에서 소개했다.


첫 번째 궁금증.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가운데 대부분은 '뉴스는 포털에서 보는 거 아니야?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읽는다고?'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뉴스를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을 통해서 소비하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사정은 좀 다르다. ( 로이터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언론사에 직접 찾아와 기사를 읽는 비율이 전 세계에서 꼴찌다. )


두 번째 궁금증. 대형마트의 경우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거의 카드를 사용하니까 누가 언제 무엇을 샀는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고, 유튜브의 경우 유튜브를 볼 때 대개 구글에 로그-인 한 상태니까 내가 뭘 봤는지 알 수 있다지만 언론사들은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두 가지 답이 가능하다. (1)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홈페이로 직접 찾아오는 독자가 많기 때문에 언론사의 자체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로그-인한 독자들이 우리보다 많다. (2) 로그인한 상태가 아니라도 아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 궁금증. 로그인을 안 했는데 어떻게 알 수 있지?

우리가 우리 휴대폰으로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이트에 휴대폰 기종이나 접속한 위치 등 많은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내가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이런 것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아도 일종의 지문 같은 게 남아서 내가 같은 사이트에 들아가면 같은 사람이 또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Jason Jedlinski SVP Consumer Products


이런 개인화는 조그만 카페 주인이 자기 고객들을 기억하고 취향에 맞는 커피를 내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즉 '기술'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이 사이트에 찾아오는지 판단하고, 그 사이트에서 어떤 콘텐츠를 읽었는지 지켜보고 그걸 기록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일일이 수동으로는 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여기서 AI도 등장한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등장하는 HAL9000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고, 어떤 사용자가 찾아와서 어떤 기사를 읽었는지를 분석하는 그런 인공지능, 혹은 알고리즘을 말하는 거다.


loomi.ai Al Ramich, CEO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AP 등 대형 언론사들은 이런 기술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물론 개인화에만 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사람들이 해오던 기사 분류, 동영상 분석 같은 것들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Robyn Spector, Director of Corporate Strategy and Development AP


이와 관련해 이번 WNMC에 소개되었던 성공사례들을 보면 대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대형 매체들이나 IT기반의 신생 매체들은 자체적으로 이런 개인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기존 군소매체들은 외부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었다.  내가 놀랐던 것은 적용 수준의 차이가 있었을 뿐, 이 분야의 중요성을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AP의 로빈 스펙터(Robyn Spector)는 29개 나라 194명의 디지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리서치 결과(Digital Leaders Survey)를 인용하면서, 조사 대상자의 59%가 개인화에 기반한 콘텐츠 추천(content recommendations)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렇게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 그렉 바버(Greg Barber Director of Newsroom Product, Washington Post)는 동아일보 강경석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 포스트가 "이런 기술 스텝들에게 기자들보다 때에 따라선 더 많은 보수를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랙 바버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아일보 강경석 기자


그가 소개한 워싱턴 포스트의 뉴스룸 구조를 보면 그곳은 한눈에 봐도 종이 신문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하는 그런 구조가 아니었다.  기존 뉴스룸 조직(트리 구조의 왼쪽 상단)과 함께 사진, 비디오, 그래픽, 오디오를 다루는 조직이 협업하고(좌측 하단) 그와는 별도로 오퍼레이션(콘텐츠 확산 전략 등), 소셜미디어 탑재, 프로젝트, 라이브 뉴스 등 뉴스 전략을 담당하는 '스트래터지 레이어(Strategy Layer)'를 두고 있었다.   


Greg Barber Director of Newsroom Product, Washington Post


요컨대, "제3의 콘텐츠 유통 혁명이 온다."는 명제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간에, 이미 지구촌의 많은 매체들이 독자를 늘리고, 구독자를 늘리고, 수입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 개인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데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뉴욕타임스 마크톰슨 사장은 "최고의 저널리즘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지만, 이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독자(사용자)들을 오랫동안 구독자로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전술 전략에 통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사장 ⓒ Sungjoo Lee





개인화에 기반한 추천을 통해, PC 웹과 모바일에 이어 제3의 콘텐츠 혁명이 일어난다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사실 사흘간의 WNMC 기간에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생각은 바로 그것이었다. 앞서 잠깐 거론했지만 몇 가지 이유에서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https://brunch.co.kr/@kakao-it/332


그 다른 상황 때문에 WNMC에서 거론된 여러 가지 전략들과 제안들을 실무에 적용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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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공통의 해법은 없다

이어지는 글

NYT 마크 톰슨 대담

④ 워싱턴포스트의 6가지 혁신 

바보야, 문제는 결국 포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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