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딱 이만큼만 알아두자
일러두기 : 1), 2) 등으로 표시되는 것은 주석이다.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글의 가장 뒤에 배치한다.
열쇠말 : ‘추천 알고리즘’, ‘프리롤’, ‘라이브’, ‘동접’, ‘동평시’
페이스북과 경쟁을 하려고 했던 구글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구글 플러스’는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다. 25) 그러나 동영상 플랫폼은 달랐다. 이제 ‘동영상=유튜브’라는 공식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를 뉴스 유통창구로 주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유튜브를 빼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26)
앞서 우리는 소셜미디어에서 ‘개인화된 화면을 어떤 방법으로 만들 것인가?’하는 전략이 가장 중요하고 그게 핵심이라는 점을 짚어봤었다. 그럼 유튜브는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유튜브는 사용자가 유튜브 안에서 무얼 검색하고 무엇을 보았는지 모두 기록해놓는다. 그리고 좋아할 법한 콘텐츠를 ‘개인화된 화면’, 즉 유튜브 시작 페이지 상단에 배치한다. 동영상 한 개를 보고 나면 그와 유사한 다른 콘텐츠들을 추천한다. 바로 이 ‘추천 알고리즘’이 오늘날의 유튜브를 있게 한 핵심전략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유튜브는 아주 확실한 광고 수단을 제공한다. 여기서 ‘확실하다’고 한 것은 두 가지 의미이다. 첫 번째 사람들이 광고를 봤는지 보지 않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의미이고 두 번째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다양하게 광고를 붙일 수 있는 ‘확실히’ 광고 친화적인 플랫폼이라는 의미이다.
왜 광고에서 판가름이 날까? 광고가 잘 붙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동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제작자들(언론사)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고, 돈 벌 기회가 있으니까 유튜브에 올라오는 콘텐츠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콘텐츠가 많으니까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된다.
무료로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동영상을 만든 사람에게는 돈을 준다. 잠시만 생각해봐도 아주 매력적인 모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광고를 통한 확실한 수익모델이 가능한 데에는 동영상의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의 소비는 선형적(線型的)이다. 즉 건너뛸 수가 없고 일정시간을 머물러야 한다.
[조각 글] 구글은 천사일까 악마일까?
쫌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넷플릭스도 네이버도 다음도... 동영상을 취급하는 거의 모든 플랫폼이 모두 ‘추천’ 시스템을 갖고 있을 텐데 왜 하필 구글이 1등을 차지하는 것일까?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전설이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이 글이 잘 정리가 되어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구글은 우리에 관한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이 정보를 추천에 활용하는 것이다. 혹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웹사이트에서 호텔을 예약했는데 그 정보가 내 휴대폰 달력 앱에 자동으로 올라오고, 구글맵을 실행시켰더니 내가 따로 입력하지도 않았는데 ‘방문할 곳’이라는 표시가 떡 표시되어 있는 기억 말이다. 구글은 천사와 같이 공짜로 저장공간과 유용한 프로그램들을 우리에게 준다. 그러나 그렇게 공짜로 쓴 나의 활동기록은 고스란히 구글의 재산이 된다. 구글의 검색을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가장 중요한 광고는 ‘프리롤’(pre-roll)광고이다. ‘프리롤’은 말 그대로 원래 봐야 할 콘텐츠의 앞(pre)에 먼저 돌아가는(roll) 광고를 말한다.
유튜브도 페이스북처럼 ‘알고리즘’에 의존해 무엇을 추천할지 정한다. 유튜브는 어떤 알고리즘으로 추천이 작동하는지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첫 페이지에 어떤 콘텐츠가 나오는지 보면 가장 큰 원칙이 무엇인지 미루어 짐작하는 게 가능하다. 즉 ① 구독자가 많은 제작자(개인, 언론사)가 만든 콘텐츠, ② 조회 수가 높은 콘텐츠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27)
유튜브가 유력한 콘텐츠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기사 콘텐츠를 유통시켜야 하는 언론사의 입장에서도 유튜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인 만큼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방송사들이 동시에 저녁뉴스 ‘라이브’를 해도 구독자가 적은 방송사의 라이브는 노출될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구독자가 많다고 자랑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냥 허세가 아니다.) 이렇게 라이브를 할 때 ‘어떤 특정 시점에 동시에 접속해서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대개 ‘동접’이라고 줄여 부른다. 즉 동접은 프로그램 시작부터 끝나는 시점까지 계속 달라진다. 28)
‘동평시’라는 말도 자주 쓴다. ‘동평시’는 동영상 평균 시청 시간의 줄임말이다. 동영상을 봤으면 봤지 ‘평균 시청 시간’은 왜 중요한가? 라고 질문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까 동영상 콘텐츠의 소비는 ‘선형적’이라고 한 데에 답이 있다. 유튜브는 ‘인스트림 광고’(in-streem)라는 것을 끼워넣고 있는데, 이 ‘인스트림 광고’에 있어서는 ‘동평시’가 매우 중요하다.
인스트림 광고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중간에 끼어드는 이를테면 중간광고다. 그런데 60분짜리 동영상이 있는데, 평균 시청 시간, ‘동평시’가 3분밖에 안 된다면 3분 이후에 ‘인스트림 광고’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회 수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소용이 없다. 처음 1분 여동안만 보고 나가버릴 테니까.
|주석|
25) 구글 플러스는 2019년 3월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되었다. ‘금수저’ 구글 플러스는 왜 실패했나?
26) 2018년 jtbc와 SBS는 24시간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19년 4월 SBS는 24시간 채널을 시작했지만 jtbc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SBS 24시간 전략 을 참조하시라. 게다가 유튜브는 이제 더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하루 평균 이용시간이 가장 길었다. '뜻밖의' 유튜브 사랑…"50대 이상 가장 많이 봐"
27) 아래 링크에 올라있는 기사를 읽고 나면 등골이 오싹할지도 모른다. 추천 알고리즘과 관련한 각 플랫폼의 경쟁은 그만큼 치열하고 무시무시하다. 옛 유튜브 알고리즘 담당자가 밝힌 추천 시스템의 비밀
28) 유튜브는 원래 동영상 “클립”을 유통하는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댓글 창 등을 통해 사용자의 실시간 참여를 부추길 수 있고, 이 댓글이 동영상에 붙어 원래의 콘텐츠보다 더 풍성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실시간 방송인 ‘라이브’를 밀기 시작했다. 원래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한 라이브방송 강자는 아프리카 티비라는 업체였는데 유튜브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