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 ①, ② 등으로 표시되는 것은 주석이다.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글의 가장 뒤에 배치한다.
1.3.3 카카오톡
열쇠말 : '샵탭', '샵검색', '뉴스봇'
카카오톡(이하 카톡)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텔레그램이나 바이버, 네이버의 라인 등 다른 대체 수단이 많이 나와있지만 이제 국내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소통수단이 되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자를 보내는 행위’에는 엄연히 돈이 들어갔었다. 카톡은 '공짜 문자'라는 전략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초기 서비스는 단순했다. 인터넷 망을 이용해 공짜로 문자를 나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카톡은 거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서비스를 단순 문자 전송에서 사진 전송 동영상 전송 등 모든 콘텐츠로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서 카톡의 영향력, 곧 사람들이 카톡을 이용하는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났다.①
그런데 콘텐츠 얘기하다 왜 카톡을 말하지?
그런데 뉴스 콘텐츠 유통을 말하다가 왜 카톡을 말할까?
잠깐만 생각을 해보자. 혹시 카톡으로 전달된 ‘기사 링크’나 '유튜브 링크'를 본 적이 있는가? 혹시 그 링크를 클릭해본 일이 있는가?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기사 링크가 하루에 몇 개나 될까?
백만 이상 조회된 <응급실서 '맥주' 먹던 전공의.. 인슐린 '1백 배' 투여>라는 기사가 어디를 통해서 소비되었는지 살펴본 결과, 당연히 포털을 통한 소비가 5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카카오톡을 통한 소비도 16%나 됐다. 세상에... 카톡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게 포털로 유통되는 량의 3분의 1이나 될 줄이야.
사람들은 카톡을 통해 '기사 링크' 등 콘텐츠를 공유한다.
평소 카톡을 쓰는 우리 행동을 잘 관찰해보자. 카톡을 통해 텍스트 메시지만 오가는 것이 아니다. 아까도 말했던 것처럼 사진, 동영상, 이모티콘, 문서 등 여러 유형의 콘텐츠를 보내고 받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뉴스 링크’이다. 보통 '공유'라고 한다. 카톡 앱에는 ‘브라우저’가 내장되어 있어서 ('브라우저'는 #2에서 이미 공부했다.) 링크를 누르면 카톡 앱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도 뉴스 링크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② 즉, 카카오톡은 대화를 나누는 앱일 분만 아니라 이제 콘텐츠, 뉴스 콘텐츠가 유통되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그런데 잠깐만. 카톡을 관리하는 카카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문자만 나눌 때와 카톡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주고받을 때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운영비용이 많이 들까? ('시스템'에 부하가 많이 걸릴까?) 당연히 후자이다. 문자에 비해 사진이나 동영상의 파일 크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큰 파일을 주고받으려면 엄청난 용량의 서버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카카오는 시스템 유지 비용이 많이 듦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콘텐츠 유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③ 왜 그럴까?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이 곧 영향력이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야 더 광고를 붙일 수 있다.
먼저 콘텐츠들이 카톡을 통해 오가면 사용자가 카톡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우리가 앞서 1.2.1 인링크와 아웃링크에서 살펴본 것처럼 '트래픽'이 많아진다.
두 번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카톡에서 콘텐츠를 보게 한다면, 광고를 붙일 기회가 많아진다. 그러니까 중요한 사업 기회가 된다.
그래서 카카오는 카톡이라는 플랫폼을 '콘텐츠가 흐르는 영역'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카톡에 들어온 것이 콘텐츠 유통 공간인 '샵탭'이다. ④
카카오는 이후에 검색을 통한 유통을 강화하기 위해서 '샵검색'을 도입했다. ⑤ 지금은 '뉴스 봇'⑥이라는 이름으로 AI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실험하고 있다.
'샵탭'
카톡 어플 하단을 보면 가장 왼쪽에 카톡 친구들을 볼 수 있는 탭이 있고, 그다음은 채팅 탭,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 붙어있는 탭이 있다. 이걸 카카오 내부에서는 '샵탭'이라고 부른다.
이 탭을 눌러보면 가장 먼저 '뉴스'가 나오고 차례로 'FUN', '인기웹', '인물', '스포츠' 등의 카테고리가 배치되어 있다. 물론 '이런 게 있었어? 카톡 쓰면서 한 번도 못 봤네'라고 반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카톡의 '샵탭'을 연 화면. 가장 먼저 '#뉴스'가 나오고 맨 아래(그림의 오른쪽) 검색 영역이 등장한다.
'양대 포털'을 말할 때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속해있는)을 꼽지만, 사실 카카오의 미디어 담당부서가 많은 실험을 하고 훨씬 더 공을 들이는 영역은 포털 다음이 아니라 카톡의 '샵탭'이다.
'샵검색'이 지향하는 것은 콘텐츠 유통량 확대다
다른 글('네이버 메인 실종사건' 추적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나는 네이버가 '메인'을 없애고 인공지능 편집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압력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음(카카오)의 경우 네이버보다 훨씬 빠른 지난 2015년 인공지능 편집을 도입했다.
역시 '아고라 서비스' 등으로 홍역을 겪은 탓도 있겠지만 카카오는 인공지능 편집을 통해 더 많은 콘텐츠가 사용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알고리즘을 이용한 추천, 즉 개인화에 따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가 '샵탭'이나 '뉴스봇'을 도입하고 실험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콘텐츠는 노출이 되어야 소비될 수 있다. 그런데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핸드폰 '샵탭'의 영역에서 노출시킬 수 있는 기사의 수는 기껏해야 7개에 불과하다. 위 그림 오른쪽 '샵검색'의 구성을 보자. 검색창이 나오고 거기에 '기사 묶음'으로 연결되는 키워드들이 나열되어있다.
'샵탭'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사 리스트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샵검색'을 통해서 그와 연결된 훨씬 더 많은 기사들로 사용자를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실시간'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실시간 검색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이런 전략은 네이버나 다음에 매우 중요하다. 사용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기사를 계속 봐야 △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 덩달아 기사에 붙은 광고 소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이 가능하면 많이 뉴스 콘텐츠를 사용자들에게 노출시키려 하는 것과 동일하게,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들도 같은 이유(노출이 많아야 영향력이 높아지고 광고도 많이 팔 수 있다.) 때문에 이런 포털의 전략을 100% 아니, 200% 활용하려고 시도한다.
포털의 '콘텐츠 소비 확대 전략'과 일부 언론사의 '어뷰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별도의 자리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일단 이야기를 꺼냈으니 잠시만 언급하고 지나가자. 무슨 소리냐고? 간단히 말하면 포털의 '콘텐츠 소비 확대 전략'과 일부 언론사들의 '어뷰징 전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아래 그림을 살펴보자.
실시간 검색, 샵검색 등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주는 화면
가장 왼쪽 화면은 카카오 '샵탭'이다. 샵탭 아래에는 검색창이 있다. MBC가 <뉴스데스크>에서 단독으로 보도한 '전공의 음주당직'은 △ 몇 시간 사이에 100만 명 넘게 조회가 이뤄진 파장이 큰 기사였다. △ 카카오의 '샵검색'은 이런 흐름을 파악하고 검색 키워드로 '#전공의 음주 당직'을 추천한다. △ 카카오의 '샵검색'에 특정 키워드가 올라오면 일부 언론사들은 그 키워드에 맞는 기사를 생산한다.
그 결과 위 그림의 가운데서 보는 것처럼 (1) 정작 단독 보도한 MBC의 기사는 잘 보이지 않고, 부산일보의 기사가 가장 상단에 노출된다. (2) 게다가 부산일보의 기사 내용을 보면 확인 취재는 전혀 없이 방송을 '그대로 베낀' 것이다. (매체 명을 가리려고 하다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만약을 위해 당시 기사를 캡처해두었다는 사실도 분명히 한다.) 명백한 범죄행위다. 왜 부산일보가 이렇게 하는지는 그림의 가장 오른쪽 화면이 웅변하고 있다. 광고다.
대화형 콘텐츠 유통을 실험하는 '뉴스봇'
그런데 포털은 언제까지 콘텐츠 유통에서 '최강자'의 자리에 머물 것인가? 아무도 알 수 없다.
먼저, 나이가 적은 세대일수록 포털을 이용해 콘텐츠에 접근하는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
두 번째, AI 기술 발달로 인해 말로 콘텐츠를 불러내는 방식이 점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세 번째, 역시 AI 기술 발달로 새로운 콘텐츠 소비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더 이상 CD나 라디오를 수동적으로 듣는 공간이 아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카카오는 '뉴스봇'을 실험하고 있다. '뉴스봇'은 사용자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듯 뉴스를 물어보고 그에 대한 답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지금은 키워드 검색과 다르지 않은 아주 간단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카카오 내부에 관련 태스크포스(TF)가 생겨나 이 '뉴스봇'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메신저를 통한 콘텐츠 유통의 흐름을 신경 쓰는 건 카카오에 국한되지 않는다. 언론재단도 뉴스 유통창구로서 ‘메신저 서비스’를 주목하고 2018년부터 조사 대상에 넣었다. 카톡뿐만 아니라 네이버의 라인,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들도 콘텐츠를 어떻게 편리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서로 다른 스타일로 해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텔레그램의 경우 특정 주제(대화방)를 선택하면 신문을 구독하듯 계속 속보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 주석 |
① 원래 카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포털업체인 '다음'과 완전히 다른 업체였다. 두 회사가 합쳐서 잠시 '다음-카카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다가 다시 '카카오'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제 '다음'이라는 이름은 포털과 메일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카카오는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멜론을 인수하는 등 사업영역을 계속 확장해가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한국인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의 사용시간 가운데 ‘카카오톡’의 점유율은 94.4%에 달한다. 그 뒤를, 페이스북 ‘메신저’ 1.8%, ‘라인’ 1.1%, ‘텔레그램’ 1.1%, ‘위쳇’ 0.8%이 차지했다. https://platum.kr/archives/102366
② 도대체 "앱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도 링크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는 또 뭐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궁금해할 분이 계실 수 있다. 다음 설명을 듣고 이해하시면 좋고, 만약 이해가 안 된다면 넘어가도 아무 지장이 없다. 카톡에서 링크를 눌렀을 때, 링크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실행시켜서 보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당연히 삼성 인터넷이나 크롬 같은 프로그램이 작동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카카오톡이라는 앱 안에 자체 인터넷 브라우저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손님들이 링크를 눌러도 카카오톡 앱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카카오톡에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다.
③ 여기서 '시스템'이라고 하는 건 서버, 네트워크 비용 등을 얘기하는 거다.
④ 카톡의 '쓰리탭' 등장과 관련된 기사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033
⑤ 카톡의 '샵검색' 등장과 관련된 기사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5063010235386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