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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ul 06. 2019

8_너희가 AI를 알아?

디지털 세상 딱 이만큼만 알아두자

일러두기 :  ①, ② 등으로 표시되는 것은 주석이다.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글의 가장 뒤에 배치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포털, 카카오톡 등과는 달리 'AI 기반 플랫폼' 상당히 낯선 용어이다. 이 용어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먼저 다리를 좀 놔보자.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아이언맨>의 한 장면. 토니스타크가 아이언맨 슈트를 착용하면 눈 앞에는 HUD(head-up display)가 나타나 시시각각 각종 정보를 알려준다. 인공지능 비서인 자비스(J.A.R.V.I.S.)가 맡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만약 자비스가 없다면 손바닥과 발바닥에 달린 추진장치로 곡예하듯 하늘을 날고 있는 토니스타크는 어떤 방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불러낼 수 있을까?  



두 번째,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로 돌아갔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도 많이 크긴 했지만 휴대폰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도 초록색 모니터가 달려있는 PC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당시에 휴대폰과 PC가 있었다고 해도 지금과는 전혀 쓸모가 달랐다. 뭐가 달라졌길래?



삼성전자가 지난 88년 처음으로 출시한 핸드폰


먼저 휴대폰을 생각해보면 당시 우리는 0~9까지 10개의 버튼과 #,* 등 총 12개의 버튼을 눌러 정보를 입력했다.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영어나 한글로 어떤 문장을 입력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휴대폰 초기 모델에도 액정이 달려있긴 했지만 '정보를 표시하는'역할을 했을 뿐 정보를 입력하는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 핸드폰의 액정화면은 무엇을 '보여주는' 용도로만 쓰이지 않는다. 입력장치로도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폰을 통해 유통할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와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맨 처음 일반 사람들이 컴퓨터를 쓰게 되었을 때(당시 컴퓨터를 XT PC라고 불렀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초록색 모니터에 연결된 PC에는 키보드만 있을 뿐 마우스가 없었다. 그래서 화면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커서나 페이지다운 버튼을 눌러 '행'에서 '행'으로 가는 게 유일했다.   

 

PC에 마우스가 도입되면서 사용자들은 자유롭게 화면의 특정 지점으로 커서를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이를 통해 PC를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가 크게 증가했다. 생각해보라. 마우스가 없이 어떻게 스타크래프트나 리그 오브 레전드(L.O.L.)같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겠는가?  


정리하자면, 기술발전이 축적되면서 특정 시기 '사용자가 사물을 조작하는 방법(UI, User Interface)'이 크게 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그 변화와 동시에 콘텐츠의 유통 방식도 달라졌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두 가지 입력방식의 변화는 모두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냈다. 그와 관련한 모든 기술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는 아니고, 스티브 잡스가 여기저기 나와있는 기술들을 묶어서 서비스에 도입했다.  



그런데 역시 스티브 잡스가 처음으로 도입했지만 아직까지 덜 정착된 기술이 있다. 바로 AI 비서, Siri다.  

즉, AI 역시 키보드나 마우스, 터치스크린과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사물을 조작하는 방법(UI, User Interface)'인 것이다.①


1.4.2 AI 기반 플랫폼


열쇠말 : AI, UI, AI 스피커, 인텐트(intent)


좀 돌아오긴 했지만 이제 우리는 'AI 기반 플랫폼'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 같다. 'AI 기반 플랫폼'은 터치스크린이나 키보드, 마우스 대신에 '인간의 말'을 이용해 정보(명령)를 받아들이고, 출력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출력하는 결과물은 꼭 음성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화면이 달린 인공지능 스피커가 출시되고 있다.)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igence)에 대해서도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이 글의 목적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상자 속에 간단히 정리하고 건너뛰기로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을 만들어보려고 수 없이 시도를 했지만 프로그램을 짜듯 인공지능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 거의 자포자기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돌파구가 생겼다. 인간이나 동물의 뇌가 시각적인 감각을 처리하는 방식을 본떠 학습을 시키는 방식(ANN, Artifical Neural Network)을 채택한 것이다. 이걸 더 발전시킨 게 이른바 딥러닝(심층 신경망, Deep Neural Network) 기술이다.  

그래서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가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HAL9000이랑 비슷한 것이냐고 묻는다면 '절대로 아니다.'  지금 도달해 있는 상태는 '가장 정답에 가까운 근사치'를 찾아내는 장치 정도이다. 그럼 'AI가 학습한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고? 가장 정답에 가까운 근사치를 찾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자료들을 입력하는 걸 말한다. 인공지능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조금 어렵지만 <강인공지능,약인공지능 그리고 미래>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나는 지금까지 변화를 일으켜온 키보드, 마우스, 터치스크린과 마찬가지로 'AI 기반 플랫폼'이 앞으로 콘텐츠 유통 방식에 크게 변화를 일으키게 될 새로운 UI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인간이 말을 해서 뭔가를 시킨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영화 <아이언맨>의 경우에서 보듯 말로 하는 UI는 인간의 손을 자유롭게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가전제품들을 연결해 새로운 서비스를 탄생시키려는 통신, 가전사들의 욕망이 있다. 이른바 IoT(Internet of Things)의 세계다.


AI 스피커와 열쇠말(인텐트, intent)


먼저 시작한 것은 애플의 Siri이지만 휴대폰에 연결된 AI는 '활약 중'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대신 먼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AI 스피커'이다. 지금 이 'AI 스피커'는 일단 아이들(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을 둔 부모)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동요 들려줘.", "영어 동화 들려줘."같은 말을 하면 "네, 들려드리겠습니다." 하고 답하는 식이다. 그러나 훨씬 더 앞서가는 구글은 물론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와 포털들도 오디오북, 뉴스 등으로 끊임없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아까 AI는 키보드나 마우스, 터치스크린과 동일하게 사용자가 콘텐츠로 접근하는 길 또는 방법(UI)이 된다고 얘기했었다. 그래서 'AI 기반 플랫폼'에서는 사용자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어떤 콘텐츠를 내어줄지) 미리 결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AI가 생각을 하고 답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된 답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텐트(intent)'가 중요하다. 이건 '사용자의 의도' 정도로 해석이 될 수 있지만, 나는 그보다는 '열쇠말'이라고 부르는 것이 훨씬 더 이해가 빠르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게 쉬울 것 같다.  


예를 들어 카카오 스피커를 갖고 있는 사용자라면 "재미있는 뉴스 들려줘!"라고 말해보라. MBC 14F의 최신 콘텐츠가 스피커로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례에서 '인텐트'는 '재미있는 뉴스'이다.

MBC는 카카오와의 협의를 통해 '재미있는 뉴스'라는 '인텐트'에 14F 콘텐츠를 연결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럼 '최신 뉴스 들려줘'라고 하면 어떤 뉴스가 나올까? '연예 뉴스 들려줘'라고 하면? '스포츠 뉴스 들려줘'라고 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눈치를 챘을 것이다. 말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UI의 특성상, 어떤 말에 어떤 콘텐츠를 연결시킬지, '인텐트'(열쇠말)와 관련해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아직까지 'AI 기반 플랫폼'의 힘은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의 서비스가 될 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전 세계는 지금 치열한 인공지능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②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영화 <Her>③ 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기술이다. 걸음마 단계로 보이지만 우리가 'AI 기반 플랫폼'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주석| 

1) 컴퓨터 인터페이스(interface)의 발전상을 좀 더 알아볼 수 있는 글

https://brunch.co.kr/@moonkils/8

2) 지난 7월 4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3) <Her>는 멀지 않은 미래의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시어도어라는 주인공이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지면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크게 두 가지 줄기로 감상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영화는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했을 때, 이른바 '특이점'에 도달했을 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는 SF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사랑'이 과연 무엇에 대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그밖에 읽어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storypop/127


http://it.donga.com/25849/

http://www.bloter.net/archives/34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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