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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ul 13. 2019

9_ OS를 가진 자, 뉴스를 정복하라.

디지털 세상 딱 이만큼만 알아두자


열쇠말 :  OS(Operating System, 운영체제), 하드웨어(Hardware), 소프트웨어(Software), 런처(Launcher), 잠금화면


컴퓨터 본체를 뜯어보면 생각보다 부품이 많지 않다.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카드 등등이 붙어있는 메인 보드(main board)와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 대신 쓰이는 저장장치 SSD(Solid State Drive) 정도가 구성품의 전부다. 아 물론, 조금 전 나온 말들은 하나도 몰라도 된다. 요즘 시대에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뜯어본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OS는 어디에 있을까? OS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저장장치 안에 들어있는 소프트웨어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OS는 운전사 같은 역할이다. 엔진과 조향장치 등 모든 자동차의 구성요소(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다.  


PC 운영체제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각각 다른 버전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애플의 맥 OS, 오픈소스 기반의 리눅스 정도. 그런데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윈도의 점유율은 95%에 달한다.   



우리가 매일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도 크기가 작을 뿐 역시 컴퓨터다. 핸드폰의 OS는 구글(안드로이드)과 애플 진영(iOS)으로 양분된다. 그럼 점유율은 어떻게 될까? 모바일 OS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최강자다. 점유율은 85%에 육박한다.


그럼 삼성은? 삼성은 한때 자체 OS를 개발했지만(옴니아, 바다, 타이젠 등) 사실상 다 포기했다. 대신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 속에 독자 OS의 길로 들어섰다. 한 번 위기를 겪은 만큼 아마 중국의 독자 OS 추진 전략은 번복되지 않을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아직 본론에 들어가지 못했다.


본론에 들어가기 위해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왜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은 모바일 OS를 개발하려고 시도했으며, 왜 실패했을까?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19년 6월 한 행사에서 “애플 iOS에 대항할 수 있는 모바일 OS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수”라면서, “지금도 밤에 이 일을 생각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중요하고 뼈아픈 실수였으면 지금까지도 이 일을 잊지 못하는 걸까?


OS가 중요한 이유는 첫 번째 소프트웨어인 OS가 하드웨어를 지배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OS를 중심으로 '소비의 생태계'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본론으로 들어갈 준비가 된 것 같다. 우리는 이 '소비의 생태계'에서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이나 iOS를 만든 애플이 무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OS에 기대서 콘텐츠가 유통되는 길목을 노리는 업체들은 누구인지 관찰하게 될 것이다.



1.5 OS 기반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애플  


여러분은 지금 이 글을 어디서 읽고 있는가? 만약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에서 읽고 있다면 화면의 왼쪽 아래 창문이 그려진 버튼을 살짝 눌러보라.


윈도우즈 10 '시작 버튼'을 누른 화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윈도우즈는 '윈도우즈 10'이라는 운영체제에 'Microsoft 뉴스'라는 어플을 기본으로 넣어두고 있다. 즉 '윈도우즈 7'과는 달리 '윈도우즈 10'은 사용자가 컴퓨터를 산 뒤 아무런 설정의 변화를 가하지 않아도 'Microsoft 뉴스'를 강제로 보게 한다는 뜻이다.(물론 사용자가 제거할 수는 있다.)


2020년 1월 '윈도우즈 7'이 퇴출 수순을 밟게 되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로 PC나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무조건,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이 'Microsoft 뉴스'를 보게 될 것이다.


'생태계'는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돈을 버는 통로가 된다.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OS의 생태계는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돈을 버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또 OS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힘은 강력해진다.


예를 들어 모바일에서 가장 지배적인 생태계는 안드로이드 OS인데, 구글 플레이 스토어(google play store)의 수수료는 무려 30%에 달한다. 만원을 벌면 3천원을 구글에 바쳐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우회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앱을 만드는 업체들은 돈을 내지 않을 수가 없다. 좀 나쁘게 말하면 통행료를 받는 무시무시한 강도인 셈이다.


https://support.google.com/googleplay/android-developer/answer/112622?hl=ko


현재 안드로이드와 구글 모두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때문에 아직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애플 스토어'라는 강력한 결재시스템을 활용해 콘텐츠를 우리나라 포털처럼 '인링크'로 관리한다.  


구글이나 애플은 운영체제(OS)를 직접 설계하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애플의 생태계(안드로이드 플레이 스토어, 애플 스토어)와 더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고,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할 것 없이 하필 뉴스 콘텐츠에 눈독을 들이는 것일까? 'News'라는 말 그대로 뉴스 콘텐츠는 항상 새롭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때문이다.     


반대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BBC 등 유수의 해외 언론사들이 기를 쓰고 사용자가 직접 홈페이지로 찾아오게 노력하고 있는 것은 물건을 팔 통로('플랫폼')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애플 뉴스 안내 홈페이지


'Microsoft 뉴스'에 들어가 보면 연합뉴스와 뉴시스, 뉴스 1 등 통신사의 뉴스 콘텐츠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통신사'의 정의는 "신문사나 잡지사, 방송 사업체 따위에 뉴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말한다. 언젠가 별도의 자리에서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나는 뉴스 콘텐츠의 생태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 통신사의 행태는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로부터 엄청난 금액의 지원금을 받는 연합뉴스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플립보드 & 캐시슬라이드


애플과 달리 구글은 삼성이나 LG 같은 휴대폰 생산업체들이 OS인 안드로이드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핵심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못하고 잠금화면, 바탕화면 테마 같은 것들을 고칠 수 있게 한 것이다.


플립보드나 캐시슬라이드는 공통적으로 이런 안드로이드 OS의 '틈새 공간'을 노리는 앱들이다.


플립보드는 삼성과 손을 잡고 삼성 휴대폰의 런처(Launcher)를 파고들었다. 즉 휴대폰의 바탕화면을 좌측으로 넘기면 플립보드가 실행돼 뉴스를 읽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런데 런처가 뭐냐고? 로켓을 우주로 쏘아올리려면 발사대(Launcher)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휴대폰에 설치된 앱을 실행시키려면 앱을 휴대폰 화면에 가지런히 배치하고, 그 앱을 터치했을 때 작동이 되도록 해줘야 한다. 안드로이드 OS의 경우, OS의 본체와 분리해서 이 런처(Launcher)를 바꿔서 쓸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삼성이나 LG같은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각자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지를 준 것이다.   

   

삼성 휴대폰에서 플립보드가 실행되는 방식


플립보드와 삼성의 협업은 그리 성과가 좋지 못했다. 지금 삼성은 플립보드 대신에 삼성의 인공지능 비서인 빅스비를 쓰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쉽지 않은 듯하다. 근본적으로는 OS를 설계하고 운용하는 게 삼성이 아니라 구글이기 때문이다.


캐시슬라이드는 안드로이드 OS의 잠금화면을 노린 앱이다. 휴대폰의 화면을 켤 때 먼저 등장해서 광고나 뉴스 콘텐츠를 보는 사용자들에게 리워드(reward)를 주는 방식이다. 휴대폰 사용자들이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켜는 횟수가 하루 평균 90번에 달한다는 점을 활용한 마케팅 방식이다.



휴대폰 잠금 화면이 하루에 90번이나 작동한다는 건, 여기에 광고나 콘텐츠를 배치했을 때 그만큼 여러 번 사람들에게 노출된다는 뜻이 된다. 우리가 앞서 첫 번째 장,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에서 살펴본 것처럼 노출이 많이 될 수 있는 곳에 콘텐츠를 배치하면 조회(page view)가 일어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렇다 보니 이 잠금화면을 노린 어플이 캐시슬라이드 말고도 많이 생겨났고, 이 길목이 무질서해지자 안드로이드는 제한을 가하기도 했다.

 


그래서 캐시슬라이드(회사명 NBT)는 한편으로는 구글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한편, 혹시나 구글이 큰 틀에서 정책을 바꿀 것에 대비해 '다른 활로'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OS를 갖고 있고, 그 OS에 기반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대장정이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뉴스 콘텐츠가 유통되는 통로인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모두 살펴보았다. 물론 특정 플랫폼이 빠졌을 수 있으나 지금까지 우리가 다뤄왔던 카테고리(웹과 포털, 소셜미디어, 팟캐스트, AI 기반 플랫폼, OS 기반 플랫폼)를 아예 벗어난 플랫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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