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 1), 2) 등으로 표시되는 것은 주석이다.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글의 가장 뒤에 배치한다.
1.3 소셜미디어
일단 제목을 보고 ‘소셜미디어가 뭐야?’라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것을 소셜미디어(Social Media)라고 부르지 않고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SNS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용어인데다 (외국에 나가서 SNS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정확하지도 않다. 예를 들어 유튜브를 관계를 맺는 ‘네트워킹 서비스’라고 부르는 게 적절할까?
포털과 대비해 ‘콘텐츠가 흐르는 또 다른 통로’라는 뜻으로 개념을 잡기 위해서 우리는 낯설지만 SNS 대신 ‘소셜미디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21)
[그림1-14] 구글에서 ‘Social Media’로 검색하면 나오는 그림이다. '춘추전국시대'라 부를 만큼 많은 소셜미디어가 있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를 다시 정의 22) 할 필요가 생긴다. ‘소셜미디어’는 1) 일반적으로 ‘로그인’(log-in)을 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접근할 수 없는 2) 인터넷 기반이긴 하지만 대개 ‘모바일 앱’을 통해 주로 이용되는 ‘플랫폼’이며 3) 사용자는 콘텐츠의 수용자이기도 하지만 대개 스스로 적극적인 생산자 및 전파자가 된다.
기사(콘텐츠)가 흘러가는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는 이 글에서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소셜미디어는 디지털 시대에 ‘포털’과 함께 매우 중요한 뉴스 콘텐츠의 유통, 소비 통로가 되고 있다. 두 번째, 여러 가지 소셜미디어가 춘추전국시대처럼 생겨났다 사라지고 솟아올랐다가 꺼지기도 하면서 서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각각의 소셜미디어에 따라서 콘텐츠를 취급하고 그 안에서 콘텐츠가 퍼져나가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여러분이 혹시 ‘콘텐츠가 퍼져나가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고? 그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분들을 위해 잠깐 맛보기로 페이스북 이야기를 해보자.
한때 모든 사람들은 ‘당분간 뉴스 유통창구는 페이스북이 독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동안 콘텐츠 유통시장에서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바꿀 때마다 언론사들의 희비가 엇갈렸고, 심지어 페이스북에 의존했던 몇몇 언론사는 망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 벌어졌던 일이다. 물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만 말이다.
이번 절에서 살펴볼 키워드들이 많기 때문에 먼저 한 번 살펴보고 가자. 앞으로 다 다룰 내용들이니까 ‘그냥 이런 것들이 있나보다.’하는 느낌으로 한 번 쓱 훑어보면 된다.
| 사전 요점 정리
‘소셜미디어’는 로그인을 마친 개인화된 환경 위에서 ‘모바일 앱’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을 말하며, 대개 사용자가 수동적인 수용자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전파자이고 생산자라는 특성을 갖는다.
‘소셜미디어’는 연결이 만들어지고 콘텐츠가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트위터’형과 ‘페이스북’형 ‘유튜브’형 ‘메신저’형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보통 소셜미디어들은 성적을 따져보는 (성과를 분석하는) 모델을 갖고 있고 페이스북의 경우 ‘인사이트’라는 페이지가 있다. ‘좋아요’,‘하트 표시’,‘공유’,‘리트윗’ 등의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활동을 묶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라고 말한다.
트위터의 ‘타임라인’,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등에 특정 콘텐츠가 나타나게 되는 것을 ‘도달’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도달’된 콘텐츠를 직접 클릭해서 보는 것을 ‘조회’라고 한다.
‘조회’가 연인원이라면 ‘라이브’상황에서 동시에 접속한 사용자를 ‘동접’이라고 부른다.
특정 콘텐츠를 계속 보겠다는 의지 표명은 ‘팔로우’내지 ‘구독’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1.3.1 트위터와 페이스북
열쇠말 : ‘개인화’, ‘트위터’, ‘페이스북’, ‘팔로우’, ‘타임라인’, ‘뉴스피드’, ‘도달’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누구에 의해서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두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다른지, 그 핵심에 무엇이 놓여있는지 이다.
‘트위터는 이미 한물 간 플랫폼인데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틀렸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짚어보려는 차이가 트위터를 쇄락하게 했고 페이스북을 일으켰으며, 동시에 아직까지 트위터가 살아있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23)
핵심으로 들어가기 전에 미리 공부해야 할 것들이 있다.
개인화
먼저 ‘개인화’(personalized)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지나가자. 이번에도 역시 비유를 들어 본다. 두 개의 식당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A식당은 짬뽕 전문점인데, 찾아오는 모든 손님에게 짬뽕을 내놓는다. 반면 B식당은 좀 특이하게 운영된다. 처음에는 손님이 뭘 좋아하냐고 묻다가 나중에는 그 기록을 바탕으로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평양냉면을, 자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장면을 내놓는다. 이때, B식당은 ‘개인화’된 메뉴를 내놓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정의한 것처럼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로그인(log-in)을 한 뒤에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에게 ‘개인화’된 화면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공통적이다. (이 대목에서 아직 잘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다짜고짜 옆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페이스북 앱을 실행시켜보라. 당신이 늘 보던 화면과 옆 사람이 보는 화면은 아주 큰 차이가 난다.)
그런데 주목!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개인화된 화면을 어떤 방법으로 만들 것인가?’하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소셜미디어의 핵심 중에 핵심이다.
트위터의 타임라인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인 만큼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겠다.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매우 중요하니까 최소한 한 번 이상 읽자.
트위터는 ⓵ 내가 ‘팔로우’한 모든 주체(사람이나 기관, 언론사)가 만들어낸 소식이 ⓶ 아무런 거름장치 없이 ⓷ 아무런 시차 없이 곧장 나에게 전달된다.
예를 들어 내가 10명(혹은 10개 언론사)을 팔로우했고, 이 10명(혹은 10개의 언론사)이 각각 1분씩 시차를 두고 1개씩의 트윗을 날렸다고 해보자. 내 ‘타임라인’에는 1분 간격으로 10개의 트윗이 바로 올라온다. 이게 트위터의 ‘타임라인’이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반면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는 다르다.
페이스북은 내가 10명(혹은 10개 언론사)과 친구를 맺고, 이들이 1분씩 시차를 두고 각각 1개씩 게시물을 올렸다고 해도 이 10개의 게시물이 다 나에게 전달된다는 보장이 없다. 즉 10개 가운데 오는 것도 있고 오지 않는 것도 있다. (여담이지만 주의할 게 있다. 친구에게 “네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나는 못 봤는데?”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라.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잠시 뒤에 알게 된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서는 ‘도달’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즉 ‘도달’은 내가 친구를 맺은 사람(언론사)의 콘텐츠가 ‘알고리즘’의 줄 세우기 원칙을 통과해서 나에게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조회수’와 ‘도달’은 다르다. 내가 무엇을 읽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도달’해야 하고, 이렇게 도달한 콘텐츠를 내가 클릭해 읽는 것이 ‘조회’가 된다.
그럼 도대체 어떤 게시물은 나에게 도달하고 또 어떤 게시물은 도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게 할 수가 없다. 정확히 알 수 없고 그저 미뤄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만 그 이유를 안다. 24)
‘미루어 짐작할 수만 있다.’고 했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장 기초적인 원칙은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던 사람(또는 언론사)일수록 그 사람의 게시물이 나에게 더 잘 도달한다.’ 내가 10명(10개의 언론사)와 친구를 맺었다고 해도 내가 평소 ‘좋아요’ 등 감정표현을 하거나 ‘공유’, ‘댓글’ 등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의 게시물은 나에게 아예 오지 않을 수(‘도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까 “네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나는 못 봤는데?”라는 말은 “나는 너와 친구를 맺은 뒤에 네가 쓴 글에 대해 한 번도 ‘좋아요’를 누른 적이 없어.”라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이처럼 사용자들의 반응(좋아요를 누르거나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댓글을 다는 등의 행동)은 콘텐츠가 다른 사용자들에게 전파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걸 묶어서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라는 말로 표현한다.
물론 이것 말고도 페이스북 알고리즘에는 여러 가지 다른 원칙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너무 자주 게시물을 작성하면 오히려 도달이 적어진다던지, 글 보다는 동영상이 더 도달이 많이 된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알고리즘은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고 페이스북은 이런 원칙, 즉 ‘알고리즘’의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시 정리해보면, 트위터는 ⓵ 내가 ‘팔로우’한 모든 주체(사람이나 기관, 언론사)가 만들어낸 소식이 ⓶ 아무런 거름장치 없이 ⓷ 아무런 시차 없이 곧장 나에게 전달된다.
반면 페이스북은 ⓵ 내가 ‘팔로우’한 주체(사람이나 기관, 언론사)가 만들어낸 소식이 ⓶ 알고리즘이라는 거름장치를 거쳐 ⓷ 어떨 때는 시차 없이, 어떨 때는 시차를 두고 나에게 전달된다.
[그림1-15]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어떻게 다른지를 개념적으로 나타낸 그림이다.
이러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차이는 내가 맺는 ‘친구’(언론사)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커지게 된다. 즉 트위터의 경우 내가 팔로우를 많이 하면 할수록 내 ‘타임라인’에 점점 더 많은 소식들이 올라오게 된다.
반면 페이스북의 경우 친구가 늘어난다고 꼭 같은 비율로 ‘뉴스피드’에 소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친구를 많이 맺으면 상대적으로 많은 소식들이 올라오긴 하겠지만, 내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또는 언론사)이 만들어낸 게시물은 차차 나에게 돌아오는 빈도가 낮아질 수 있다.
[조각 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왜 트위터를 좋아할까?
우리는 이제 트위터의 타임라인과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소식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달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트위터는 나와 친구를 맺은 사람들 사이에 아무것도 끼어들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직설적’이다. 그래서 유명인들 가운데는 유독 트위터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한 명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거의 6천만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숫자의 팔로워가 있다. 이는 트럼프가 트윗을 날리면 동시에 우리나라 인구보다도 많은 사람에게 그의 트윗이 시차 없이 도달한다는 뜻이다. 실로 굉장하지 않은가?
밥 우드워드가 쓴 <FEAR>에는 트위터에 관한 트럼프 스스로의 표현이 등장한다.
"이건 내 확성기야. 이건 어떤 여과 장치도 없이 내가 대중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방식이야. 소음을 뚫어버리는 거지. 가짜 뉴스도 뚫어버리는 거야. 내가 활용해야 할 유일한 소통 방식이라고. 내게는 수천만 명의 팔로워가 있어. 케이블 뉴스 시청자보다 많지. 내가 나서서 연설을 하고 CNN이 그걸 다뤄도 아무도 안 보고 아무도 신경 안써. 내가 뭔가를 트윗하면 그건 세계를 상대로 한 내 확성기가 되지." (<FEAR> p.298)
| 주석 |
21) 매년 실시되는 언론재단의 대규모 조사인 언론수용자의식조사는 소셜미디어를 SNS로 부르고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별도의 항목으로 분리해 조사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런 ‘메신저 서비스’도 같은 장에서 다룰 예정이다.
22) 이 연재의 목적이 학술적인 것이 아닌 만큼 여기서의 ‘정의’는 말 그대로 설명을 위한 ‘실무적인 정의’일 뿐이다.
23) 나는 개인적으로 트위터는 절대로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24)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페이스북의 엣지랭크(edge rank)에 관해서 정리한 <비인간 행위자와 필터버블>이라는 글을 참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