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콩쥐 팥쥐 - 04

거꾸로 보는 전래동화 #11

by 이야기발전소
landscape-2130538.jpg

쿠당탕탕. 최만춘이 방 밖으로 나서기도 전에 물건 집어던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이, 최만춘이. 여기 있는 거 다 아니까 순순히 나와. 어서!”

“아이쿠, 벌써 여기까지 쫓아왔네. 어찌하면 좋을꼬.”

“서방님. 어찌 된 영문입니까? 네?”


최만춘은 배씨의 말에도 대꾸를 하지 않고 슬그머니 방문을 열어 고개만 내밀었다. 배씨도 밖으로 보니 마당에는 네댓 명의 사내들이 손에 몽둥이를 들고 위협적으로 서있었다. 사내들 주변으로 조금 전에 설거지를 마친 그릇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몇 개는 깨져버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아, 와, 와, 왔는가? 왔으면 들어오지 거기 서들 무얼 하시나? 어여 안으로 들어오시게.”

“아직도 주둥이를 놀리는 걸 보니 멀쩡하게 살아 있구먼. 그러면 우리 돈을 갚아야지!”

“내 돈을 갚기 싫어서 안 갚는 게 아니지 않은가? 우리 콩쥐가 시집을 가면 다 해결될 거라니까.”

“저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니 딸년이 누구한테 시집을 가?”

“우리 콩쥐가 양반집으로 시집갈 터이니 조금만 기다리시게나, 조금만.”

“양반집? 이보게들 저 잡놈이 지금 무어라 하는지 들었는가? 딸년을 양반집으로 시집을 보낸다네. 어허허허.”


최만춘은 방을 나서 마당으로 내려가면서 말을 했다. 하지만 마당에 있는 사내들은 그 말에 모두 비웃었다.


“저기 김진사 어른하고 혼담이 오가고 있다니까 그러네. 그러니 진정들하고 조금만 기다리시게나. 내 곧 갚는다니까.”

“김진사 어르신과 혼담이 오간다고 했나? 그 말이 정말인가?”


혼담이 오가고 있다는 최만춘의 말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다시 물었다.


“그렇대도. 내 얼마 전에도 김진사 어른을 만났다네. 그러니 조금...”


최만춘은 미처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땅에 주저앉았다. 싸리문을 열고 김진사가 들어온 것이다. 최만춘이 김진사에게 다가가려 하자 김진사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했다.


“여긴 가? 음, 터는 좋네.”

“네, 어르신.”


최만춘은 더 이상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냥 땅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런 최만춘에게 김진사는 가까이 다가가 말을 했다.


“돈을 빌려갔으면 갚아야지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만드는가? 응? 저 친구들도 바쁜 몸이네. 빨리 마무리해야지 않겠는가?”

“아이고, 진사 어른. 지난주에 제게 말씀하셨지 않습니까요. 제 딸년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그런데 이 어찌.”

“내 그랬지. 네가 하도 니 딸년이 곱다고 자랑을 하니 눈여겨보고 있다고.”

“그러면 아드님과 혼사를 준비하...”

“뭣이라? 혼사라 했느냐?”


김진사는 최만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잘랐다. 그리고 얼굴이 굳어지며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러자 뒤에 있던 사내들이 달려들어 최만춘에게 몽둥이질을 했다. 배씨는 무서워 팥쥐를 품에 안고 멀찌기 피해있었다. 콩쥐도 무서워 방안에서 구경만 하고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한참 몽둥이질을 하고선 사내들이 물러나자 김진사가 다시 다가왔다.


“네 놈이 정녕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 딴 망발을 입에 올리는 것이냐? 반상이 유별하거늘 내 어찌 네놈과 그 딴 얘기를 한단 말이냐?”

“그, 그럼. 눈여겨보신다 함은?”

“그야 곱다고 자랑을 하니 하룻밤 데리고 놀아볼까 해서 보고 있었는데 지금 저 년의 면상을 보니 그 생각은 사라지는구나.”


김진사는 팥쥐를 콩쥐로 잘 못 생각한 것이다. 최만춘은 그 말을 듣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 아무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저 눈에서 눈물이 흘러 얼굴이 온통 지저분하게 변해갈 뿐이다.


“내 니 딸년에 대한 마음은 접을 터이니 당장 이 집을 비우도록 하여라. 네가 가져가 돈은 이 집과 이 땅으로 갈음할 것이니 그리 알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김진사는 그렇게 선포하고는 사내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팥쥐는 김진사의 말 때문에 또다시 상처를 받았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있는 최만춘을 본 팥쥐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얘야, 팥쥐야. 왜 그러느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콩쥐 팥쥐 -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