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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Dec 20. 2017

벳푸 지옥온천 순례기(2)

일본 오이타현 벳푸

1. 오니야마지코쿠 (도깨비 지옥, 鬼山地獄)


입구에 큰 도깨비 상이 있고 한편에는 이름도 '鬼山地獄'이라고 적혀있지만 이 곳은 '악어 지옥'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온천물에 악어가 100여 마리 살고 있기 때문이다. 


1923년부터 온천열을 이용해 악어를 사육하고 있는 곳이다. 

온천물에 악어가 사는 것 말고 뭐 볼 것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곳은 7개의 지옥 온천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곳이다. 

입구 전시실에 있는 '뽑기'를 가장 좋아하지만 그것은 제외하고!!

우선 악어가 있다.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오니야마지코쿠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사이다'

삶은 계란과 함께 파는 사이다.

병의 모양도 악어의 모양이고, 입구에 구슬이 있어 따는 방식도 조금은 독특하고 다 먹고 난 뒤에도 장난감이 된다. 온천의 뜨거운 열기 때문에 느낀 갈증 탓인지 너무 시원했다. 

참고로 그냥 밖에 둔 것은 시원하지 않을 수 있으니 '히야시'를 말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일본말은 모르지만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넘겨들어 기억나는 말 몇 가지는 있다. 

그중 하나가 '시원하게 한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히야시(ひやし)'

일본 여행 중에 많이 써먹었다.


2. 시라이케지코쿠(백지지옥, 白地地獄) - 국가지정명승

흰 '백(白)'에 땅 '지(地)'

무슨 말인지 의미가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봤더니...

흰 천이라는 뜻과 함께 숫처녀라는 의미도 있어 조금 놀랐다.

하지만 여기서 사용된 의미는 아마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는 의미일 것으로 해석해봤다. 

온천물이 뜨거운데 무엇이 살 수 있었겠는가?

(요즘이야 관광 수입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겠지만...)


입구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정원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것은 물고기.

안에는 열대어를 전시한 어항도 있다.

무언가 살짝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온천이 보인다.

온천 주위를 하나의 정원으로 가꾸어 놓은 곳이다. 

이름처럼 물 색깔도 하얀색. 

오니야마지코쿠에 못 들어가는 것이 악어때문만은 아닌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이 곳 역시 보이는 것처럼 너무 뜨거워서 사람이 들어갈 수는 없다. 

그저 잠시 감상만 할 뿐!


3. 가마도지코쿠 (아궁이 지옥, かまど地獄)

이곳이 가장 많이 찾는 '가마도지코쿠' 즉, 아궁이 지옥이다. 

한글 설명이 떡하니 있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찾는지 가늠할 수 있다. 

사진만 봐도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설명이 잘 되어있다. 

왜냐? 한글로 되어있으니^^

손과 발, 코까지 배려한 곳이다. 

근데... 뜨겁다.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발은 양말을 신고 있어도 딛고 있기 어려울 정도이며 먹는 것은 그냥 끓는 물 같은 느낌이다.

다른 곳에 비해 이곳만 유난히 사람이 많은 편이다. 

왜 그럴까?

잠시 고민하다 다시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대충 이해가 되었다.

관광버스가 주차하기 가장 편하면서 5개가 모여있는 지옥온천들의 딱 가운데 위치한 것이라는 나름의 결론이 나온다.

가마도지코쿠에서 위로 2개, 아래로 오니야마지코쿠와 하쿠지지코쿠 2개의 온천이 있다. 


4.우미지코쿠 (바다지옥, 地獄) - 국가지정명승

이곳의 테마는 바다.

느낌상으로는 가장 크다는 생각이 든다.

정원도 예쁘고, 상점도 가장 깔끔하다. 

입구에 파는 찹쌀떡이 내 입맛에 맞는 것도 좋았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것은 바다의 이미지와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드는 연꽃

역시 친절하게 열대성 수련이라고 한글이 있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 나오는 온천 구경도 당연히 할 수 있다. 

하얀 빛깔이 나오며 뜨겁다고 자랑이나 하듯 끊임없이 김이 올라온다.

신사를 의미하는 입구를 지나면 또 하나의 산책로가 있는 것과 함께

여기에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 바로 '족욕'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마도지코쿠에서 족욕을 한다. 

그래서 사람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족욕장 바로 앞에 매점도 있어 사람이 더 많다. 

그런데 여기는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나름 편안하게 쉬며 족욕을 즐길 수 있어 족욕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곳을 추천한다. 

족욕을 즐길 좋은 곳은 3곳이다.

가마도지코쿠도 족욕을 할 수 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빼고, 추천하고 싶은 3곳 중 하나가 바로 여기!


5. 오니이시보즈 지고쿠(鬼石坊主地獄, 대머리 지옥)

일본말을 잘 모르는 처지라 처음엔 무슨 주제인지 몰랐다. 

그래서 폭풍 검색!

그 결과는 대머리 지옥??!!

모양이 흡사 스님의 머리와 같이 대머리 모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어떤 것이 그런 모습일까 찾아봤다.

아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돌무지보다는 둥근 모양을 내며 보글보글 올라오는 저 모습을 보고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자연현상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여기에 와서 느낀 점은 '갈수록 좋은데~'라는 생각!

특히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족욕장은 너무 좋았다. 

어린 아기가 들어가도 뜨겁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물 온도.

대여섯 살의 아들과 조카가 신나게 물놀이를 즐긴다.

물론 이내 다른 사람들이 와서 충분히 놀지는 못했지만 아이들도 악어를 보고 난 뒤 지겨워하다 여기에 오니 신나서 뛰어다닌다.

앞의 4개의 온천을 들렀다 온 피로감도 조금은 있는 데다 족욕장도 너무 편해 자연스레 여기에서 한참을 쉬었다 가게 된다.

관광버스로 다니는 단체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인 것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 곳.


6. 타츠마키지고쿠 (龍巻地獄, 용권지옥, 줄여서 용지옥)

이름을 보고선 매우 궁금했다. 

그냥 용지옥도 아니고 왜 용권지옥일까?

왜 책을 셀 때 사용하는 '책 권'을 썼을까?

궁금증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

힘찬 물줄기가 땅에서 마구 솟아오르고 있었다.

https://tv.kakao.com/channel/2876945/cliplink/380498989

늘 물줄기가 올라오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시간을 잘못 맞추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니 그것을 감안하는 것이 좋다.

물 솟음이 멎고 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을 주는 곳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다시 물이 솟아오를 때까지 정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니까!


7.치노이케지코쿠 (血の池地獄, 피의 땅 지옥, 줄여서 피지옥) - 국가지정명승

이름도 무시무시하다. '피의 땅'

이름처럼 물의 색이 붉은빛을 낸다.

도깨비 얼굴을 지나 기념품 판매점이 출입구다.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기념품 가게를 지나야 만 한다. 

먹고살기 위한 장삿속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이렇게 억지스러울 정도로 기념품 가게를 배치하니 기분은 좀 별로였다. 

어쨌든 기념품 가게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탁 트인 곳이 나온다. 

가까이 가면 붉은색의 온천을 만날 수 있다. 

붉은 물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앞에 있는 언덕의 숲조차 가려질 정도니 물이 얼마나 뜨거운지 가늠된다.

이곳 역시 족욕도 할 수 있고, 뒷길로 산책로가 나 있다.


용지옥과 피지옥은 따로 떨어져 있어 차로 약 5~10분 정도 이동을 해야 한다.

나머지 5개는 한 곳에 모여있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중간에 '산지옥 (야마지코쿠)'도 있는데 그곳은 패키지 티켓으로는 입장이 안되고 따로 티켓을 구매하라고 해서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보통은 패키지 티켓으로 입장이 가능한 7개의 온천을 지옥온천으로 부르고 8개라고 할 경우에는 야마지코쿠까지 포함시키는 경우다.


사실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너무 뜨거워 구경만 해야 하는 온천 구경이라 몇 군데 돌면 지겨울 수도 있다. 

하지만 관광지를 마구 돌아다니며 구경거리를 찾기보다는 조금은 쉬엄쉬엄 여행을 즐기기 위해 온천여행을 택한 것이라면 반나절 정도 시간을 투자해 천천히 돌아보며 색다른 매력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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