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다른 나라는?
‘역사’
이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요?
저는 재미있고 좋아하지만 누군가에겐 암기과목의 대명사이면서 말만 들어도 골치가 지끈 아픈 단어일 수도 있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을 빌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하며 역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자주 합니다. 그리고 TV에서 역사 드라마인 사극을 방영하면 재미있게 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역사는 여전히 어렵고 따분하고 외워야 할 것이 많아서 싫은 과목일 뿐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듣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사극처럼 이야기를 하듯이 흐름으로 이해한다면 역사도 재미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가를 위해 억지로 외우게 하기 때문에 그동안 싫어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굳이 외울 필요도 없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이해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역사도 재미있다는 말이죠.
저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역사를 전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역사가 좋아서 취미 삼아 역사책을 보고, 역사 자료를 찾고, 역사 현장을 다니는 사람일 뿐입니다.
나름 고민했습니다.
역사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집에서 놀고 있는 아들을 보며 생각해봅니다. 아직 어린 아들이지만 곧 학교에서도 역사를 배우게 될 텐데 미리 포기하지 않게 하고 싶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제 큰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아들을 비롯해 주위의 다른 친구들이 그 노래의 가사를 경쟁적으로 외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물론 가사는 아이들답게 많이 바꾸기도 합니다. '단군할아버지가 터 잡으시'지 않고 '땅콩 할아버지가 턱 잡으시'는 노래로 바뀌기는 했지만 그 노래로 인해 아이들에게 역사 속의 인물이 어느새 친숙하게 다가간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제 아들에게 역사이야기를 좀 쉽게 해 줄 수는 없을까 생각하면서 자료를 모으는 중에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대에는 좀 덜했지만 중세를 지나 근대로 오면서 우리나라의 인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흐름을 함께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귀주대첩 강감찬과 서희 거란족을 말해주기 위해서는 거란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이며 왜 우리나라에 쳐들어와 전쟁을 하게 되었는지 함께 이야기해주어야 하는 것이죠. 시대를 지나오면서 점차 국가와 대륙 간의 이동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당연한 과정입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쉽게 말해주기 위해 공부를 조금씩 더 해가는 사이에 시간은 지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 아들에게 크리스마스가 어떤 날인지 설명을 하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실 그때 우리나라는 뭘 하고 있었을까?
생각과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대항해시대가 열릴 때 우리나라는 뭘 하고 있었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다른 나라는 또 어떤 상황이었을까?
제가 보았던 책들은 거의 우리나라의 역사만 있거나, 세계사도 그 나라의 역사만 따로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나라별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리된 책이 거의 다수였지 비슷한 시기별로 따로 모아둔 책은 거의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이 글의 시작입니다.
자료 찾은 것을 잊어버리지 않게 기록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쌓였습니다. 혹시 빠진 것을 없을까? 나는 들어봤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이 들어본 이야기일까? 다시 보고 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깊고 진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얇고 가벼운 마음으로 세계사를 재미있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된 글입니다.
'어! 나 이거 들어봤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노력했습니다.
‘아! 이때 이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흐름을 알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자세한 분석보다는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세계사를 이해하면 지금의 세계를 읽는 눈도 더 크게 떠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글로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가 '아는 척'을 할 수 있다면 너무나 기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