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순결의 상징이라 생각하나?
처녀막
처녀의 질 구멍을 부분적으로 닫고 있는, 막으로 된 주름 또는 구멍이 난 막. 파열되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
- 표준국어대사전
부끄럼 타는 새색시
첫날 밤을 치루었나
오월 하늘 시트 위에
점점이 박혀있는 선홍빛 핏방울
살짝 가린 이불 이파리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을 섬겨서 바친 순결의 표징
-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김승기, 북스데이, 2012) 중 ‘금낭화’ 일부
아침이 되자 수영은 그의 옆에 잠이 든 공주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그의 옆에서 아리처럼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는 지난밤 자기가 유린한 그녀의 처녀를 보았다. 침대 시트가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 ‘7살 차이’ (지필묵, 아이작가, 2006) 중에서
문학작품들을 보면 처녀막을 여성들이 지켜야할 순결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성관계를 갖지 않은 여성들이라면 처녀막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을까?
먼저 이 처녀막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면 그런 어처구니없는 헛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처녀막은 질 입구 전체를 막는 막이 아니라 질의 점막이 접혀 다소 좁아진 구조에 불과하며, 생리혈 배출을 위해 구멍이 나 있다.
기능을 보자면, 사춘기 이전의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상처와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여성이 성숙하기 전까지 저친 휴지, 소변, 다른 이물질로부터 연약한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사춘기 이후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이 질 조직을 유연하고 두텁게 만들면서 면역까지 길러줘 처녀막의 기능을 대신한다.
크기나 모양도 제각각이다. 첫 번째 성경험 때만 찢어진다는 말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달리기나 승마와 같은 격한 운동, 힘차게 껴안는 것, 자위행위나 솜 같은 것을 질 안에 넣는 것으로도 충분히 찢어질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도 포유류 중에서는 인간과 두더지, 고래만이 가지고 있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40% 이하의 여성들만 처녀막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게다가 30%는 찢어져도 출혈이 없기도 하고 찢어지고도 며칠이 지나서야 피가 보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소변 등을 통해 그냥 흘리는 경우도 많다.
반면 처녀막에 생리혈을 배출하는 구멍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를 처녀막 폐쇄증이라고 한다. 이 경우 성관계 시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럴 땐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빨리 병원부터 가라.
가끔, 여자 친구랑 섹스했는데 피 봤다고 자랑하는 놈들을 본다. 나는 이런 놈을 ‘미친 XX'라고 부른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그건 기뻐할 일도 아니고 자랑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우선 피가 보인다는 것은 처녀막을 갖고 태어난 40%도 안 되는 여성이고, 그중에서도 즉시적인 출혈을 보이는 꽤 드문 경우의 여성이다. 그 거야 뭐 생활하는 것이나 둘의 사랑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니 전혀 관계없다. 여기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다른 부분이다.
처녀막은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에 의해서도 찢어질 수 있다. 탐폰과 같은 삽입형 생리대에 의해서도 찢어질 수 있고 반가움에 겨운 큰 포옹에 의해서도 찢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만나 성관계를 맺는 이 순간까지 온전히 보전되어있다는 말인 즉, 사랑하는 그 여성이 지금까지 정말 정적인 활동만 하면서 아주 조신하게 살아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다른 운동이나 스포츠, 레저 활동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는 남자들이 있다면 다시 설명해주겠다. 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를 좋아하는가? 혼자만 즐겨야 할 가능성이 놓다. 여름에 물놀이, 겨울에 스키장에 가고 싶은가? 혼자만 가서 놀 수도 있다. 강변을 자전거 타고 달리며 데이트를 하고 싶은가? 그냥 걷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수도 있다.
당신을 만나기까지 긴 시간 동안 너무나도 정적으로만 생활해온 그 여자가 당신을 만났기 때문에 바로 동적인 활동을 즐기는 사람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그동안 그런 활동들을 하지 않고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왔는데 말이다. 이제 이해가 되는가?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도 없는 낭설 때문에 살아가면서 누릴 수 있는 다른 즐거움들을 상당수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결론은, 여자 친구와 섹스해서 피 봤다고 좋아할 일만도 아니라는 거.
* 잔소리 한마디
여자들이여. 성관계를 할 때 처녀막이 어쩌고 하는 남자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라. 제대로 교육을 시켜서 인간을 만들던가, 아니면 그냥 헤어져라. (그중에서 난 헤어지는 것을 추천한다)
아직도 처녀막이 여성 순결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아무 생각도 없고, 여자에 대한 배려도 없는 마초일 뿐이다.
지금은 원하는 정보는 키보드 몇 번 두드리고 마우스 몇 번 끄적거리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다. 아니, 손가락으로 화면 터치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겠다. 지금 이 시대가 그러할진대, 사랑한다는 여자와 성관계를 하기 전에 여자의 몸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도 탐색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여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처녀막 어쩌고 하는 것은 첫 경험이길 바란다는 것인데, 그 말은 즉,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다. 지금까지 자기를 만나기 전에 그 어떤 남자도 만나지 않았기를 원하는가? 그 나이 먹도록 학교생활도 하고, 사회생활도 하면서 살아왔는데 정말 다른 남자를 만난 적이 없을 정도로 매력 없고, 사교성이 떨어진 여자이기를 원하는가? 아니다. 과거를 따지는 남자는 그런 생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심이나 배려가 없는 것이다. 그냥 자기만을 위해 순종하는 여자를 원할 뿐이다. 연애할 때도, 결혼을 해서도 마찬가지다. 흔히 말하는 현모양처. 친구와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스스로의 이름을 버리면서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만 살 계획이라면 말리지 않는다.
(본문의 사진은 모두 비상업적인 용도로 사용 가능한 사진을 사용하였으며 출처를 표기하였으니 재사용에 대한 부분은 꼭 원 출처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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