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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Dec 19. 2015

성(性) 상식 - 포경수술

위생적인가? 잔인한 의식인가?

포경
음경의 끝이 껍질에 싸여 있는 것. 또는 그런 성기
- 표준국어대사전
사진출처 : http://www.gonnen.org/?p=104

이야기 하나

 이제 다음 주면 사랑하는 아들이 태어날 예정입니다. 

 “신랑, 얘도 포경 수술을 시켜야 할까? 요즘은 잘 안 하는 추세라던데?”

 “무슨 소리야?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지.”  


이야기 둘

 결혼한 지 6개월이 된 새댁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신랑이 포경 수술을 안 했더라고요. 

 남자들은 모두 다 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괜히 비위생적인 것 같아 기분도 찝찝하고, 관계를 거부하게 되네요. 

 우리 남편, 어떻게 하면 포경  수술시킬 수 있을까요?


 ‘남자들은 모두가 외과수술을 한 번은 받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포경수술을 한다는 말이다. 포경수술은 이름이 고래를 잡는 포경과 같아 흔히 ‘고래잡이 수술’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예전엔 거의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포경수술을 했다. 수술을 하지 않은 남자아이들이 ‘난 수술 안 했는데’라고 말하면 왕따 당했을 정도로 남자들에게 포경수술은 하나의 당연한 의식처럼 여겨졌었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 

 우선 포경수술을 왜 하는지를 살펴보자. 성서 시대에 구약에서 유대인들이 ‘할례’를 언급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나치가 유대인을 색출할 때 바지를 벗겨서 포경수술을 했으면 유대인, 안 했으면 비유대인으로 구분했다는 말도 있다. 또 이슬람에서도  종교의식의 하나로 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의 남성 대다수가 포경수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포경수술의 비율을 높을까?

 우리나라에 포경수술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해방 뒤 미군정이 들어오면서부터이다. 당시 미국의 문화가 일방적으로 유입되면서 우리나라의 의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바로 출산문화와 포경수술이다. 당시 미군은 위생상의 이유로 포경수술을 권했고, 절대적인 문화 우위에 있던 미국의 가르침에 의해 하나의 통과의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출산 문화 역시 집에서도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조산원이 출산에 도움을 주었던 자연스러운 출산 문화가 미국식의 산과학 시스템을 갖춘 병원에 의해 불결하고 미개하며 위험한 것으로 누명을 써 지금처럼 조산원이 사라지고 산부인과에서만 출산을 하는 형태로 변한 것이다. 


 다시 포경 이야기로 돌아오면 포경수술에 대한 의견이 예전에는 거의 위생상의 이유와 사회적인 분위기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시행되었다면 지금은 반대의 의견이 꽤나 많이 나온다. 귀두를 보호하고 포피와 귀두를 매끄럽게 해주는 피지선이 없어져 성감대가 사라진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위생적인 면에서도 반론이 있다. 목욕탕에 들어가 있기만 해도 위생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비뇨기과 의사들도 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2012년 12월 서울대 김대식 교수팀이 학술지 <BMC공중보건>에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흥미롭다. 2002년에 고등학생 가운데 포경수술을 한 비율이 95.2%였던 반면, 2011년에는 74.4%로 떨어졌고, 중학생은 88.5%에서 56.4%로 급감했다고 한다. 게다가 정작 우리나라에 포경수술을 전파한 미국에서는 이미 2000년 즈음부터 수술률이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포경수술은 많이 행해지고 있다. 

 실제 2004년 서울대 최항 교수님이 소아과학저널인 <액타 페디아트리카>에 실은 논문에 의하면 10~59세 남성 1,500명 중 73,1%가 포경수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 수술을 결심하게 영향을 준 원인으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라고 대답한 것이 60.8%라고 한다. 즉, 위생이다 뭐다 해서 필요하다는 의견과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그냥 수술을 해버린다는 것이다. 


 포경수술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모든 남자가 꼭 할 필요가 없다. 괜히 주위의 시선 때문에 돈 낭비, 시간 낭비하는 짓 하지 말길 바란다. 건강상의 이유가 아닌 주위의 시선 때문에 한다는 것은 정말로 무식한 짓이다. 

 단, 포경수술이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남성은 사춘기가 지나 성인이 되면서 포피가 귀두 뒤로 완전히 젖혀지는 자연 포경이 되지만 약 1% 정도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런 남성의 경우엔 비뇨기과와 상담하여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다. 

 포경 수술도 어디까지나 수술이고 비뇨기과에서 제대로 받아야 한다. 그냥 ‘남들 보기에 좀 그러니까’라는 해괴망측한 이유로 해버리고 마는 그런 장난이 아니다. 나의 소중한 성기를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수술해버리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나?

사진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Circumcision


* 잔소리 한마디

 남자들은 더 이상 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공중목욕탕에서 쫄지 마라. 수술을 했건 안 했건 그게 무슨 대수라고. 수술을 하면 크기가 커지고 정력이 증강된다는 낭설을 아직도 그대로 믿고 있다면 빨리 정신부터 차리길 권한다. 필자는 포경 수술이 성기의 크기와 정력에 영향을 준다는 의학 논문을 아직 본 적이 없는데 누가 본 적이 있으면 전달해주길 부탁한다. 오히려 19세기 말에는 자위행위를 줄이고 정력을 감퇴시켜 섹스 횟수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포경수술을 하기도 했다. 정력이니 뭐니 그런 말들은 포경 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의학 자료들이 많이 나오니까 괜히 허세로 하는 말인 거 다 안다. 서로 그러지 마라. 


 그리고 여자들은 섹스할 남자의 성기 끝이 포피가 덮여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지 마라.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남자가 얼마나 자주 씻느냐이다. 이제는 위생상의 문제로 굳이 포경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전에 비해 주거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고, 언제든 잘 씻을 수 있는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환경이 좋아졌다고 해서 모두가 잘 씻는 것은 아니다. 안 씻는 놈은 게으르기 때문에 안 씻는 거다. 모든 남자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샤워를 할 것 같은가? 속옷을 매일 갈아입는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직도 남자를 모르고 있다. 남자는 이미 군대에서 1주일 이상 씻지 않고 지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남자는 성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꼭 씻어라. 그것만으로도 포경수술로 인한 위생문제는 충분히 해결된다. 괜히 술 핑계를 대면서 그냥 덤비지 마라. 상대 여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는 신사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여자들! 안 씻고 덤비는 놈은 침대에도 들이지 마라. 최악의 경우 그런 놈이랑 잤다가 성병 걸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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