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 싼 거 아니라고!
몽정
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성적인 쾌감을 얻으면서 정액을 내보냄.
- 표준국어대사전
이야기 하나
오래간만에 모인 남자 동창들. 가족 동반으로 모일 때와 남자들끼리 모일 때는 역시 대화의 내용이 다르다. 술 한 잔 돌더니 서로의 생활에 대한 추념을 늘어놓는다.
“난 애 태어나고 계속 찬밥이야. 우리 와이프가 날 자꾸 거절해. 저번 달엔 몽정도 했어.”
“애 보다 보면 그럴 수 있지. 네가 이해해라.”
“야, 넌 애가 좀 컸다고 그런 말하는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제 낼모레면 마흔인데 몽정까지 하는 건 좀 심하지 않냐?”
“난 인마, 와이프랑 해도 며칠 뒤에 몽정할 때도 있어.”
“저 미친놈. 네가 무슨 변강쇠냐?”
“야야, 냅둬라. 몽정하는 걸 보니 아직 덜 큰 모양이다. 하하”
예전에 인기 있었던 영화 중에 '몽정기'라는 영화가 있었다. 사춘기 소년들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인데 그들의 성장기는 다름 아닌 性(성)장기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때부터 '남자아이들의 사춘기 = 몽정기'라는 공식이 많이 나돌았다. 사춘기 때의 남자아이들이 몽정을 많이 하는 편이니 굳이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몽정은 그 나이 때의 남자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성인 남성도 몽정을 한다.
남자들이 ‘생리’에 무지하다면, 여자들 또한 ‘몽정’에 무지하다. 왜? 여자들은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겪어보지 않았다고 오해하는 것이지만. 암튼, 그래서 엄마들이 몽정을 한 아들 녀석의 이불을 빨면서 다 커서 오줌 쌌다고 타박하는 것이다.
남자들이 잠자는 동안 정액을 내보내는 것을 '몽정'이라고 한다면 그와 비슷한 현상이 여성들도 있다. 질액이 잠자는 동안 분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도 몽정을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질액은 금방 마르기 때문에 몽정 여부를 잘 모를 뿐이다.
성적 능력이 왕성한 남자의 경우 자위행위나 섹스와 같이 따로 정액을 배출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에 보통 1달을 주기로 몽정을 한다. 1달에 1번 한다고 여성의 생리와 비교하지는 말자. 몸 안의 살이 뜯기는 고통을 동반해 1주일이나 지속되는 힘든 과정과 잠자는 동안 즐거운 쾌감을 동반한 잠깐의 정액 배출 행위는 차이가 크다.
(하지만 킨제이의 자료를 보면 5,000명 이상의 남성에 대해 조사를 했을 때 20% 정도의 남성은 평생 몽정을 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었다. 문득 옆을 보니 아기를 품에 안고 잠든 아내의 얼굴이 보인다. 이 경우, 어떤 놈은 ‘내가 마누라도 있는 데 몽정을 하다니’라는 생각으로 아내에게 잠자리를 요구하기도 하고 또 어떤 놈은 잠자는 와중에 다른 야한 상상을 했다는 것으로 미안해하기도 하고, 또 어떤 놈은 ‘내가 아직 덜 컸나? 왜 이 나이에 몽정을?’이라며 자학을 하기도 한다. 그런 별별 놈들한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럴 필요 없다! 그건 성적인 능력이 아직 정상이라는, 아주 건강한 놈이라는 증거니까. 오히려 몽정을 안 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몽정은 나이 불문이다. 그리고 어제 부부관계를 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사정은 하루에도 몇 번을 할 수 있듯이 몽정 또한 자주 할 수 있을뿐더러 예고도 없다.
다만 사춘기 때와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도 부족한 상태이기에 이불이 흠뻑 젖을 정도로 꿈에서의 쾌감을 즐겼다면 성인이 되어서는 ‘아! 지금 몽정이구나.’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래서 이불 전체를 적시는 것은 줄이고 그냥 속옷만 빨면 되는 정도로 마무리될 수 있다. 단지 그 차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잔소리 한마디
중학생 이상의 남자아이 즉, 대략 사춘기 이상의 아이의 이불이 갑자기 젖어 있으면 그냥 모른 척해줘라. 이런 비유를 해서 미안하긴 하지만, 여성도 초경을 할 때 얼마나 당혹스러웠는가? 속옷이 피에 물든 것을 보면 누가 볼 새라 얼른 화장실에서 몰래 빨았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몽정을 하고 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 찝찝해’. 바로 이어서 드는 생각은 ‘쪽팔려’다. 남자들이 모두 다 성기에서 정액을 분출시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 마구 떠벌리고 다니는 그런 미개한 존재는 아니다. 야밤에 자다 말고 일어나 나도 모르게 정액이 속옷을 적신 것에 대해 대부분의 남자들은 쪽팔려한다. 그런 사람에게 오줌을 쌌느니, 몽정을 했니 어쩌니 그렇게 쏘아붙이면 상처받는다. 가장 좋은 것은 그냥 모른 척이다.
그리고 냄새나 촉감도 많이 다르다. 오줌은 고약한 냄새와 함께 색깔에서 티가 나는 반면 촉감은 따로 없다. 하지만 몽정은 정액이 나온 것이기 때문에 오줌과는 다른 냄새가 나고 점액질 때문에 끈적거리는 반면 색깔은 거의 무색에 가깝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확실히 티가 난다. 그러니 그냥 세탁기 한 번 더 돌리는 것으로 마무리해라.
(본문의 사진은 모두 비상업적인 용도로 사용 가능한 사진을 사용하였으며 출처를 표기하였으니 재사용에 대한 부분은 꼭 원 출처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storyp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