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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Dec 23. 2015

성(性) 상식 - 가슴

첫 번째 기능이 뭔 지부터 생각해라

유방
포유류의 가슴 또는 배의 좌우에 쌍을 이루고 있는, 젖을 분비하기 위한 기관. 암컷은 젖샘이나 피하 조직이 발달하여 융기하고, 분만 후 일정한 기간 동안 젖을 분비한다. ≒ 젖
- 표준국어대사전
사진출처 : http://spurcell.deviantart.com/art/Confession-3-Sloth-373735573

이야기 하나

 “이번 주말에 워터파크에 놀러 가자”

 “아니, 난 바빠서. 미안. 다음에 가자.”

 친구의 제안에 또 바쁘다며 핑계를 대며 거절했습니다. 

 저, 바쁜 거 하나도 없습니다. 저도 워터파크에 가서 놀고 싶습니다.

 그럼 가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요?

 “우리 엄마랑 동생은 B컵, C컵인데 왜 나만 A컵이냐고!”

 작은 가슴 때문에 쪽팔려서 동네 목욕탕도 안 가는데 워터파크를 어떻게?

 이러다 남자들이 나한테 아무도 관심 안 가지면 어떡하지?

 남자들은 가슴 큰 여자들을 좋아한다던데...


이야기 둘

 제 여친은 가슴이 큰 편입니다. 좋지 않냐고요? 모르시는 말씀.

 우선 길을 가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쏠립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요.

 그리고 팔짱을 낄 때면 제 팔에 느껴지는 가슴 때문에 가끔씩 흥분됩니다. 

 변태로 오해받을까 봐 신경이 쓰여 팔짱을 풀면 여친이 싫어해요. 

 신호가 바뀌어도 못 뛰어요. 뛰면 여친이 가슴이 아프다며 힘들어하니까.

 여친도 가슴이 큰 것이 불편하대요. 그런데 말도 못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배부른 소리나 하고 있다며 핀잔을 주더래요.


 남자의 가슴을 말할 때는 단단한 근육질을 연상하며 건강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그에 비해 여자의 가슴은 섹시미를 강조하는 수단으로 생각해 크기 위주로만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슴이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여성의 유방을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미의 기준에서도 가슴에 대한 이야기가 꼭 들어간다. 그래서일까? 남자들에게 대놓고 좋아하는 여성의 가슴 사이즈를 물어보는 것도 이젠 예삿일이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밝힌 설문조사에서 ‘이성의 얼굴과 몸매 중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묻는 항목에서 남성의 62%가 몸매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어 ‘선호하는 가슴 사이즈’에 대해서는 전체 남성 응답자 중 69%가 ‘빈약한 가슴보다는 B컵 이상, 볼륨 있는 가슴의 여성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 2015년 01월 09일 자 기사, 해럴드경제 시티뉴스 김연아 기자’


 언제부터 남자들이 결혼 상대를 가슴을 보고 결정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을 중요시 여기는 것은 좋은 것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내 말은 외형적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가슴이 가진 본래의 기능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니까. 


 여성의 유방을 구조적인 측면에서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젖을 생산하는 15~20개의 ‘엽’을 피하지방이 둘러싼 형태이다. 무게를 보자면 우리나라 여성은 평균 200~250g이다. 브래지어 사이즈로 본다면 대략 75A 정도가 되겠다. 지방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할 때 가슴의 크기가 줄어드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성 상품화에 대한 논란이나 노출에 대한 것에는 유독 여성의 가슴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여성의 가슴이 섹시미를 강조하는 심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의 상징이 가슴이라고 하는 말은, 오로지 크기와 모양에 대한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볼륨감 있다’, ‘섹시하다’, ‘글래머다’ 이런 식으로 가슴에 대해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그러면서 가슴이 큰 것을 미덕(?)으로 여기도록 은근히 압박을 가하고, 여성들로 하여금 자기 가슴에 불만을 갖도록 유도한다. 뽕으로 버티다가 결국은 성형외과로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성형외과에서 하는 미용수술을 모두 탓하는 것은 아니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수술을 통해 극복해서 자신감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있는 법. 충분히 예쁘고 건강한 가슴을 두고도 큰 가슴에만 집착해 수술대에 오르는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이런 여성들의 자격지심을 공략하는 성형외과의 지나친 상술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 


 흔히 여자의 가슴을 의미하는 유방은 정확히 말하면 남자의 젖도 함께 포함하는 의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분명히 ‘포유류의 가슴 또는 배의 좌우에 쌍을 이루고 있는’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암컷이 젖샘이나 피하조직이 발달했다고 되어있지 암컷만의 전유물로 유방이라는 단어를 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방이라는 단어는 이미 여성의 가슴만을 생각한다. 유방은 남자에게도 있다.  


 유방암은 남자도 걸린다. 남성 유방암은 진단하는 방법이나 치료 원칙 역시 여성 유방암과 거의 비슷하다. 여성 유방암의 약 1% 정도의 발생빈도를 보이며 여성보다는 다소 늦은 50대 후반에 주로 발생한다. 대개 유두 주변에서 통증이 없는 단단한 종괴가 만져지는 것이 특징인 남성 유방암은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60건 이상 보고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성의 가슴은 크기보다 ‘기능’을 생각해야 한다. 여성의 가슴이 남성보다 큰 것은 아기에게 젖을 주기 위해서다. 요즘은 모유수유에 대한 인식도 많이 향상이 되어 산모들 대부분이 완모(분유를 쓰지 않고 모유로만 아이를 키우는 것)를 목표로 수유를 시작한다. 이때, 가슴이 크다고 해서 모유가 잘 나오고, 작다고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가슴의 크기는 모유수유와 아무 상관이 없다. 

사진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dok1/457868028

* 잔소리 한마디

 가슴이 큰 것은 과연 부러움의 대상일까?

 어릴 때 달리기를 하면 남자아이들은 신나서 달리지만 여자아이들은 달리기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2차 성징이 시작된 아이들은 달릴 때 가슴이 출렁거려 무겁기도 하고 아프기까지 하다. 이런 것을 유방통이라고 하는 데 가슴의 크기와는 거의 상관이 없이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뛸 때 가슴이 출렁거리는 모습이 왠지 창피하기도 한 것이 여자아이들의 마음이다.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더 환장한다. 가뜩이나 사람이 가득 차 짜증 나는 데 내 가슴이 다른 사람의 몸에 닿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모든 신경이 가슴으로 간다. 

 사람들은 가슴이 작은 사람보다 큰 사람에게 시선을 많이 준다. 하지만 그 시선이 그렇게 곱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직업을 택한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주위에서 자꾸 내 가슴만 쳐다보는 것이 뭐가 좋겠는가? 


 게다가 무게에 비해 어깨 근육은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하였기 때문에 큰 유방을 지탱하기에는 몸에 무리가 많이 따른다. 어깨가 쉽게 피곤한데다 목과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가슴이 커서 좋겠다’라고 한다. 남의 속도 모르면서. 이렇게 가슴이 큰 사람들은 외과적인 절개나 지방흡입 등의 방법으로 축소술을 하기도 한다.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고민이니... 여자들의 가슴은 남자들의 성기와 같은 운명인가 보다.


(본문의 사진은 모두 비상업적인 용도로 사용 가능한 사진을 사용하였으며 출처를 표기하였으니 재사용에 대한 부분은 꼭 원 출처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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