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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Dec 25. 2015

성(性) 상식 - 브래지어

답답하면 사이즈부터 확인해봐

브래지어
가슴을 감싸는 여성용 속옷. 유방을 받쳐 주고 보호하며 가슴의 모양을 교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신축성 있게 만든다. 
- 표준국어대사전


이야기 하나

 저는 가슴이 작아 고민입니다. 

 브래지어도 제 사이즈는 A컵인데  놀림받기 싫어서 뽕을 넣어 억지로 B컵으로 하고 다닙니다. 그러니까 너무 답답하고 어깨랑 허리도 아파요.


이야기 둘

 집에서 브래지어 안 하고 있다가 오빠한테 등짝 스매싱 맞았어요. 

 “너 무슨 여자애가 브래지어도 안 하고 있어?”

 “답답하잖아. 그리고 집인데 어때?”

 “이게 발라당 까져 가지고. 넌 내가 집에서 삼각팬티만 입고 있으면 좋겠냐?”

 “내가 뭐 다 벗고 있냐? 런닝도 입었고 티셔츠도 입고 있거든. 생각하는 수준 하고는.”


 지난 2014년 8월 26일.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브라 노(NO) 브라’ 시위가 열렸다. 가두시위와 함께 브래지어의 후크를 길게 이어 줄로 만든 다음 가위로 잘라버리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이 날의 주제는 ‘브래지어를 하든 말든 그것은 여성의 자유’였다. 

 브래지어가 도대체 뭐기에 이런 시위까지 했을까?

Beskid_Museum에 전시된 오래된 브래지어
Beskid_Museum에 전시된 오래된 브래지어

 브래지어는 프랑스어 브라시에스(brassiere)에서 나온 말로 1913년에 뉴욕 사교계의 메리 펠프스 제이콥스가 실크 드레스 속에 입을 속옷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인 ‘더 선’에 따르면 188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브래지어를 이미 2010년에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발견했고, 1907년에 프랑스 디자이너 폴 푸아레는 파리 여성들에게 코르셋 대신 브래지어 착용을 권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0년 9월 3일 자) 우리나라에는 개화기에 처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브래지어는 왜 하는 것일까? 

 가슴을 받쳐주어 몸에 부담이 덜 가게 하려고? 가슴을 커 보이게 만들어 더 섹시하게 보이려고? 아니면, 시스루룩의 옷을 입을 때 패션이니까?

 솔직히 말하면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할 때 ‘여자는 브래지어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착용하는 것이 진짜 이유가 아닐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묻지도 않고 그냥 ‘하라니까 해야 되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착용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브래지어, 정말 꼭 해야 하는 것일까?

 ‘여성 억압’의 상징이라는 사회적인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브래지어를 오래 착용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말도 있다. 

 ‘아름다움이 여자를 공격한다’는 책을 쓴 시드니 로스 싱어와 소마 그리스마이어 부부에 따르면, 그들은 유방암이 있는 2,056명의 여성과 건강한 여성 2,674명의 브래지어 착용 습관을 인터뷰했는데, 브래지어를 24시간 착용한 사람은 전혀 입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유방암 발병률이 무려 126배나 높다고 밝혔다. 그들이 제시한 의학적 근거는 ‘브래지어가 가슴 주변의 림프 기관을 압박하면 독소가 축적되고, 특히 와이어는 산소 결핍증까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브래지어가 가슴 부위의 온도를 높이면 호르몬이 교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암학회는 2007년 이 부부의 주장을 ‘루머’로 분류했다. 가장 큰 이유가 다른 유방암 위험인자를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림프 기관이 압박돼 독소가 축적된다는 설명도 생리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브래지어가 가슴 모양에 영향을 준다는 설도 있다. 프랑스 브장송 대학 장 드니 루이용 교수팀이 1997년에서 2012년까지 18세에서 35세 여성 330명을 대상으로 한 추적조사를 해서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의 지지 조직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방해해서 가슴이 처지는 것을 가속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연구 방법이나 결론에 대해 다른 전문가에게 검증받은 논문이 아닌 ‘The local'이라는 유럽 온라인 매체에 실린 기사일 뿐이다. 잘못된 연구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조깅과 같은 운동을 할 때는 ‘스포츠 브래지어’가 유방의 흔들림을 74%까지 막아주어 유방통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영국 포츠머스대 조안나 스컬 교수님이 여성 70명을 러닝머신을 달리게 하면서 연구했다고 하니 참고하면 되겠다. 

 뭐, 이래저래 자료를 보다 보니 브래지어 착용은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결론인 걸로. 

 브래지어를 하는 것이 편한 여성도 분명히 많다. 우리나라 여성의 98%가 브래지어를 착용하며 66~80%는 24시간 착용한다는데 브래지어가 편한 여성이 왜 없겠는가? 문제는 제대로 착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제대로 착용하기 위한 첫 번째의 과정은 나에게 맞는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 그런데 의외로 본인의 가슴사이즈를 제대로 아는 여성이 별로 없다. 레깅스나 스타킹은 몸에 착 달라붙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않는 반면 브래지어는 불편하다는 여성들이 많다. 그 말은 즉, 브래지어를 잘못 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에게 맞지 않는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하고 있으니 불편할 수밖에.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브래지어는 어떻게 고를 수 있나? 유두점이 지나는 윗가슴 둘레와 가슴 바로 아랫부분인  밑가슴둘레로 가슴을 측정해서 컵의 종류를 정해야 한다. 윗가슴 둘레에서  밑가슴둘레를 뺀 사이즈로 컵 사이즈를,  밑가슴둘레로 밴드 사이즈를 결정한다. 바른 착용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의 설명이 있지만 이것 역시 가장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브래지어의 컵이 움직이거나 컵 밖으로 살이 삐져나온다면 컵 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컵 위의 가장자리가 들뜨거나 어깨띠에 빈틈이 생겨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눌린 자국이 생기거나 통증이 있다면  그것 역시 잘못 선택한 것이다. 그냥 톡 까놓고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착용해서 들뜨거나 불편함이 있다면 다른 사이즈로 바꾸면 된다. 

* 잔소리 한마디

 여성 가슴의 높이가 좀 빈약해 보이면 ‘절벽’이라고 놀리며, ‘사이즈가 C컵은 되어야지’라며 크기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인지 브래지어를 통해 가슴을 커 보이게 하려 몸에 맞지 않는 사이즈를 착용한다거나 ‘뽕’으로 눈속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정작 남자들은 ‘A컵’이 어떤 의미인지, ‘C컵’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그나마 가슴에 관심이 많은 남자라도, ‘A컵’은 작고 알파벳이 뒤로 갈수록 크다는 것 정도밖에 모른다. 


 또, 남자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큰 가슴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개인 취향이다. 브래지어를 이용해서 엉성하게 가슴을 크게 보이려 애쓸 필요는 없다. 

 옷을 입을 때 어깨끈을 보이지 않게 잘 여미려 애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삐져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여름에 얇은 옷 너머로 비치는 브래지어는 그냥 하나의 패션이다. 쪽팔린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어두운 색의 옷만 입는 여성분들도 있는데 남자들은 별로 신경 안 쓴다. 그냥 ‘브래지어 했구나’ 그 정도의 생각뿐이다. 정말 아무 생각 없다. 남자들이 군에서 휴가를 나올 때, 군복을 다리미로 각 잡고 전투화를 윤기 좔좔 나게 닦고 온갖 생쑈를 하고 나오지만 여자들이 보기엔 어떤가? 그냥 ‘군인이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나? 남자들이 여자들의 브래지어를 보는 것도 똑같다. 


(본문의 사진은 모두 비상업적인 용도로 사용 가능한 사진을 사용하였으며 출처를 표기하였으니 재사용에 대한 부분은 꼭 원 출처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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