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가수가 유튜브 1,000만 뷰? - 5(마지막)

노래가 있는 이야기

by 이야기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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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은솔은 다시 선 상암동 무대에서 어떤 기적을 보여줄까요? 김샤론의 화려한 자본에 맞서, 보성 짠지 딸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그녀의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를 그 운명의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가장 눈부신 조명 아래 서기를 꿈꾸지만, 정은솔은 이제 압니다. 진짜 빛나는 무대는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따뜻한 눈동자 속에 있다는 사실을요. 다시 돌아온 상암동 방송국의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습니다. 하지만 은솔의 가슴은 보성 시장의 새벽 가마솥처럼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죠. 이것은 도망쳤던 자의 복수극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로 한 한 여자의 당당한 고백입니다.

"오늘의 특별 무대는 보성이 낳은 작은 거인, 기적의 역주행 주인공 정은솔 씨입니다!"

MC의 우렁찬 소개와 함께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가는 은솔 씨의 발걸음은 거침없었습니다. 그녀의 차림새는 경쟁자들의 화려한 드레스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보성 시장 상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선물해준 단아한 개량 한복, 그리고 소속사 대표가 첫 무대였던 시장에서 사준 낡은 팔찌 하나가 그녀가 가진 유일한 장식이었죠. 하지만 그 어떤 보석보다 은솔의 눈빛이 더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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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에서 초조하게 손을 맞잡고 있던 춘식이 나지막이 읊조렸습니다. "은솔 씨, 그냥 평소처럼 하면 돼. 우리 시장에서 불렀던 것처럼 말이야." 은솔은 그 투박한 응원에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녀는 마이크를 두 손으로 꽉 쥐었습니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듯, 아니, 이 마이크가 자신의 생명줄이라도 되는 듯 말입니다.

전주가 흐르고 은솔이 첫 소절을 떼는 순간, 웅성거리던 수천 명의 객석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마음의 떨림이었습니다. 성대결절의 흔적이 남은 약간은 거친 목소리. 하지만 그 거친 결 사이사이에 멸치 똥을 따던 고단한 세월과, 새벽 안개를 헤치며 달렸던 낡은 카니발의 엔진 소리가 배어 있었습니다.

"엄마의 찬장엔 소금꽃이 피었네, 자식들 눈물 닦아주려 소금이 되었네..."

은솔이 부르는 '소금꽃 인생'은 이 땅의 모든 어머니와 딸, 그리고 지방의 무명가수들을 향한 헌사였습니다. 화려한 기교는 없었습니다. 대신 그 안에는 평생을 시장 바닥에서 억척스럽게 살아온 엄마의 굽은 등과, 그런 엄마를 보며 남몰래 삼켰던 은솔의 한, 그리고 지방의 무명가수들의 한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죠. 독설로 유명했던 심사위원들도 어느새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습니다.

무대 앞줄에 앉아 있던 김샤론의 눈빛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자본과 기획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무대 뒤에 숨어있던 그녀의 공허함이, 은솔의 날 것 그대로의 진심 앞에 무너져 내린 겁니다. 노래가 절정에 다다르자, 은솔은 눈을 감았습니다. 그녀의 머릿속엔 보성 시장의 정겨운 소음과 상인들의 웃음소리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방송국 천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환호가 아니라, 고단한 삶을 버텨낸 서로를 향한 위로였습니다. 은솔은 무대 위에서 깊게 허리를 숙였습니다. TV를 지켜보던 시장의 이모들도 뜨거운 박수를 쳤습니다. 엄마의 눈에는 맑은 눈물이 맺혔습니다. 1등 트로피의 행방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세상의 중심에 새겨 넣었으니까요.

최종 결과가 발표되던 순간, 은솔은 무대가 아닌 대기실 밖 복도에서 우승 트로피 대신 춘식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녀는 우승의 영예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된다'는 확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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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과 춘식은 다시 낡은 카니발에 몸을 실었습니다.

"대표님, 우리 내일은 어디로 가요?" "내일? 사실 전북 진안에 인삼 축제가 있다고 섭외가 들어오기는 했는데, 갈까?" "좋죠. 인삼 냄새 맡으면서 신나게 한 곡 뽑아봐야죠."

은솔의 웃음소리가 달리는 차 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녀는 이제 서울의 높은 빌딩 숲을 동경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불러주는 곳, 자신의 노래로 눈물 닦아줄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그녀의 세종문화회관이자 올림픽공원이었습니다. 보성으로 돌아가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들이 은솔의 눈동자 속에서 반짝였습니다.

이제 정은솔이라는 이름 앞에는 '시장 딸' 대신 '국민 가수'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새벽이면 반찬가게 문을 열고 멸치를 만지고 있습니다. 손등에는 소금꽃이 피고 몸에선 젓갈 냄새가 나지만, 그녀의 입술에선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꽃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녀가 걷는 그 모든 길이 곧 노래가 되고 역사가 될 테니까요.

춘식은 여전히 전화기를 붙잡고 살고 있습니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는 우리 가수를 불러달라고 애원하는 처지였지만, 지금은 방송부터 큰 행사까지 꽉찬 스케줄 때문에 추가로 들어오는 섭외 요청을 거절하느라 바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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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은솔의 노래는 이제 막 1절이 끝났을 뿐입니다. 2절은 더 깊고, 3절은 더 찬란할 것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당신의 인생 곡은 지금 어디쯤 흐르고 있나요? 혹시 지금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면, 은솔의 노래를 기억해 주세요. 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다는 그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를 말입니다.

은솔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에도 힘이 있습니다. 당신의 삶 자체가 이미 하나의 노래입니다." 낡은 카니발은 오늘도 전국 팔도를 누비며 희망의 멜로디를 전합니다. 그 멜로디가 멈추지 않는 한, 대한민국 곳곳에는 수많은 '정은솔'들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일어설 것입니다.


본 내용은 소설이며 이미지는 AI로 생성된 가짜 이미지입니다.

노래는 유튜브 '노래와 이야기'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ong_n_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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