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드는 이야기 #15
몇 해 전 부모 콘서트라는 행사에서 들었던 강의가 생각난다.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1달 생활을 한 어느 어머니의 강의였는데,
남편은 주중에만 서울로 올라가 일을 하는 주말부부로 지냈다고 했다.
제주도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좋았는데 남편의 지인들이 남편에게 왜 그런 고생을 하면서 제주도에 왔다 갔다 하느냐고 타박했을 때 남편이 기가 막힌 답을 했다.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너희 아이들은 너를 볼 때 이런 표정으로 바라보냐?"
그 사진 속에서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했고, 사랑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며칠 전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또 뜬금포를 날렸다.
"사랑해, 엄마, 아빠."
우리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불려지는 것이 너무 좋다.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좀 더 신경을 쓴 보람이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아빠가 육아에 대해 관심조차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아빠는 돈 버는 기계가 되고 가족과의 단절은 예정된 수순일지도 모른다.
나도 아마 4년 전에 사직서를 쓰지 않고 그대로 그 회사에 있었다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48개월이 되는 지금.
아이는 자기 전에 먼저 와서 뽀뽀를 해준다.
'사랑해, 아빠"
'사랑해, 엄마"
아들의 생일에 아들이 준 가장 큰 선물.
아들의 뽀뽀와 사랑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