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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Mar 24. 2016

아이와 책 읽기

철드는 이야기 #16

아이는 

지금 엄마가 보고 있는 바로 그 것을 

보고 싶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다정한 말과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책의 내용보다 아이는 엄마가 더 좋습니다. 


책을 보는 동안 아이는 

엄마의 품에 안겨있습니다.


"좋겠다... 

애가 책 보는 것을 좋아해서.

우리 애는 커서 뭐가 되려고 책을 안 봐.

쟤는 내가 책보라고 하면 기를 쓰고 도망가."


"애가 몇 살이지?"


"4살."


"4살이면 아직 좀 기다려봐도 되지 않을까?"


"너는 니 애가 책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하지?

지금 빠른 애들은 벌써 한글도 다 떼고 영어 한다던데 쟤는 저러다 바보 되는 거 아닌가 몰라."


나도 가끔 듣던 말이다. 

그런데 이 대화에서 난 엄청난 오류를 발견한다. 


누가 나에게 '애가 책 보는 걸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난 늘 좋아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면 거의 대부분은 자기네 아이는 책을 안 좋아한다며 아주 걱정스러운 얼굴과 부러운 표정으로 날 본다. 

책을 얼마나 보는지 얘기해보면 절대적인 양은 우리 아이보다 많이 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에 갖고 있는 책도 우리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책을 보는 것에 왜 그렇게 과민반응을 보일까?


이제 4~5살이 되는 아이가 책을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직 한글도 모르는 아이가 책을 본다는 것.


나는 어릴 때 초등학교 (당시 명칭은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ㄱ', 'ㄴ'을 배웠다. 

그런데 지금 글을 쓴다.


나는 어릴 때 중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ABCD'를 배웠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영어 선생님께 'memo'라는 것을 자주 봤는데 이게 뭐냐고 질문했다. 

그런데 지금은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닌다. 

영어로 제작해야 하는 방송도 겁 없이 만든다. 

물론 그렇다고 영어를 아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두려움도 없다. 


나 어릴 때에 비하면 요즘은 더 빨리 글자를 배운다고 들었다. 

올해 5살이 되어 이제 유치원에 입학은 우리 애는 아직 한글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보는 것을 좋아한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책을 보는 것 자체보다 엄마의 품에 안겨서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같은 책을 10번 20번씩 보다 보면 책의 내용을 외워서 나중에는 되려 엄마 아빠에게 읽어주는 시늉까지도 한다. 

어찌 되었건 정말 아이가 책을 보는 것 자체를 좋아할까라는 의문은 든다. 


아이가 책 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텐데 그것부터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책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갖고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지식 습득의 가장 기본은 책이었지만

지금은 정보의 습득 창구가 너무나 다양화되어있다. 

책으로만 공부를 한다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면 다른 통로로 배울 수 있는 수많은 지식 습득과 배움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또!

아직 한글도 모르는 아이에게 책을 보라고 하는 것은 좀... 

그렇다고 3살부터 한글 교육을 시키던데... 내 기준엔 받아들일 수 없다. 

한글을 아직 모르는 5살 우리 아이. 

때가 되면 배우고, 스스로 책을 볼 수 있을 텐데 난 서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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