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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소녀 May 05. 2017

일드 <가족의 형태>

혼자가 편한 이들이 이루어가는 가족에 대해

드라마 <가족의 형태>는 제게 조금은 특별한 드라마입니다. 처음으로 본 일드이자, 경쾌하고 감성적이며 따뜻한 일드의 매력을 조금씩 알게 된 작품이지요. 우에노 쥬리와 그룹 SMAP의 막내인 카토리 싱고가 주연 했는데, SMAP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저는 카토리 싱고가 왜 인기 있는지 몰랐다가 드라마 중반 이후부터는 그가 참 매력적으로 보이는 기이한 경험도 했더랍니다. 거기에 우리나라의 신구 할배나 백일섭 할배 격인 니시다 토시유키 할아버지나, GD의 옛 여친으로 알려진 미즈하라 키코 등의 조연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요.

대기업 문구회사에 다니는 다이스케(카토리 싱고)와 상사에 다니는 하나코(우에노 쥬리)는 고급 맨션의 아래 위층에 사는 사이입니다. 남자 나이 40이면 자신의 습관과 결혼을 한다고 하지요. 다른 사람과 무리지어 사는 것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다이스케는 공들여 마련한 자신만의 성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며 사는 삶에 200% 만족하고 있습니다. 독신을 주장하기는 비슷한 성향의 하나코도 마찬가지지요. 한 번 결혼했던 적은 있지만 다시는 결혼이란 걸 하고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혼자 지내는 생활에 더없이 만족하는 각자의 주인공들 집에 난데없이 다이스케의 아버지가 새로 생긴 남동생을 데리고 들이닥치고, 아버지와의 별거를 선언한 하나코의 엄마가 주저앉는 바람에 그들의 평화로운 독신 일상은 깨져버리고 말지요.


다이스케의 아버지가 자꾸 이웃에 폐가 될만한 소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스쳐도 모르는 이웃사촌이던 두 남녀는 자꾸만 마주칩니다. 안그래도 독신에 대한 자기 주관이 확고한 둘인데다, 서로가 악연같은 인연으로 이어져 있으니 둘이 가까워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지요. 하지만 절대로 가까워질 것 같지 않던 두 남녀는 의외로 자신과 비슷한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의 좋은 점을 봐주는 안목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남과 가까워지는 것이 세상 성가신 일이라고 생각했던 다이스케는 예기치 않게 하나코의 속내를 듣고서 마음에 지워지는 부담에 어쩔 줄 몰라하기도 하지요. 다이스케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어요. 모든 것이 명쾌하게 떨어지고 빈틈없이 짜여진 취미생활을 즐기는 다이스케가 아닌, 타인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는 모습에요.

자식들에게 톡톡히 민폐를 끼쳤던 두 주인공의 부모는 한편으론 더 넓은 이웃들과 참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가지요. 다이스케와 하나코의 회사 동료들, 요우조 씨(다이스케의 아버지)의 친구들, 요우조 씨가 재혼하며 데려온 어린 남동생과 그의 어머니까지요. 이웃의 얼굴도 모르고 각자 살아가기 바빴던 대도시 맨션의 사람들은 두 부모가 초대한 홈파티에 들어와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요우조 씨는 아들의 회사동료의 연애 스승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두 부모는 다이스케의 아버지가 늘 이야기하는 '혼자보단 둘이, 둘보단 셋이 낫다'는 모토를 실제로 실천하고 즐거워했던 사람들이었어요.


늘 '혼자'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인생을 함께하는 사람이 될 것을 결심하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었을 거에요. 드라마는 이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그들의 방식에 맞추어 소소하고 재미있게 그려냅니다. 극중 다이스케가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했던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고찰은 지금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볼 수 있을테지요.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에 예고 없이 넘나들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에 엮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함께 이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과 즐거움과 위안도 크지 않을까요? 이제 함께 하는 첫걸음을 뗀 다이스케와 하나코에게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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