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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소녀 Jan 05. 2018

일드 <한자와 나오키>

한 번 보면 끊을 수 없다

오늘 소개할 드라마는 <한자와 나오키>라는 드라마 입니다.  일본 최대의 은행인 도쿄중앙은행을 무대로 은행원들의 직업세계와 그 안의 암투와 욕망, 비리를 파헤쳐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이지요. 사실 처음에 그리 끌렸던 드라마는 아니었답니다. 제 취향이 아닌데다가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저에겐 '한자와 나오키'라는 제목부터 생소하기 짝이 없었으니까요('한자'와 '나오키' 두 명의 이름인 줄 알았지 뭐에요). 하지만 2013년에 나온 이 드라마는 일본 방송 개국 사상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드라마가 방영되던 일요일 저녁에는 거리의 차와 사람도 한산했을 정도라고 하니 남편에게 이끌려 시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한자와는 어린 시절 은행과의 아픈 인연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지요. 오사카에서 작은 나사 공장을 운영하던 한자와의 아버지는 은행의 매몰찬 융자 회수로 운영난을 겪게 되었고, 막막한 현실에 괴로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답니다. 비가 퍼붓던 날 공장에 찾아온 은행원의 바짓단을 붙잡고 울며 사정하던 아버지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게 모욕감을 주고 떠나버리던 은행원의 모습,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 한쪽에서 목을 맨 채 매달려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모두 목격한 중학생이던 한자와는 성인이 되어 자기 가족에게 아픈 상처를 준 바로 그 은행에 입사합니다. 겉으로는 어린 시절 은행과의 아주 고마운 인연을 잊지 못해 입사하려는 것처럼 면접에서 꾸며댔지만, 속으로는 불타오르는 적개심과 야망을 꽁꽁 감추어둔채로요.


하지만 한자와는 증오와 복수심으로만 가득찬 인물은 아니었어요. 누구보다 총명한 머리와 문제를 해결해가는 독한 집념, 옳은 것을 향해 가는 모습으로 부들이 존경하는 마음으로 따르게끔 하는 면을 가진 사람이지요. 일본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일본 최대의 은행이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깨닫고 그 신념대로 움직여가는 사람이었답니다. 그 신념이란, 이 은행은 열심히 살아가는 일본의 수많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사업과 삶을 건전히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비록 도쿄중앙은행 안에는 한자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보다는 은행의 막대한 돈을 사익을 채우는데에만 쓰려는 윗선들이 많았을지라도 말예요. 한자와와 그들의 생각이 대립할수록 한자와의 행보는 더욱 고달파지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갈 때의 쾌감도 커져갑니다.

드라마의 배우들과 배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데요. 주인공 한자와 역을 맡은 사카이 마사토와, 그와 대척점에 서있는 오오와다 상무 역의 카가와 데루유키는 일본 내 연기력 투탑을 달리는 배우들이라고 합니다. 매서운 눈빛과 결의를 담은 입모양으로 엄청난 대사를 쏟아내는 한자와와, 쉽지 않은 연기를 오묘한 얼굴 표정에 담아내며 아우라를 발산하는 오오와다 상무는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중추 인물들이지요. 한자와의 부인 역을 하는 우에토 아야는 대표적인 친한파 배우로도 알려져 있어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습니다.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내조와 희생을 아끼지 않는 그녀의 활약도 결코 적지 않지요. 또 '기승전 동기'가 이 드라마의 두번째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한자와의 고마운 동기들도 한자와의 든든한 우군이고요. 일본 최대의 메가뱅크(MEGA BANK)라는 도쿄중앙은행 건물과 드높은 계단 끝의 대회의실은 제국주의를 벗지 못한 모습으로 위압감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신랑과 저는 드라마를 볼 때 한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하루에 한 편씩만 본다는 원칙이지요. 하지만 <한자와 나오키>를 보면서는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제발 다음편 한 편만 더 보자고 신랑을 얼마나 졸라댔는지 모른답니다. 한 회 한 회의 몰입감이 엄청나서 바로 다음편을 이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는게 이 드라마를 보면서 힘들었던 유일한 점이라고 할까요. 아,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문제의 진상을 파악하는 감을 잡는게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친절한 나레이션으로 중간중간 설명과 복습을 해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랍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이미 소설이 2부까지 집필이 되어 있는 상태이고,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나면 시즌 2에서 한자와의 활약을 다시 보게 될 것이 확실하다는 걸 알게 될거에요. 이 통쾌한 드라마의 시즌 2를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만 남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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