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찌빗

더 이상 일급이 아니야!

by 먼지씨



인절미랑 나는 입 주위를 깨끗하게 핥으며 돌아와 찌빗에게 외쳤다. '이상 무!' 그럼 찌빗은 다 안다는 눈빛으로 씨익 웃고는 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무심천 특공대는 용감해져 있었다. 나는 찌빗의 눈동자에서 아마존 위에 뜬 달 처럼 깊은 믿음을 느꼈다. 아니 우리 모두 그러했다. 심지어 인절미까지도.... 인절미가 찌빗의 거칠거칠한 발 주위를 돌며 깅낑거리다가도 냉큼 찌빗의 팔에 안기는걸 보면 알 수 있는 일 이었다.



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아줌마들이 웅성웅성 모여 계셨다.

"누가 싸우나?"

내 발걸음이 빨라졌다.

"아이구, 그 찌빗인가 뭔가 요상하게 생긴 짐승 있잖어유?"

"아! 그 모자 푹 눌러 쓴?"

"맞아요, 맞아. 좀 이상하더라구여, 도대체 사람인지 짐승인지...."

가슴이 콩닥거렸다. 모른 체하며 지나왔지만 거짓말하다 들킨것처럼 조마조마했다. 아줌마들은 무심천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들을 얘기하며 자꾸 찌빗의 이름을 불렀다.

"노루도 죽어 있더래...."

"그렇게 큰 짐승을 누가 한 손에 잡을 수 있겠어?"

"찌빗인가 그 짐승이라면 몰라도...."



나는 재빨리 신발에 엔진을 달았다. '부릉부릉' 내 몸에서 열이 났다. 학원 가방을 운전대처럼 이리저리 돌리며 집으로 달렸다.



'끼익... 끽.'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절미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나는 인절미를 꼬옥 안고 부엌으로 갔다. 인절미가 까슬까슬한 혀로 턱을 핥았다.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마셨다.

"절미야! 할아버지 어디 계셔? 찌빗은?"

인절미는 낑낑대며 내 입술 주위를 핥았다. 나는 손바닥에 우유를 조금 따라 인절미에게 주었다. 인절미는 꼬리를 흔들다, 내 입주위를 핥다, 손바닥을 핥고..., 3단으로 반가움를 표시했다.

"힛. 짜식."

나는 인절미를 쓰다듬어주고 할아버지 연구실로 갔다. 찌빗이 손을 번쩍 들었다. '하이파이브!' 나는 찌빗의 손바닥에 내 손바닥을 맞추었다.



"아이구.... 아니요..... 그게 아니라니까요."

할아버지는 전화에다 손을 휘저으셨다. '차암 보이지도 않는데.... 할아버지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얼굴을 문지르시며 다시 손사레를 치셨다.

"그래요. 연우 어머님. 그럼 들어가시구랴."

연우 어머님? 나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어? 우리 현이.... 학원 잘 갔다 왔냐?"

할아버지가 유리병 속에 담긴 이끼류를 살피며 물으셨다.

"네에. 근데 할아버지? 연우 엄마가 왜요?"

할아버지는 병 속에서 떠다니는 검은 뭉치들을 톡톡 치시며 말씀하셨다.

"글쎄다. 사람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차암 우리 찌빗이 뭐 어쨌다고..."

나는 조금 전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우리 무심천 특공대의 일급비밀! 찌빗은 이제 더 이상 일급이 아니었다. 3급? 4급? 그보다 더 떨어져 있을지도 몰랐다. 우리는 비밀을 지키려고 애썼지만 가족들이 눈치채고 있었다. 그것은 게임 끝이었다. 점 점 우리 6.5 명이 다 모이기도 힘들어졌다. 수준이 엄마는 수준이가 누렁이랑 싸돌아 다닌다고 싫어하시고, 희민이랑 연우 엄마는 학원에 더 보내야 한다고 하셨다. 특히 연우 엄마는 공부에 방해 된다고 아예 우리랑 놀지 말라고 하신다니.... 하이고 참.

작가의 이전글악어 찌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