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가 뜯겨지자 '짜아악' 비명 소리처럼)
"벌써 세 번째래...."
수준이가 누렁이의 목줄을 매며 말했다. 우리는 마당에 앉아 연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심천 관찰을 나갈 시간인데 연우가 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찌빗을 조심스럽게 보았다. 찌빗은 조용히 무심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엔 어디서 발견된 거야?"
나는 인절미의 부드러운 털에 볼을 비비며 말했다.
"까치내 있는데.... 붕어들이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대. 어떤 거는 내장도 다 나와 있었대."
희민이는 뭐든 자세하게 말했다.
"으으웩!"
수준과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또 몰래 찌빗을 보았다. 찌빗은 태연한 모습이었지만 자꾸 어른들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찌빗을 눈곱만큼이라도 초파리 똥만큼이라도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걱정이 되었다. 사람들이 할아버지께 전화하는 것도 할아버지를 수상하게 보는 것도 싫었다.
"휴우!"
나는 인절미를 안고 일어섰다.
"연우는 안 오려나 봐."
수준과 희민도 따라 일어섰다. 해가 벌써 지고 있었다.
"어두워. 캄캄해. 얼른 다녀오자. 수준이 희민이 빨리 집에 들어가야 돼."
찌빗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응."
우리는 모두 찌빗의 뒤를 따랐다. 나는 어쩐지 북극곰이 떠올랐다. 뜨거운 모래사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찌빗!' 나는 소리 안 나게 중얼거렸다. 수준도 희민도 오늘은 바위처럼 조용했다.
매일 걷는 길인데도 오늘은 좀 이상했다. 풀들이 바글바글 몰려나와 있었다. 풀들은 초록색 운동복을 입은 줄다리기 선수들 같았다. 나란히 길가에서 '영차 영차.' 이쪽으로 저쪽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우와아'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왼쪽 오른쪽으로 돌았다.
"저기다 저기."
우루루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어? 뭐지?"
맨 앞에 연우 엄마가 보였다.
"저거 보시라구요."
연우 엄마가 찌빗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일제히 응원단처럼 한몸으로 한눈으로 찌빗을 보았다.
"세상에...."
"괴물같이 생겼네?"
"어떻게 우리나라에까지 와서...."
밀짚모자에 가려져 찌빗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티셔츠 속으로 찌빗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누군가 외쳤다.
"저 허리에 차고 있는 저거는 뭐요?"
"수상하네.... 저거 좀 확인해 봅시다."
"분명히 무기 같은 걸 거요."
"그래요."
"얼른 꺼내봐요."
노크도 없이 '벌컥' 화장실 문을 열고 째려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사람들이 그랬다. 아무 허락도 없이 찌빗의 옷을 잡아 당겼다. 자랑스러운 왕가의 동물인 찌빗을 함부로 쿡쿡 찔러 보았다.
"잠 깐 만 요."
찌빗이 더듬더듬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제가 가방 벗을게요."
찌빗의 목소리가 뭉개진 케이크처럼 처량했다. 우리 특공대는 어떻게든 찌빗을 보호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로 눈빛을 발사했다. 수신호도 주고받았다. 하지만 아줌마들은 빛의 속도였다.
"아이구우.... 뭘 기다려. 기다리긴.... 얼른 벗어요. 벗어."
한 아줌마가 찌빗의 가방을 낚아챘다. 낡은 가방은 힘없이 흔들렸다. 단단하게 닫혀 있던 지퍼가 뜯겨지자
'짜아악' 비명소리처럼 가방이 땅으로 떨어졌다. '툭!'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일제히 조용해졌다. 쩍 벌려진 가방 안에서 나온 것은 무시무시한 무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 해지고 닳아빠진 칫솔 한 개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