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이게 무슨 짓이오?"
할아버지가 달려 오셨다.
"찌빗이.... 찌빗이...."
할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하셨다.
"이 곳에서 살기 위해 어떻게까지 했는지 아시오?"
할아버지의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났다.
"악어는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이곳 사림들과 어울리기 위해...."
할아버지의 눈이 촉촉해지셨다.
"채소만 먹기 위해 송곳니들을 다 빼야 했다오. 이건 우리가 생각하는 칫솔이 아니라오."
할아버지가 칫솔을 허공에 흔드셨다.
"빠진 이 때문에 퉁퉁 부어오른 잇몸에..., 매일 약을 바르는 칫솔이라오. 이를 닦는게 아니라 약을 바르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치약처럼 하얘지셨다.
"무기라니.... 악어는 무기 같은거 쓸 줄 모른다오. 무기란 무기는 죄 다 인간들이 만드는 것이지."
할아버지가 사람들을 주욱 둘러 보셨다.
"그리고 뭐..., 찌빗이 동물들을 해쳤다구? 여기 낚시꾼들이 불법으로 노루랑 물고기들을 잡아서 지금 조사받고 있답디다."
할아버지가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셨다. 사람들은 당황하는것 같았다. 찌빗을 흘끔흘끔 보며 고개를 숙였다. 찌빗의 어깨가 들썩였다. 손가락도 떨고 있었다. 가방속에 넣어야 하는 칫솔이 자꾸만 바닥으로 떨어졌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찌빗을 안았다. 찌빗은 가만히 서 있었다. 무심천 둑에 나란히 선 두 그루 나무 같았다.
찌빗이 말했다.
"아마존으로 돌아갈게요."
'휘익' 내 마음 속에서 종이새가 날았다. 팔랑팔랑 부리에 하얀 종이를 물고 있었다.
"뭐지?"
나는 종이를 보려고 눈을 찡그렸다.
"현아! 현아! 괜찮아?"
수준이 나를 붙잡았다. 할아버지와 찌빗이 나를 보았다.
"찌빗!"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미안해!"
내 몸이 고장난 세탁기처럼 덜덜거렸다.
"내가.... 내가.... 찌빗을...."
목이 솜뭉치로 콱 막힌것 같았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나를 에워쌌다. 연우 엄마가 내 이마를 만져보았다.
"급체 같은 데요.... 빨리빨리.... 응급상황이에요."
연우 엄마가 외쳤다.
"병원에.... 큰일 나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득해졌다.
온몸으로 스물스물 바람이 들어왔다. 붕붕 내 몸이 자꾸만 부풀어 올랐다. 다리에서 팔에서 얼굴에서 온 몸에서 빨간색 꽃들이 피어났다. '차암 내가 화단도 아닌데.... 화단? 그래 내가 봤었다. 무심천가에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곳에서. 낚시꾼들이 모여있는 것을.... 둥그렇게 앉아 지글지글 뭔가를 굽고 있는걸....그중의 한사람이 나한테 주었었다. 두툼한 고기 한 조각....' 나는 멀미가 났다. 배 속에서 요정들이 술에 취해 춤을 추는것 같았다.
"으윽."
몸이 불덩이 같았다.
"제 등에 태워 주세요."
찌빗의 목소리가 들렸다.
"찌빗?"
찌빗의 몸은 초록색 우주선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조금만 참아. 현아!"
찌빗의 말과 함께 우주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까만 우주선이 아냐. 초록색 우주선이야.' 나는 속삭였다. '까만 우주선은 우주로 날아 가지만 초록색 우주선은 초록별 지구로 돌아온다구.'
"현아! 현아!"
우리 무심천 특공대의 소리가 들렸다.
"찌빗! 현이 부탁해!"
할아버지의 목소리도 애처롭게 들렸다.
"얼른 얼른 병원으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찌빗을 잡았다.
"찌빗 돌아올 거지? 지구로 돌아올 거지?"
"그럼. 그럼. 현아. 우리 고향인걸...."
우리는 지이잉 하늘 높이 떠올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