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찌빗

(심장이 바운스)

by 먼지씨

5


할아버지는 이제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탄 거라고 했다.

나는 찌빗과 할아버지에게 꼭 붙어 다녔다.

배에서 내리면 깊은 바다인거니까. 더구나 난 수영도 할 줄 모르니까.

할아버지는 찌빗에게 커다란 바지와 티셔츠를 선물 하셨다.

그리고 오후 관찰 시간에는 밀짚모자 까지 씌워 주셨다.

관찰은 우리가 매일 무심천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하는 일이었다.

허리에서 물통처럼 달랑거리는 가방까지 찌빗은 소풍 나온 아저씨 같았다.

'근데 저 까만 가방은 뭐지? 몸에서 내려 놓질 않네...'

나는 중얼 거리며 할아버지와 찌빗의 뒤를 쫄래 쫄래 따라갔다.

바람이 상쾌했다. 나는 코에 바람을 잔뜩 넣었다.

"바운스. 바운스."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이 있다는게 이렇게 짜릿 하다니.

"바운스. 바운스." 콧속에 맹꽁이라도 있는 건지 자꾸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풀잎에 숨어 있던 개구리들이 펄떡 펄떡 튀어 나왔다.

"개굴. 개굴." 그 때 갑자기

"현아!" 불쑥, 얄미운 발자국 소리처럼 수준이 나타났다.

내 친구 이수준. 4학년 2반. 별명은 수준 미달.

"현아! 현아!" 숨을 헐떡이며.... 수준이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보초서는 미어캣처럼 바쁘게 두리번 거렸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찌빗을 건성 건성 지나쳐 수준이 말했다.

"현아. 현아. 우리 누렁이 새끼 낳았다."

"뭐?"

"진짜?

"진작 말 해 주지!" 난 농구공처럼 튀어 올랐다.

"지금 필요한건?" 내가 소리치자,

"스피드!" 수준이 대답했다.

"할아버지! 찌빗! 전 이따 집으로 직접 갈께요." 나는 수준이 손을 잡고 발사된 로켓처럼 쌩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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