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퍼를 열 수 밖에...)
6
'고물 고물' 누렁이 새끼들은 콩가루 소복한 인절미 같았다.
통통한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따뜻했다. 아직 눈도 못 뜬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까만 구슬처럼 콧등이 반짝거렸다. 푹 쪄진 만두처럼 쪼글쪼글 주름 투성 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총 다섯 마리였다.
"수준아 너 기억하지?"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뭐?" 수준이 강아지들을 살피며 대답했다.
"니가 누렁이 새끼 낳으면 나 준다고 한 거...." 수준이 콧물을 후르륵 들이 마시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전혀 모른다는 듯이 눈을 껌벅 거리며 말했다.
"내가 언제?"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갑자기 가슴에서 후라이팬에
바짝 구워진 콩들이 올라 왔다. '타다닥' 마구 마구 쏟아졌다.
"니가 그랬잖아.
저번에.
학교 끝나고 집에 올 때.
뽑기 할 때.
내가 게임 마스터 카드 뽑았을 때.
니가 달라고 했을 때.
내가 한 장 줬을 때."
수준이 가만히 나를 보았다. 나의 입에서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침 세례를 맞으며 조용히 말했다.
"알았어." 나는 엉엉 울다 뚝 그치는 아기처럼 곧바로 잠잠해졌다.
수준이는 다시 한 번 콧물을 삼키며 말했다.
"근데 현아. 그 덩치 큰. 밀짚 모자 쓴 아저씨 누구야?"
"응?" 나는 모른 체 하려고 했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입을 싹 닦을 때 처럼...
"너어..?" 수준이 누렁이 새끼를 쓰다듬는 내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나도 다 봤거든. 그 아저씨 초록색인거..." 수준인 내가 말 하지 않으면
누렁이 새끼는 어림도 없다고 할 기세였다.
"휴우... 이런 일이...." 나는 찌빗 할 수가 없었다. 꼭 닫혀 있는 지퍼를 조금만,
아주 조금만 열 수 밖에.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