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by Step #6

2화 #콜드스테이지 #12

by 생각

51. 술집 / 저녁

티브이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다.

혜성, 금익, 원철이 반주 중이다.


원철

(티브이를 보며)

저 봐라 저..

하여간 정치하는 놈들은 제대로 된 놈이 없어요.

어디 국회의원이 마약을 하노 마약을.. 쯧쯧쯧


금익

뭐 재벌들도 다 하는데요.


원철

니도 해봤나?

아 인턴~ 아니지.. 인턴씨..

자네는 음악 하셨으니까 약도 좀 하고 그러셨어요?


혜성

네? 아니요.. 이야기 듣긴 했어요.

그리고 감독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

듣는 인턴 불편합니다.


원철
그르까?

내가 자네를 존경하기로 해서..

나 뭐 좀 물어봐도 될까?


혜성

네 그럼요~


폭탄주를 섞는 원철.


원철

자자 일단 한 잔씩 쭉 들이키고~




52. 유일아트센터 (50.에 연결)

스크린에 장표가 떠있다.

경주용 자동차의 사진이 보인다.


진영

포뮬러 원,

최고시속 420km로 겨루는

지상에서 가장 빠른 경주입니다.


리모컨을 누르는 진영.

자동차의 사진 밑에 글자가 뜬다.


장표

(사진)

Speed, 유일


진영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동통신의 핵심경쟁력은 속도입니다.


지겹다는 표정의 방석.

하품을 한다.


진영

전파의 속도는 초당 50만 킬로미터.

그런데 우리 경쟁 통신사도 이 속도는 같습니다.

결국 통신의 속도란 전파의 속도가 아니라,

결핍의 속도, 불편함을 제거하는 빠르기입니다.


장표가 바뀐다.

바뀐 장표에 콩코드 제트기의 사진이 떠있다.


진영

93년 보고서의 컨셉은 속도였습니다.

광고의 컨셉으로 아직 쓸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피드는 이제

이동통신의 보편상식이 아닐까요?

조금 더 뾰족한 컨셉이 필요합니다.


흥미로운 표정의 방석.




53. 술집 / 저녁 (51.에 연결)

금익과 원철이 혜성을 보고 있다.

혜성이 신나게 떠드는 중이다.


혜성

그러니까 청음이 가장 중요해요.

들어야 적을 수 있으니까.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뭐 전 없으니까..

아무튼 계속 들으면 들려요.

들리면 적기 시작하는 거예요.


원철

그기.. 얼마나 들어야 하노?


혜성

음.. 세어 본 적은 없는데요..

한 곡을 테잎이 늘어질 때까지 들은 적은 있어요.

한 이천 번 정도?


금익

한 곡을 이천 번?


혜성

네.. 그러니까 어떻게 하냐면..


가방에서 카세트 테이프 하나를 꺼내는 혜성.

테이프 안쪽을 꺼내 보여주며.


혜성

앨범을 다 들을 필요는 없으니까,

테잎을 다 꺼내서 한 곡 분량만 자르고

스카치테이프로 다시 연결을 하고,

다시 카세트에 감는 거예요.

그러면 한 곡만 감아서 들을 수 있어서

시간이 절약돼요.

아.. 물론 그 곡만 레코드 가게에

녹음해달라고 해도 되고,

이제는 시디플레이어가 있으니까..

그런데 저땐 제가 돈도 없고 시디도 없고 해서..


원철

(물 잔을 혜성에게 건네며)

인턴님.. 물 좀 드시면서 하세요.


물을 받아서 꿀꺽꿀꺽 마시는 혜성.

다시 신나게 떠들기 시작한다.


혜성

아무튼 그렇게 청음이 어느 정도 되고 나면..

채보인데..


원철

응 뭘 보채?


혜성

아뇨. 채보요 채보.

음악을 듣고 악보로 적는 거예요. 채보.


#계속 신나게 말하는 혜성




53. 유일아트센터 (52.에 연결)

장표가 떠있다.


장표

Fast, 110


진영

빠름 그 자체, 110

그리고 회사의 이름보다는,

이동통신 고유 식별번호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방석이 눈을 부라린다.


방석

어이~ 칼잡이 양반.

컨셉은 알아서 하시고,

칼 안 쓰면 무효야.

돈 토해내고 싶어? 엉??


서로 노려보는 진영과 방석.

방석의 비서가 쪼르르 방석에게 달려온다.


방석

야! 아직 공연 중이야.

방해하지 말랬지!!


비서

(손에 커다란 카폰을 든 채 난처해하며)

그게 아니라..

회장님께서..


방석

어? 아빠가 왜?

일루 줘봐.


인상을 찡그리는 진영.


방석

(카폰을 받아 안테나를 쭉 빼며)

어~ 아빠. 왜?

뭐 잡숫고 싶은 거 있으셔?


C/B. 동회장 저택 서재


동회장

니 당장 집으로 튀와라.

10분 준데이.

(띠릭)


out


카폰을 비서에게 집어던지며

객석 쪽 출구로 달리는 방석.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하는 진영.




54. 술집 / 저녁 (53.에 연결)

혜성이 계속 이야기 중이다.


혜성

사실 연주는 코드만 알면 쉬운데..

물론 스트로크는 좀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그냥 손가락에 굳은살이

서너 번 박히고 나면 자동으로 잡혀요.


금익

작곡은?

그건 영감이 와야 된다던데..


혜성

아.. 저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죠.


원철

응? 첨엔??


혜성

네. 그런데 영감이란 게.. 없어요.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전 그냥 미친 듯이 걸었어요.

걸으면서 여기도 보고 이 생각 저 생각하고.

그러면 악상이 떠올라요.

영감.. 그거 그냥 천재들이

잘난 체하려고 만든 것 같아요.

비싸게 음악 팔려구.


원철

우화화화하하하~~~


금익

완전 딴 사람 같네..


혜성

(다리를 오므리며)

그런데 사수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오면 안 될까요?


cut to


원철

금익아, 쟤 완전 물건이다.

저거 천재 아녀?


금익

그러니까요.

저 나이에 저 정도로 음악에 미쳤을 줄은..


원철

쟤가 이제 광고에 미치기 시작했으니..

5년쯤 후엔.. 어휴..

동방불패도 꼼짝 못 하겠다.


금익

에이.. 설마요..


원철

금익아, 내 이 바닥 짬밥 이십 년이다.

내가 동방우 매진영 소봉헌 젖먹이 때부터 봤어.

아 동방우는 좀 컸을 때다..

암튼 두고보래이. 니도 동아줄 단디 걸그래이~


혜성이 화장실 출구에서 나온다.

금익과 원철을 보고 신나서 뛰어오는 혜성.




55. 택시 실내

진영이 택시 뒷자리에 타고 있다.

옆 자리에 칼이 놓여 있다.

핸드폰을 들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진영.


INS. 유일아트센터 무대 (53.에 연결)

핸드폰을 들고 있는 진영.


지은_통화음

이기자 이 새끼 전화를 안 받아.

기사 나올 시간 지났는데..

뭔 일 생긴 거 아냐?

나도 데스크 쪽으로 좀 더 알아볼게.

다시 통화해. 끊는다.


out


전화를 거는 진영.


전화기 기계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전화를 끊고 다시 거는 진영.


전화기 기계음

지금은 전화를..


전화기를 접어서 앞 좌석에 쾅- 치는 진영.

놀라는 택시 기사.


기사

저기 손님..


지갑에서 만 원짜리 여러 장을 꺼내

기사에게 주는 진영.


진영

기사님 이태원으로 가주세요.


기사

(돈을 보고 입을 다물며)

네~ 총알처럼 모시겠습니다!


택시가 도로를 달린다.




56. 동회장 저택 서재

방석이 서재 문을 열고 들어온다.

유일그룹 동주철 회장(남, 70)이

대지팡이를 집고 서있다.


방석

(두려운 목소리) 아빠.. 아니 아버지.

무슨..?


동회장

니 내가 경고했제?

니 감빵 갈래? 아님 외국 갈래?


방석

아니.. 왜.. 요?


동회장이 테이블 위의 봉투를 집어

방석 쪽으로 휙- 던진다.

방석의 마약 파티 사진이 방석 앞에 쭉 뿌려진다.


동회장

방우가 주고 갔다.

검찰에서 빼낸기라 카더라.

기자 새끼 하나가 냄새를 맡아가,

그쪽에 광고비 던져주고 막았다 카이.

잔소리 말고 후딱 짐싸그래이.

온 나라에 개망신당하기 싫으면.


사진 한 장을 집어 보는 방석. 손이 떨린다.

사진을 보는 방석의 표정이 악마처럼 일그러진다.




57. 유일기획

진영이 택시에서 내린다.

유일기획 건물을 올려다보는 진영.

정문 안쪽에서 헌이 고객들과 나오고 있다.

고객들에게 인사하는 헌, 진영을 발견한다.


진영아?


cut to


유일기획 건물 뒤편.

진영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헌이 진영 앞에 서있다.


나도 모르는 일이야. 정말로.

난 어제 우리 약속대로 분명히 전달했어.


진영

기자도 연락이 안 되고,

검찰은.. 씨발 그럼 어디서 잘못된 건데?


어제 사부님 분명히 윤검사 만난다고..

잠깐만.. 전화 좀.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헌.


네, 여진 씨.

전무님 오늘 일정이..

네? 어디요??

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진영

뭔데?


사부님, 한남동 가셨단다.


진영

한남동?


풀하우스가 아니라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노리셨네..


F/B. 유일기획 방우의 방 (46.에 연결)


방우

밤에 피는 꽃..


out


진영아, 우리가 사부님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

생각해 봐, 동방석이 언론, 검찰을 무서워하겠어?

돈으로 바르면 다 돌아서는 것들인데?

동방석이 가장 두려워하는 걸 노리신 거지.

모든 걸 빼앗을 수 있는 사람.

유일그룹 동주철 회장님.


얼굴색이 바뀌는 진영.




58. 택시 실내

진영이 뒷자리에 앉아 있다.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진영.


진영

(기운 없는 목소리) 어, 다들 어디야..


금익_통화음

(노랫소리) 저희 2차 왔어요.

가라오케요, 태감독님이 쏘신다고.


전화를 끊는 진영.


cut to


한강 다리를 걷고 있는 진영.

한 손에 칼이 들려 있다.

다리 중간에 서서 칼을 뽑는 진영.

칼에 쓰여있는 글자가

지나가는 자동차 조명에 얼핏 얼핏 보인다.


진영_Na

Vivamus, moriendum est.*


칼을 다리 아래로 던지는 진영.

칼이 물에 풍덩- 빠진다.




59. 가라오케

혜성이 노래를 하고 있다.

금익과 원철이 노래를 듣고 있다.

가라오케 문이 조용히 열린다.

문을 열고 진영이 들어온다.

눈을 감고 열창하는 혜성을 바라보는 진영.


진영_Na

그래 살자, 살아보자.

금으로 태어나진 못했어도, 반짝일 순 있는 거니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진영.




60. 기획무대 진영의 방

진영이 핸드폰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지은 음성

이기자는 먹튀야.

헌이한테 이야기 들었지?

동방불패.. 무섭다.

그나마 기쁜 소식인진 모르겠는데..

월드컵 입찰 떴다.

이건 정식으로 컨소시엄 하자.

정면으로 유일하고 붙어보지 뭐.

대한통신은 자동으로 나가리~

팩스로 입찰공고 보냈어. 확인해.

벌써 이틀 후면 새 해네.

연말 잘 보내고~~


불을 끄고 눈을 감는 진영.

어디선가 성당 종소리가 울린다.

창문 밖으로 눈이 내린다.

캐럴 음악이 퍼진다.




61. 기획무대 건물 앞 / 밤

눈이 내린다.

혜성이 건물 앞에 서있다.

유일기획 진영의 방 불이 켜져 있다.

진영의 방을 올려다보는 혜성.

불이 꺼진다.


혜성_Na

고맙습니다. 사부님.


건물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혜성.

뒤돌아 걸어가는 혜성이 점점 멀어진다.

눈이 점점 쌓인다. 캐럴 음악이 점점 커진다.


E.O.D


to be continued


콜드 스테이지는 <오태랑> 작가의
오리지널 <연재習作> 시리즈입니다.
3/4화는 새 브런치북으로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