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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Nov 27. 2017

프로듀서의 길

예술가에게 박수받는 사람.

예술을 평가하지 말아라.

잘한 것을 더 잘했다고만 말해주어라.

부족한 것은 예술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돈 앞에서 얼음처럼 차가워져라.

할인도 할증도 결국 독약이 된다.

정당한 가격을 앞세우고 약속한 기한은 반드시 지켜라.

신용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예술을 동정하는 일은 어리석다.

무대를 향한 욕망을 이용하지 말아라.

누구보다 정당한 대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예술가임을 명심하라.

우정을 앞세워 무료를 강요하지 말아라.

공짜라는 단어를 인식에서 완전히 지워라.


예술을 비교하는 일은 평론가의 길이다.

주관은 갖되 객관으로 분석하고 직관으로 선택하라.

예술을 소비하는 일에 인색하다면 업을 포기할 때다.

프로듀서의 소비는 편식이 아닌 잡식이어야 함을 기억하라.


연습하지 않는 예술가를 멀리하라.

몸이 둔한 예술가는 머리까지 느려지는 법이다.

예술가의 훈련을 아낌없이 격려하고 응원하라.

밥을 대접하는 돈을 아끼지 말아라.


프로듀서의 겸손은 미덕이 아니다.

겸손은 모욕을 용서하는 일임을 명심하라.

잘못을 감추지 말고 시인하는 일에 당당하라.

진정한 용기란 자신을 낮추는 일이다.


관객은 종교다.

그들의 동전 한 잎까지도 찬양하라.

내 지갑만큼 관객의 지출이 소중함을 기도로 기억하라.

돈은 예술이 될 수 없지만, 돈을 사랑하는 마음은 예술이다.


모든 과정은 숫자로 기록하라.

결과 또한 숫자만이 진리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내가 운행하는 작품의 지표를 개발하는 역량은 필수다.

숫자는 돈이고, 곧 이익이다.


장표의 화려함에 매료되지 말아라.

고수는 외관보다 내용을, 내용보다 맥락을 살피는 법이다.

결코 하수와 일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라.

장표에 진심을 담되 잘못된 사실은 과감히 지워라.

진정성에 몰입되면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

미래를 설명하되 현실을 외면하면 실패한다.


프로듀서는 돈의 예술가임을 명심하라.

무대는 예술가에게 맡기되 예산은 당신의 책임이다.

객석을 비워두는 일은 바보의 임무다.

돈을 만드는 일은 객석을 채우는 일이 일 순위임을 명심하라.


당신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라.

스포트라이트는 오직 작품에만 집중하라.

예술가를 조명해야 할 때는 자만의 독배를 마시지 않도록 곁에서 경계하라.

기자와는 긴밀하게 관계를 갖되 늦은 자리에서는 어떤 공적인 메시지도 함구하라.


채무를 즐겨라.

이익의 증가속도가 이자율보다 높다면 문제는 없다.

채무자에게 무리한 약속을 하지 말아라.

채권자로 평생을 살 생각인가?

빚을 갚고 나면 이제 당신의 삶에 투자하는 채권자가 되어라.


예술은 당신 인생의 일 순위가 아니다.

오직 당신 자신만이 인생의 최우선 가치임을 명심하라.

예술가도 그들 스스로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자존감의 반열에서 협업하라.

하청이란 말은 갑질의 다른 말이다.

예술가는 당신의 동료이자 전우다.


계약서를 씀에 있어 하나님보다 꼼꼼해라.

간단한 거래에도 계약서를 쓰는 일이 당신의 의무다.

계약을 요청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라. 그건 물을 마시는 일과 다르지 않다.

도장을 찍는 일에 신중하되 찍었으면 과감하게 몰아붙여라.


부당한 거래에 촛불을 들어라.

때로는 변호사가, 때로는 판사가, 때로는 형사가, 그래도 안되면 전사가 되어라.

관객에게 박수를 받으려 하지 말고,

오직 예술가에게 기립박수를 받는 프로듀서가 되어라.


이 길만이 우리의 이름이 역사가 되는 법임을 기억하자.


2017년 7월 6일 정릉골에서.
故 강준혁 선생의 글을 어설피 흉내내다.
프로듀서 스토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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