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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Dec 01. 2017

프로듀서란 누구인가?

돈과 시간의 예술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직업은 예술가다.
그리고 예술가보다 위대한 직업은
예술가의 매니저다.


1. 판을 만드는 사람.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Leopold Mozart)가 죽기 전에 남긴 말이라고 전해진다. 모차르트는 완벽한 작품을 만든 타고난 천재 예술가였지만, 괴팍한 성격과 자유분방한 여성편력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많이 힘들게 했다. 오죽했으면, 그의 친구가 아버지에게 "볼프강이 가진 음악적 재능이 절반으로 줄고, 그 절반이 괴팍한 점을 덮으면 그 녀석은 완전한 사람이 될 겁니다"라는 편지를 다 보냈을까?


프로듀서는 이런 예술가들과 일하는 사람이다. 프로듀서는 예술가가 하지 못하는 모든 일에 관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판을 까는 일이다. 여기서 판이란,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는 다양한 무대를 뜻한다. 예술이 문화산업으로 발전한 현대에 와서 판의 의미는 시장(market)으로 확장되었다. 프로듀서는 예술가와 함께 관객을 모으고, 나아가 예술을 문화산업이라는 거대한 시장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프로듀서(제작자)는 공연, 음악, 영화, 게임 등 콘텐츠 사업에서 제작과 관리의 책임을 맡은 사람을 칭한다. 원래는 감독이나 연출과는 별개로 인력을 포함한 자본의 조달과 관리를 맡는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쉽게 말해 '돈'과 '시간'에 관련된 일을 담당하는 사람을 뜻했다. 그러나 이후 의미가 확장되어 제작팀의 총괄자 또는 총괄 집단의 일원들을 프로듀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내에서는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을 맡는 프로그램 디렉터(Program Director), 즉 PD를 프로듀서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다. (출처: 나무위키)


2. 돈을 만드는 사람.

돈에 눈이 멀면 좋은 프로듀서가 되기 힘들다.

프로듀서의 가장 중요한 일은 '돈'과 관련되어 있다. 돈을 끌어 모으고, 돈을 관리하고, 돈을 버는 일이 프로듀서의 역량을 결정짓는다. 돈을 모으는 일을 펀딩(funding)이라고 한다. 펀딩은 예술가의 프로젝트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작업이다. 예술의 가치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는 투자자의 환심을 사기 힘들다. 이 주관을 객관적인 숫자로 변환하고, 그 가능성을 근거로 투자자를 설득하는 일이 펀딩이다.


돈을 관리하는 일은 재무(financing)라고 한다. 재무는 마련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프로듀서의 재무는 크게 돈의 액수를 관리하는 일과 돈의 시간을 관리하는 일로 구분된다. 돈을 버는 일은 마케팅(marketing)이라고 한다. 펀딩 한 돈을 재무로 잘 관리하는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전초작업이다. 펀딩과 재무가 투자자와 예술가를 상대하는 일이라면, 마케팅은 오로지 관객을 상대하는 일이다.


3. 그림자로 사는 사람.

그림자는 이미지의 반사가 아니라 투영이다.

작품의 스포트라이트는 예술가가 받는다. 배우, 연출, 작가 등이 예술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다. 프로듀서는 그림자다. 무대에는 3개의 직업이 있다. 관객 앞에서 조명을 받는 프런트 스테이저(front stager), 무대 뒤에서 예술가를 돕는 기술자들인 백 스테이저(back stager), 그리고 그림자처럼 앞의 두 직업을 지원하는 쉐도우 스테이저(shadow stager). 프로듀서는 이름을 널리 알리는 직업이 아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예술가는 쓰고, 프로듀서는 번다.


예술가는 관객의 반응을 본다. 프로듀서는 시장의 반응을 본다. 예술가는 관객의 표정을 살피고, 프로듀서는 관객의 지갑을 살핀다. 예술가는 나의 지갑을 채우고, 프로듀서는 회사의 지갑을 채운다. 예술가는 언론의 조명을 받고, 프로듀서는 자본의 관심을 받는다. 예술가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프로듀서는 문제 해결을 고민한다. 예술가는 창조하고, 프로듀서는 통찰한다. 예술가는 싸고, 프로듀서는 치운다.


25년 만에 커튼콜 무대에 오른 프로듀서의 노래.

2011년 10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탄생 25주년을 맞아 런던의 로열 앨버트 홀에서 기념공연이 열렸다. 공연은 영화관에서도 특별상영을 했는데, 난 운 좋게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다. 공연은 환상적이었고, 커튼콜은 압권이었다. 크로포드와 브라이트만의 호흡, 그리고 웨버의 울먹이는 감상평, 이어지는 역대 팬텀들의 등장까지. 그런데 내 눈에는 그 화려한 무대보다 더 빛나는, 단 한 사람이 보였다.


캐머런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는 팬텀의 제작자다. 세계 4대 뮤지컬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뮤지컬계의 빌 게이츠라 불리는 그가 그 무대에 올라왔다. 25년을 팬텀의 그림자로 살았던 매킨토시였다. 웨버가 그를 소개했고, 그는 마이크를 건네는 웨버의 어깨를 한번 두드리고는 출연진들의 옆에 선다. 그는 아무말도 없이 끝까지 박수만 쳤다. 그는 무대 위에서도 팬텀의 영원한 그림자였다.


4. 책임을 지는 사람.

예술의 흥행이란 개기일식 같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800편이 넘는 영화가 개봉된다. 한국영화도 약 100편이 개봉된다. 공연은 더 많고, 음반은 훨씬 더 많고, 만화와 소설은 더더더더 많다. 그리고 이 중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작품은 5%가 넘지 않는다. 아니 1%도 안될지 모른다. 아무튼 예술은 성공확률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분야다. 그래서 이 분야의 종사자들이 만들어낸 말이 있다. 높은 위험은 큰 수익을 가져온다. 정말 기막힌 반전이다.


High Risk, High Return


많은 돈을 투자하면 많은 수익이 돌아오는 것은 맞다.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큰 제작비를 투자한 영화 '아바타'의 성공을 보면 이 말은 맞다. 하지만 2009년 제작된 아바타 이후 거의 10년간, 그 이상의 제작비가 집행된 영화는 없었다. 고위험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면, 성공사례가 나온 마당에 더 큰 위험을 감내하는 투자가 이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없었다,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다. 영화는 뿌리부터 흥행산업이다.


영화시장은 양의 다리를 가진 늑대다.

영화는 입으로 먹고, 손으로 만지고, 소유할 수 있는 재화가 아니다. 영화는 유흥이다. 영화는 오락이다. 영화는 감성이고 예술이다. 영화는 감정을 만드는 서비스다. 사람의 감정에 값어치를 매기는 일은 어렵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인생이 바뀐 사람에게 그 영화의 가치는 티켓값 8천 원이 전부일까? 영화의 가치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기 때문에 흥행이라는 용어가 성립된다. 그렇다고 흥행에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다.


흥행의 가장 큰 시스템은 책임이다. 책임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예술의 흥망을 책임지는 사람이 프로듀서다. 프로듀서는 책임자다. 예술이 경제를 만난 순간 탄생한 직업이 프로듀서다. 예술가는 돈을 버는 일보다 작품의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듯 보이지만, 사실 돈을 버는 일을 사랑한다. 프로듀서는 돈을 버는 일에 환장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사랑한다. 책임지기 싫은가? 예술해라. 끝.


다음 브런치는 <프로듀서의 시스템>입니다. 흥행이란 외줄 타기를 하는 프로듀서는 과연 어떤 시스템으로 무장해야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구독은 작가보다 독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공유는 사랑입니다. 댓글과 좋아요는 브런치의 품질을 높여 주는 단비입니다. 구독하면 놀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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